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군 농협안성교육원 교수.jpg
▲ 전성군 전북대 겸임교수
#‘습지‘도 ’경제상품’이다.

‘생물의 보물창고’, ‘바다의 콩팥, 지구의 콩팥’ 등은 모두 습지를 표현하는 단어다. 습지는 하천, 연못, 늪 등 습한 땅이자 자연적인 환경에 의해 항상 수분이 유지되는 곳으로 크고 작은 생물이 다양하게 출현하는 생태계의 보고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습지는 지역의 이미지를 높일 뿐만 아니라 지역의 경제성에도 효과적인 역할을 한다. 그래서 습지를 하나의 경제상품으로 가치화시키는 작업을 활발하게 전개시키고 있다. 일본과 호주, 홍콩 등은 지자체가 직접 지역의 습지를 경제상품으로 만들기 위해 발 벗고 나서고 있다. 그 일환으로 생태공원 조성, 생태학습관 운영과 같은 습지를 이용한 다양한 사업을 계획 중이다.

특히 일본 오제 습지와 호주 밴락스테이션 습지, 홍콩 마이포 습지가 대표적인 사례다. 오제 습지는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습지 자체를 잘 보존해 지역의 브랜드가 된 곳이다. 해발 1천500m에 위치한 산지습지인 이곳은 물파초, 끈끈이주걱 같은 980여 종의 희귀동식물이 서식하는 생태박물관이다. 오제라는 브랜드를 활용해 지역의 이미지를 높이고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밴락스테이션 습지 또한 습지의 철저한 보존으로 지역에서 생산되는 상품의 가치를 높인 경우다. 람사르 등록습지이기도 한 이곳은 포도재배를 위해 머레이강 인근 땅을 인수한 한 기업에 의해 1994년에 복원됐다.

특히 습지를 활용해 환경마케팅에 성공한 하디와인사는 현재 전 세계 11개 지역의 습지보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대표적인 친환경 기업이다. 마이포습지는 좀 더 색다르다. 고층빌딩들로 상징되는 홍콩의 도심 한복판에 생태관광으로 성공한 세계적인 람사르 등록습지가 조성된 경우다. 맹그로브숲이 128만여㎡에 걸쳐 펼쳐져 있는 마이포습지가 바로 이곳이다. 이곳은 주택지구와 마이포습지 사이에 완충지대로 조성된 하나의 습지공원이다.

# 습지, 누구나 한번쯤 가보고 싶은 관광명소

우리나라는 무안 백련지 습지와 순천만 갯벌, 우포늪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무안 백련지의 경우, 33만여㎡의 습지인 회산백련지는 동양 최대의 백련자생지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전에는 어느 누구도 눈여겨보지 않았던 습지다. 이름 없던 습지가 이제는 누구나 한번쯤 가보고 싶은 관광명소로 바뀌고 있다. 순천만 갯벌은 10년 전 람사르 등록이 된 습지다. 순천만은 우리나라 습지 가운데 브랜드화에 가장 성공한 습지로 꼽힌다. 20년 전 순천만은 사라질 위기에 처하기도 했지만 지자체와 지역민 모두가 힘을 모아 개발에서 보존이라는 극적인 전환을 맞아 오늘에 이르게 됐다.

1998년 람사르 습지에 등록된 경남 창녕의 우포늪은 천여 종의 동식물이 공존하는 거대한 자연 생태박물관이다. 2008년 10월, 람사르 총회 개최 후 대단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아울러 우리나라 서해안의 갯벌은 남한 전체 갯벌의 83%에 달한다. 나머지 17%는 남해안에 분포돼 있으며 서 남해안에 걸친 갯벌은 남한 전체 면적의 3%에 해당한다.

우리의 갯벌은 규모면에서 그치지 않고 그 내용 면에서도 대단한 경제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먼저 생물다양성을 들 수 있다. 서해안에서의 갯지렁이류, 갑각류, 연체동물 등의 발견은 214종이나 되고 그 중에서도 국내 최초로 세계학회에 보고된 것이 단각류 5종, 갯지렁이류 2종에 달한다.

그리고 갯벌 총자산적 가치의 70%에 이르는 정화기능 역시 막강한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이처럼 습지는 인간 사회를 형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그 자원도 인간 사회에 각종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 준다. 가축의 사육이나 수렵, 어업, 농업 등을 행하는데, 특히 개발도상국에서는 습지와의 경제적인 연결이 강해 많은 사람들이 자연 습지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생활하고 있다. 우리가 보호해야 할 소중한 습지, 이제 습지를 경제 상품으로 만드는 노력이 더욱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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