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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질 위기의 개인

김호림 칼럼니스트/전 인천대 겸임교수

기호일보 webmaster@kihoilbo.co.kr 2018년 07월 06일 금요일 제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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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호림 칼럼니스트

인류역사에서 개인의 자기 발견과 자아에 대한 인식은 그리 오래지 않다. 중세시대가 막을 내리고, 인간중심의 시대적 정신운동인 르네상스가 유럽을 근세시대로 전환시키면서 개인발견의 발아가 시작됐다. 그 후 루터의 종교개혁을 거쳐 19세기에 와서야 계몽주의에 의해 ‘스스로 생각하고, 교육하며, 결정하는’ 근대적 개인의식이 확립됐다.

특히 개인의 양심이 교회의 권위를 반대할 수 있다는 루터의 주장으로, 단독자로서의 개인이 절대자에게 직접 대면할 수 있다는 개혁사상이 인정받게 됐다. 그러나 그 대가는 값비싼 것으로, 유럽이 30년간 신구교의 종교전쟁을 치른 뒤, 베스트팔렌조약을 통해 근대 국민국가를 이룸으로써 신앙의 자유가 가능했다. 여기서 국민이란 자유롭고 평등한 개인들을 의미하며, 국가는 국민의 인권과 자유수호의 장치로 등장했다.

 이러한 개인의 자유를 바탕으로 한 개인주의는 서구사회를 작동시키는 근간이 됐으며, 개인의 도덕적 가치보다는 계급과 신분의 전통적 가치를 우선하는 국가들과 구별되는 징표가 됐다. 그러나 문제는 개인과 개인주의는 자유민주주의의 토양에서만 그 뿌리를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자유민주주 환경에서 개인의 존엄성과 진실 존중이 지켜질 수 있으며, 자유와 개인의 참뜻을 모르는, 자유가 빠진, 민주주의는 흉악한 존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우리가 흔히 사용하고 있는 민주주의란 어원은 다중지배의 정치체제(democracy)를 지칭하는 것으로 ‘민주정체’가 맞는 말이다.

 어떻든 민주주의는 국가들이 정치적 생활을 조직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작용해 왔으나, 역설적이게도 대중민주주의는 자유에 대한 위협으로 인식돼 왔다. 그 이유는 민주주의에는 치명적 함정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즉, 성숙한 개인들의 독립적 판단이 뒷받침되지 않는 경우에는 국민은 무지한 ‘떼’가 되고, 이 ‘떼들’을 타락의 길로 이끄는 선동정치가들의 폭도의 정치는 필연적으로 독재정치로 귀결돼 자유를 짓밟기 때문이다.

 이러한 민주주의의 원리와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통찰을 가진 분이 이승만이었다. 그는 「일본 내막기(Japan Inside Out)」란 저서에서 "민주주의의 원칙을 믿는 사람은 근본적으로 개인주의자들이다. 정부의 권력은 그 시민으로부터 나오며, 국가의 기초는 바로 개인의 권리와 자유를 기반으로 해 세워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때 개인주의는 자유주의적 의미에서 개인의 기본권을 중시하는 것이다. 또한 그는 주권재민의 원리를 강조하면서 새로 세워질 나라는 자유민주주의 사상에 근거한 근대국가가 돼야함을 역설했고, 대한민국은 그렇게 건국됐다.

 이와 같이 근대 서구사회는 개인주의를 토대로 정치체계를 구축해 왔으며, 이러한 개인주의 전통은 자유와 권리 그리고 진실존중을 통해 훌륭한 자아와 개인이 되는 것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고 있다.

따라서 개인은 이들 가치에 따라 외부의 저해 요소 없이 자기 행복을 추구해 왔다. 혹 전체주의에서의 개인도 이러한 행복 추구가 가능할까? 전체주의는 ‘사회가 인간(개인)을 구원할 수 있다’고 믿는 체제이기 때문에 개인의 가치와 존엄성이 존중되지 않는다. 그뿐 아니라, 개인은 사회의 부속품과 수단으로 기능할 수밖에 없는 존재이므로 진실에 대한 물음을 제기할 수 없다. 그 대신 그들을 대변하는 사상가들은 ‘진실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다’라고 가르친다. 즉 무엇이 진실인지를 알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오늘날 불행한 것은 이 땅에서 자유민주주의가 도전받고 있는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현재와 같은 정치 불신의 시대에 대의제 민주주의가 가능한가라며, ‘대안적 민주주의’를 제안하고 있다.

반면 아테네 민주주의 이념형을 전제해 참여민주주의를 주장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일깨워주고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자유민주주의의 대안은 없다’고 단언하기도 한다. 분명한 것은 ‘자유’가 빠진 ‘민주주의’에서는 개인이 없어지고, 개인이 없는 사회에는 자유와 권리, 개별 인간에 대한 존중과 진실 존중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사회주의는 곧 ‘노예로 가는 길’이라고 경고한 하이에크는 "우리 인간은 비록 아주 장기적으로는 우리의 운명을 만들어 간다고 할 수 있을지라도, 단기적으로는 우리가 창출한 아이디어들의 포로이다. 우리가 때를 놓치지 않고 이런 위험을 인식할 때 비로소 이를 피할 수 있다"며, 위험신호와 처방을 동시에 주고 있다. 우리 자녀들이 ‘자유’가 빠진 위험한 ‘민주주의’ 교과서를 배울 때, 그들은 참혹한 민주주의의 포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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