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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정치의 미래

한재웅 변호사/국세심사위원

기호일보 webmaster@kihoilbo.co.kr 2018년 07월 02일 월요일 제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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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재웅 변호사
6·13 지방선거 결과는 국민에 의한 보수 야당의 탄핵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자유한국당의 몰락’이지 ‘보수의 몰락’은 아니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중도 보수 또는 합리적인 보수를 표방한 바른미래당 역시 참패한 것을 살펴보면 자유한국당 내부 문제로 국한해 평가하는 것은 부당하다.

이번 선거 결과만으로 보수적인 견해의 국민들이 대부분 다른 입장으로 전향한 것으로 평가하기는 어려우므로 ‘보수의 몰락’이라고 보는 것은 과도하다. 결국 이번 선거 결과는 보수를 대표했던 정치세력의 실패로 평가하는 것이 옳다. 문재인 정부가 대북정책과 외교에서 큰 성과를 거뒀지만 소득주도 성장의 경제정책에 대해서는 문제 인식을 갖는 의견도 많았고, 실제 경제지표에서는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수를 표방하는 야당이 예상을 뛰어 넘어 기록적인 참패를 당한 원인은 무엇일까?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지 않는 국민도 보수정치권을 선택하지 않았다는 것은 보수 정치권이 보수를 지향하는 국민들의 눈높이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것이며, 보수 정치권이 보수의 시대적 가치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명이다. 한국 보수 정당은 전통적으로 안보를 강조하면서 그 핵심으로 ‘반북(反北)’과 ‘한미동맹’에 뒀다.

 그러나 ‘총풍사건’이 보여주는 것과 같이 그간 보수 정당들이 보여준 모습은 안보의 강화가 아니라 ‘안보팔이’에 가깝다고 비난받아도 할 말이 없다.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그 전신의 보수정당들은 안보강화를 위해 국방력 증진이나 외교적 노력에 집중하는 실리적인 모습보다는 국민의 ‘레드 콤플렉스’를 정쟁에 이용하기 위해 냉전 이데올로기를 재생산하기에 바빴다. 노무현 정부 때의 국방비 증가율과 정부 재정대비 국방예산이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보다 모두 높았다는 사실은 이런 측면의 한 단면이다.

북한 정권에 반대하고 경계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보수 정치권이 ‘반북’ 이외에 대북문제에 대한 건설적 대안이 없는 점, 또 그 자체가 수단이 아닌 목적이 되었다는 것이다. 안보의 목적은 국익이며, ‘반북’은 안보의 수단이 돼야 하는데 보수 정치권은 ‘반북’을 마치 보수의 절대 정신처럼 모시고 있다. 한미동맹의 경우도 보수정당은 국익을 위한 수단이 아닌 우리나라의 정체성과 연관지울 정도로 지나치게 경직된 모습을 보였다.

이런 측면에서 지방선거 전 북미대화는 보수정당에게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을 것이다. 미국은 단지 미국의 국익을 위해 북한과 대화를 시작한 것 뿐인데, 보수정당 입장에서는 ‘반북’과 ‘한미동맹’이 충돌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으니 시쳇말로 ‘멘털붕괴’ 상황에 놓인 것이다.

대북 대화 국면에서 보수정당이 대안적인 비판을 내놓지 못하고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인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보수정당이 스스로 만든 도그마 안에 갇혀 있을 때 세상은 바뀌고 안보상황도 변화하고 있다. 보수의 시대정신은 변화되는 동북아 질서와 미국의 세계전략에 부합되는 새로운 안보 전략을 찾고 있는데 낡은 이념정당은 이를 따라가기는 어려운 일이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전통적인 보수는 ‘자유시장 경제’를 강조하며 ‘시장질서의 자율성’을 대원칙으로 삼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보수정당은 이와 관계없이 지나치게 친(親)기업적이다. 기업의 입장에 따라서 때로는 시장질서를 강조하고, 때로는 국가주도의 경제정책을 주장하기도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결국 보수정당은 국민들의 삶과 직접 관련된 경제정책을 제시하는 것에 무관심하고 나태했다.

양극화 문제와 청년실업, 고령화 문제가 날로 심각해져 장기적이고 일관적인 정책이 절실한 우리나라의 현 상황에서 ‘기업을 살려야 경제가 산다’는 수준의 낡은 주장을 되뇌이는 안일함으로는 국민들에게 신뢰를 받기 어렵다. 지금까지 보수를 대표했던 보수정당은 더 이상 보수의 가치를 대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증명됐다.

이제 보수정치의 미래는 기존 정당의 틀 안에서만 고민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완전히 새롭게 태어나 진정 보수의 가치를 대표할 수 있는 보수정치가 필요하다. ‘새는 좌우 날개로 난다’고 했다. 민주주의 원칙인 견제와 균형을 위해서도 진짜 보수정치가 태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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