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대체복무의 길을 열어줬다. 지난달 28일 헌재는 "병역거부 처벌은 병역자원 확보와 병역 부담의 형평을 기하는 것으로 입법 목적이 정당하고, 형벌로 병역의무를 강제하는 것도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합한 수단이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대체복무제가 규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는 것으로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며, 이는 입법부의 개선입법 및 법원의 후속조치를 통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판시했다.

한마디로 병역거부를 처벌하는 법 조항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대체복무제가 규정되지 않은 현행법은 헌법에 어긋난다고 본 것이다. 이로써 국방부는 내년 말까지 국민의 인권(양심의 자유, 과잉금지의 원칙 등)이 침해당하지 않으면서도 국가에 대한 병역의무가 훼손되지 않는 적절한 대체복무제를 마련해야 할 숙제를 넘겨 받았다.

 논의에 앞서 우선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명칭과 그 개념이 시사하는 바부터 정확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사실 ‘양심적’이라는 명칭은 너무 포괄적이고 애매모호하다. ‘종교적 사유에 의한 병역거부’라고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게 옳을 듯하다. 그리고 판결의 무게 중심을 종교적 신념에 두게 되면 단순히 병역거부만을 문제 삼아 반사회적·반도덕적 범죄라고 규정하는 건 다소 무리가 있다. 실형으로 처벌하는 지금의 법 체계도 ‘범죄예방’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국민 여론은 이들의 병역거부에 대해 결코 호의적이질 않다. 바로 ‘일반 현역복무제와 형평성’이 그 이유일 것이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대체복무제의 인정 여부보다 복무의 형평성, 즉 일반복무제와 비교했을 때 과연 어느 정도 수준까지의 불편함을 대체복무제에도 적용할 것인지에 대한 답을 찾는 게 아닐까 싶다.

현재 군 복무기간을 보면 ‘육군 현역 및 의무경찰 21개월, 의무경찰(해경)·의무소방원 23개월, 사회복무요원 24개월, 산업기능요원 34개월, 공중보건의 36개월’로 규정돼 있다. 국방부는 이 기간이 갖는 의미를 참고해서 현역병이 상실감을 갖지 않도록 ‘복무 기간은 더 길고, 업무 강도는 더 강화하는’ 공정한 대체복무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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