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차게 몰아치던 비가 잦아든 2일 9시 25분께 박남춘 인천시장은 상습침수지역인 미추홀구 승기사거리(옛 동양장사거리)를 찾았다. 첫 공식 대민 행보였다.

박 시장은 한길자 시 재난안전본부장의 안내에 따라 50m 가량을 걸어 주안 4동 골목을 살폈다. 지난해 침수피해를 입은 한 상점에 멈춰서 문 앞에 나와 있던 주민 2명과 짤막한 얘기를 나눴다. 상점 주인이 지난해 7월에 있었던 침수피해를 호소하자, 박 시장은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 시장은 취임선서를 위해 당초 계획보다 15분 일찍 시청 재난안전상황실로 돌아갔다. 그가 상습침수지역에 머문 시간은 단지 5분 정도였다. 같은 시간 박 시장이 떠난 자리에서 300m 가량 떨어진 골목에는 주민 50여 명이 모여 있었다. 시장에게 침수피해 예방을 건의하려던 참이었다. 9시 30분께 박 시장이 오지 않는다는 소식을 구 관계자가 전하자, 주민들은 못내 아쉬운 기색이었다.

자율방재단 활동을 하고 있는 주민 C(57)씨는 "작년에 폭우가 왔을 때 이 주변은 모두 물에 잠겨 피해가 컸다"며 "이틀 전부터 순찰을 돌다가 오늘은 시장님이 오신다고 해서 나왔다"고 했다.

지난해 물난리 이후 이곳 515가구가 차수막 설치를 신청해 그 중 300가구만 지원받았다. 나머지 215가구는 3억 원 가량의 예산이 부족해 설치를 못했다.

K(60)씨는 "차수막 설치를 시 예산으로 하는 걸로 알아 시장에게 건의하러 나왔는데, (시장을)못 만나 아쉽다"고 말했다.

다른 한 주민은 "빗물이 대문을 치고 들어와 차수막 효과가 없다"며 "피해 가구에 별도로 100만 원을 지원해주느니 배수펌프장 관리인력을 늘려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이 자리에는 김정식 미추홀구 구청장, 시·구의원, 구청 공무원 등도 나와 박 시장을 기다렸다. 허종식 시 균형발전정무부시장 내정자도 현장을 찾았다.

허 정무부시장 내정자는 "재개발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시장이 오려는 것을 막아서 오지 못했다"라고 말했다가, 입장을 바꿔 "주민들이 막는 줄 알고 현장에 나왔는데, 오니까 사실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시청 중앙홀에는 ‘시민이 취임하는 날’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박 시장의 첫 공식 대민 행보와 ‘아이러니’한 느낌을 줬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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