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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겸 경기시인협회 이사
폴 파머(Paul Farmer)는 미국 출신으로 하버드대학교 의과대학과 동 대학원에서 인류학 박사학위를 받은 의사이자 인류학자다. 그는 전염병 전문가로서 세계 여러 나라에서 가난한 사람들의 질병 치유에 심혈을 기울였으며 보건과 인권은 물론 불평등한 사회구조에 대한 문제점을 저서를 통해 고발했다. 특히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진료 및 건강권 증진을 위한 ‘건강의 동반자’라는 민간기구의 창립멤버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권력의 병리학」 이라는 저서를 통해 불합리한 사회 구조를 비판했으며 이에 따른 대안을 마련해 발표하기도 했다. 우리는 동서고금 어느 나라 어느 사회를 막론하고 없는 자들이 있는 자들보다 더 많이 위험에 노출돼 있으며 질병으로 인한 고통을 더 많이 받고 있음을 누구나 알고 있다.

이에 폴 파머는 권력의 병리증상은 사회적 환경과 매우 밀접하며 ‘왜 질병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먼저 찾아오며, 그들을 최우선으로 치료하는 선택’을 해야 하며 ‘요람에서 무덤까지 불평등이 계속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일어나는 권력의 병리현상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우리가 가장 중요시 하는 인권의 범주에는 건강권도 포함된다.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을 보면 ‘공공보건의료의 기본적인 사항을 정해 국민에게 양질의 공공보건의료를 효과적으로 제공함으로써 국민보건 향상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로 돼 있어 국민의 건강권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을 져야 할 의무사항이기도 하다.

그런데 정작 우리나라의 입장은 어떤가. 경상남도는 90여 년 동안 서민들의 건강을 지켜 온 진주의료원을 만성적자에 돈 먹는 하마라며 2013년 강제 폐원시켰다. 어디 그뿐이겠는가, 해마다 실시하는 전국 광역자치단체의 행정사무감사 속기록을 보면 도의원들의 공통적인 질의가 있는데 관할 지자체 산하 지방의료원의 경영수지와 관련된 적자타령과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우매함을 보이고 있다. 관련 법상 흑·적자와 상관없이 ‘국민의 건강권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을 져야 할 의무사항’ 임에도 이를 망각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성남시장 재임 시절 2019년 개원을 목표로 기초자치단체로서는 전국 최초로 500여 병상 규모의 시립병원 설립을 추진해 시민들로부터 많은 호응과 공공의료 필요성에 대한 공론화에 일조하며 큰 반향을 이끌어 낸 경우도 있다.

이와 관련해 1천300만 명이 거주하는 현재 경기도의 공공의료 체제는 어떠한가? 경기도의료원 산하에 6개 병원이 지방공사 형태로 운영되고 있으며 도내 유일한 경기도립 용인정신병원과 경기도 노인전문용인병원 등 6개 노인전문병원이 의료법인 용인병원유지재단 등 6개 의료법인에 위탁 운영되고 있다. 그럼에도 경기도보다 인구가 적은 서울시의 경우, 이미 ‘시민건강국’을 설치해 시민들의 건강관리에 집중하고 있는데 경기도의 경우 서민들은 물론 도민 건강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보건의료와 관련된 행정 지원 조직은 고작 과(課)단위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소득증대와 여가생활 향상, 양질의 식단, 그리고 의료 기술 발달 등으로 건강 환경이 좋아졌으며 세대별 인구분포는 고령화를 넘어서 초고령화로 급진하고 있다.

그러므로 보건의료 지원체계도 효율적으로 전환돼야 하는데 아직 정책과 예산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우리나라의 공공의료기관의 비율은 약 10% 미만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이며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성보다는 이윤 추구 등 경영수지를 앞세우고 있어 도민을 위한 의료서비스 제공에 한계를 나타내고 있다. 대다수 국민들은 공공의료도 제도의 틀 안에 있는 복지라고 생각하고 있다. 따라서 경기도는 좀 늦은 감이 있지만 도민의 건강을 관리해 주는 국(局) 단위의 컨트롤타워가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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