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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 소장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이 한반도에 평화 무드를 조성해 나가고 있다. 동북아시아에 바야흐로 좋은 이웃 관계가 곧 도래할 듯이 보인다. 반가운 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국내 경제 사정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많은 이들이 죽겠다고 아우성이다. 아직도 저성장과 양극화는 점점 심해지는 형국이다. 이게 다가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이웃 관계가 있다.

우선 일본은 그동안 사사건건 어깃장을 놓았다. 대화와 협상이 펼쳐지고 있을 때도 대북제재 대오를 흩트려서는 안 된다고 했었다. 그렇다고 대북 강경책을 일관되게 주장한 것도 아니었다. 아베 총리는 슬그머니 협상 차량에 무임승차했다.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을 외치고 자국 내에서 인기를 회복했다. 아베 총리에게 한반도 상황은 마치 꽃놀이패처럼 보이는 모양이다.

 중국의 입장 변화 역시 눈부실 정도다. 처음 남북 화해 무드가 생겨나면서 ‘차이나패싱’ 논란이 불거지자 그동안 부정해 오던 중국 역할론을 내세우더니 1차 북중 정상회담 후에는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라고 했다.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 확보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두말 할 것도 없이 일본과 중국은 북핵 문제를 비롯한 한반도 문제의 관련자들이다. 우리의 분단 70년 역사에서 양국이 연관된 흔적들은 무수히 많다.

따라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있어 방관해도 될 입장은 절대로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들이 당사국은 아닐지라도 한반도 문제에 ‘관계한 책임’은 분명하다는 것이다. 러시아의 경우 역시 복잡하다. 한반도를 둘러싼 바람의 방향이 바뀌는 가운데 경제적으로 담론 수준에 머물렀던 남·북·러 3각 협력의 과실을 따려고 한다. 철도·가스·전력 등 협력 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 적극 나서고 있다.

물론 우리의 신북방정책과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는 측면이 있지만 과연 이것이 가능한 일일까? 미국은 지금 세일가스·원유 파이프라인이 캐나다를 거쳐 알래스카까지 연결하는데 한국과 일본이 LNG 선박을 이용해 그걸 수입하면 동북아 에너지 패권의 양상은 크게 달라질 것이 틀림없다.

 한반도 정세의 변화는 우리 정부의 ‘신뢰’나 ‘진심’ 외교로 정해지는 구도가 아니다. 미·중·러·일의 이해관계와 긴밀히 연결돼 있다. 한 예가 한중 수교 상황에서 엿볼 수 있다. 1979년 중국의 최고지도자 덩샤오핑은 카터 미국 대통령에게 "북한의 중국에 대한 신뢰 훼손이 우려돼 우리는 한국 쪽으로 다가갈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한국과의 무역 관계가 확대되면서 중국은 한국과 손을 잡았다. 중국이 북한에게 못 믿을 상대가 된 것이다. 분노한 북한이 다시 손을 잡은 것은 2000년 5월 김정일이 중국을 공식 방문하기까지 8년이 걸렸다. 사회주의 국가 간의 특수관계로 순망치한(脣亡齒寒)으로 불린 북중 관계가 겉으로 내세운 명분과 달리 철저하게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따지는 이해타산의 역사였다는 건 이렇듯 명확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따라서 올해 들어 한반도 평화 무드와 함께 김정은·시진핑 양국 정상은 ‘역사상 유례가 없는 특별한 관계’, ‘두 나라 관계의 불패성(不敗性)’, ‘한 참모부에서 긴밀히 협력하고 협동할 것’ 등등 최대의 수식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해타산이 정확하게 맞아 떨어진다는 걸 의미한다.

 한반도의 지정학은 세계 최강의 해양 세력(미국과 일본)과 대륙 세력(중국과 러시아)이 패권을 다투는 데 놓여 있다. 김정은은 비핵화 조치를 대가로 한 경제제재 완화 및 한·미·중·일로부터 경제 지원을 받고자 한다. 여기서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의 자주 국방과 한미 동맹은 과연 물샐틈없이 탄탄한가? 중국과는 북한 문제를 심도 있게 심의할 역량을 갖추고 있는가? 후방 기지 역할을 하는 일본과의 관계는 개선될 수 있으며 그들의 의도를 제대로 알고 있는가? 러시아는 과연 잠재적 우군(友軍)으로 우리 손을 잡아 줄까? 우리는 과연 좋은 이웃이 누구이며 나쁜 이웃이 누군지, 미·중·러·일이 이익을 챙기면서 책임을 지지 않는 사태에 대비책은 세우고 있는지….

▣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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