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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순휘 청운대 교수
지난 6월 14일 제8차 남북 장성급회담이 2007년 12월 이후 11년 만에 북측 판문각에서 열렸다. ‘4·27 판문점 선언’의 신속한 이행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남북 군사접촉으로 볼 수 있다. 남북 장성급회담의 공동보도문을 살펴보면 우선 쌍방은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전쟁 위험을 실질적으로 해소하는 제반사항을 협의했고, 군사적 충돌 원인이 돼왔던 일체의 적대행위를 중지하는 문제,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조성하는 문제, 남북 교류협력과 왕래 및 접촉에 대한 군사적 보장대책을 수립하는 문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시범적으로 비무장화하는 문제 등 ‘4·27 판문점선언’에 명시된 군사적 긴장완화 방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일부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다.

 이에 따라서 동해와 서해지역 군통신선을 완전 복구하고, 음성통화와 팩스 교환이 가능하도록 합의했고, 향후 남북교류협력 활성화에 따른 군사적 보장대책을 강화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리고 JSA에서 근무하는 남북 장병들이 비무장 상태로 근무하는 방안도 논의했다고 한다. 그러나 군 지휘부 간 핫라인 설치와 국방장관회담은 합의가 안된 것으로 전해졌다. 역시 북한군 측은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언급한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훈련의 중단"을 요구했다고 한다. 이러한 요구는 8월 예정이었던 한미연합 을지프리덤가디언훈련(UFG)의 전면 중지라는 결과를 만들었다. 이러한 우발적인 한미연합훈련의 중지는 우리 안보 차원에서 매우 유감스러운 조치지만 북한의 상대적인 대응조치를 유도하는 차원에서 유연하게 대처한 것으로 사료된다.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이 현충일에 제안한 ‘한국전쟁 전사자 유해 공동발굴’은 제외돼 있었고, 북한군 측이 선제적으로 우리 군에 ‘사격 금지와 비행금지구역 지정’을 제안했다고 한다. 북한군 측은 "남북이 각각 서해 북방한계선(NLL) 20㎞, 군사분계선(MDL) 40㎞씩을 ‘사격 금지구역’으로 정하자"는 것인데 오랜만에 만난 남북군사회담의 의제로는 아주 정치적이고 전략적이며 부적절하다고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사격금지구역’ 설정 제안은 해군의 해상사격 중지와 쌍방 포병화력의 실사격 훈련 중단과 포병부대의 후방으로 재배치를 의미하는 것으로 전력의 배비와 전방 보병부대의 화력 지원 계획의 변화로 기존 작전계획이 흔들리게 된다. 전반적인 작전계획이 새롭게 변경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장기판에 말 쓰듯이 단순한 위치 이동이 아니라 적 배치부대 전력에 근거한 상대적인 조정이므로 결코 쉽지않은 군작전 업무라는 점에서 말장난일 수 있다는 것이다.

 국방백서 2016년판에도 명시한 북한군 육군 전력의 약 70%가 평양~원산선 이남 지역에 상시 배치된 상황으로 기습공격이 위협적이고, 특히 전방에 배치된 170㎜ 자주포와 240㎜와 300㎜ 방사포는 수도권 지역에 기습적인 대량포병화력공격이 가능하다. 서해북방한계선 북측 해안지역에도 122㎜ 견인방사포 등 막강한 포병 화력을 증강해 놓은 상태다.

 추가적으로 북한군은 한반도 전역을 사정거리로 탄도미사일을 배비해 사거리 300㎞의 스커드-B와 500㎞의 스커드-C를 실전 배치했으며, 1천300㎞ 노동미사일과 스커드의 개량형 스커드-ER의 배치가 완료된 상태이다. 따라서 북한군에게 있어서 재래식 장거리 포병화력은 전략적으로 후방으로 재배치해도 포병 전력에 차질이 없다는 내부분석에 근거해 ‘사격금지 구역’ 설정을 제안해 한국군의 대포병 화력 위협을 벗어나려는 꼼수라고 할 것이다.

 특히 북한포병은 서울권을 향해 170㎜ 자주포(54㎞), 240㎜ 방사포(60㎞)의 330여 문을 집중 배치하고 유사시 서울불바다를 호언장담하고 있다. 물론 우리 포병도 155㎜ K-9자주포(사거리 40여㎞), 차기 다연장포(MLRS) 천무(80㎞)를 전방에 배치해 유사시 대포병화력 대응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주한 미군2사단 예하 210화력여단이 동두천에 배비돼서 후방 철수를 안하는 이유가 북한 포병위협에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군의 포병전력은 야포와 다련장포를 합쳐서 5천900문 수준으로 북한군의 1만4천100문과 비교하면 수적으로 2.5대 1의 수준으로 절대적으로 취약한 상태로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 비대칭전력인 미사일도 우리 군은 취약한 관점에서 북한군 측이 제안한 ‘사격금지 구역’ 의제는 장성급 군사회담의 본질을 왜곡하려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비행금지 구역(60㎞)’ 설정 제안도 북한군의 기습동향 파악을 위한 한미연합 공중정찰비행을 없애려는 의도로서 결코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 군은 이러한 북한군 측의 다분히 정치공세를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바로 그 해답은 ‘4·27 판문점 선언’에 명시된 상호 군사 신뢰구축을 위한 ‘군축회담’이라는 것을 알고 우선적으로 전반적인 군사적 긴장완화를 위한 실질적인 의제를 다뤄야 한다. 군축회담이 한반도 평화를 뒷받침하는 가장 진정성 있는 실천의 첫 단추라고 제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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