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강제품을 생산하는 A업체는 요즘 걱정이 많다. 건설경기 침체로 업황이 안 좋은데, 심야 산업용 전기요금이 오른다고 하니 걱정이 태산 같다. 제강업은 전기를 이용해 철스크랩을 쇳물로 녹여 제품을 만들고 있어 전기 사용량이 타 업종보다 높다. 결국 전기료 상승은 원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 회사 관계자는 "최근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기조로 수출량이 하락할까 봐 걱정인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기요금 인상 소식까지 들려 당황스럽다"고 했다.

# 2014년 이천에서 인천으로 공장을 이전한 반도체 패키징 업체 B사도 전기요금 인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성장세 둔화를 우려한다. 이 회사는 지난해 1조2천5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B사 관계자는 "사업을 더 확장하려는 시기에 전기요금이 오르면 당연히 수출경쟁력이 떨어지지 않겠느냐"며 "중국은 기업이 경영을 편하게 할 수 있게 여러 편의를 봐주는데, 한국은 인센티브는커녕 왜 기업을 옥죄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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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기 계량기. /사진 = 연합뉴스
 한국전력이 심야시간대 산업용 전기료 인상을 추진하겠다는 소식이 나온 2일 인천지역 제조업체들의 반응이다. 가뜩이나 G2(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으로 대내외 경제 여건이 어려운데 한전이 갑작스럽게 심야시간대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을 들고 나온 이유를 모르겠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철강과 반도체, 석유화학 업종의 입장은 유독 더하다. 이들 업종은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곳으로, 요금 인상은 경영 압박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한전은 이날 심야 산업용 전기요금(경부하 요금)을 올리고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전이 올리기로 한 ‘경부하 요금’은 전기 부하량이 적은 오후 11시∼다음 날 오전 9시까지 쓰는 산업용 전기를 최대 절반 이상 할인하는 제도다. 한전은 심야 산업용 전기요금을 올리더라도 피크타임 요금 등을 내려 기업 부담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을 덧붙였다. 하지만 기업들의 반응은 당장 경영에 부담이 된다는 입장이다. ‘경부하 요금 조정 자체’가 그렇다는 것이다.

인천의 수출품목 중 3위에 해당하는 철강제품을 생산하는 제강업은 전기를 이용한 생산이 가장 효율적이라서 공정을 바꿀 수도 없는 상태다. ‘전자산업의 꽃’이라는 반도체 분야도 마찬가지다. 반도체는 지난해 지역 수출액(392억7천500만 달러) 중 55억5천900만 달러를 차지해 단연 1위를 기록한 품목이다. 이 역시 공정 특성상 전기를 많이 사용해야 해 만약 한 공정이 멈추면 재가동에 한 달 이상이 걸린다.

중소기업도 원청이 단기간에 많은 물량을 요구해 24시간 공장을 가동할 상황이 발생하면 생산 대비 매출이익이 평소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어 심야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은 경영 압박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지역 경제계의 한 관계자는 "심야 전기요금 인상은 지역 수출에 큰 차질을 빚을 수 있고, 중소기업까지 피해가 고스란히 전달될 수 있다"며 "우선 재검토가 필요하며, 추진하더라도 산업에 미치는 영향 등을 감안해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덕현 기자 kdh@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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