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천시립 월전미술관에서 4일부터 ‘차경借景:빌려온 풍경전’을 열고 김덕용 등 작가 6명의 작품을 선보인다. 그림은 장지에 먹과 채색으로 차경을 표현한 김민주 作 휴가(休家). <이천시립 월전마술관 제공>
▲ 이천시립 월전미술관에서 4일부터 ‘차경借景:빌려온 풍경전’을 열고 김덕용 등 작가 6명의 작품을 선보인다. 그림은 장지에 먹과 채색으로 차경을 표현한 김민주 作 ‘휴가(休家)’. <이천시립 월전마술관 제공>
오는 4일부터 이천시립월전미술관에서 현실과 가상의 세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다양한 시각의 산수를 즐길 수 있다.

‘차경借景:빌려온 풍경전’은 동시대 작가 6명을 선정해 현실의 풍경을 살펴보고자 기획된 전시이다.

‘차경借景’이란 ‘경치를 빌린다’는 뜻으로 전통시대 실내디자인에 있어서 건물의 창과 문을 액자처럼 활용해 밖의 경치를 감상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전시에서 풍경을 빌려오는 방법은 작가마다 다른데, 차경의 개념을 그대로 반영해 제작된 작품들뿐만 아니라 현대적 건물이나 개인적인 공간으로 풍경을 가져오기도 하고, 오브제를 통해 빌려오기도 한다. 방법은 달라도 이들은 모두 창 너머의 풍경이 공간의 안과 밖에서 자유롭게 변하면서 나만의 공간이 되는 경험을 하게 한다.

김덕용 화가는 캔버스가 아닌 나무 위에 결을 내어 그 위에 단청기법으로 색을 칠하고, 나전칠기의 방식으로 자개를 붙인다. 자연의 재료를 선정하고 각 재료가 가진 특성을 알맞게 활용한 결과 어느 작품보다 자연에 가까우며, 그래서 포근하고 친숙한 느낌을 준다.

임경민 화가의 작품은 관람객들이 그 풍경 속 공간에 머무를 수 있다. 작업은 실내의 창과 문을 디지털 사진으로 찍고, 밖의 풍경을 영상으로 제작해 결합한다. 즉, 정지된 이미지에 움직이는 영상을 합성해 새로운 리얼리티를 보여 준다.

특이한 것은 그의 작품 사진 속 공간에는 등장인물이 없다는 것이다. 오직 두 개의 서로 다른 공간이 다른 매체로 존재한다. 그러나 전혀 낯설지 않은 화면을 보여 주며 우리에게 시각을 통한 인식이 얼마나 가변적인가를 묻는다.

유혜경 작가는 ‘가산(假山) 놀이’를 화면 속으로 가져와 유희한다. 작품 속 공간은 1964년 건축된 ‘빠고다 가구’ 공장을 재생 건축한 곳으로, 작가가 참여했던 ‘유니온 아트 페어’가 열렸던 장소이다. 작가는 이 공간에 자신이 다녀왔던 중국 장자제(張家界)의 모습을 청록산수로 가져왔다.

김민주 작가는 실제로 봤던 현실 속 풍경의 이미지를 모티브로 삼고 거기에 상상력을 더해 현실의 공간인지 가상의 공간인지 알 수 없는 모호한 경계를 섬세하면서도 유쾌하게 그려냈다. 어떤 시공간의 압박도 없어 보이고 여유롭게 산수를 즐기는 모습에서 분주한 현대인의 삶을 치유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산업화가 가속되고 자연이 오염되면서 건강에 대한 관심이 증가됨에 따라 물뿐만 아니라 각종 차가 일회용 병에 담긴 채 판매되기 시작했다. 이에 김신혜 작가는 라벨지에 그려진 이미지를 확장해 상상이 덧붙여진 풍경을 완성한다. 현실과 가상의 공간이 병이라는 오브제로 연결되면서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하루 작가는 인간의 기본 욕구인 음식과 이상향으로 대변되는 산수를 결합해 행복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천=신용백 기자 syb@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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