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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승연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4·27 판문점회담과 6·12 북미정상회담을 통해서 한반도의 얼음이 녹기 시작했다. 아직 봄이 왔다고 말하기는 이르지만 한반도 냉전이라는 지축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 지난 지방선거는 예상대로 집권여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국민들의 염원이 담긴 결과였다. 신임 박남춘 인천시장의 대표 공약은 ‘서해평화협력 중심도시 인천 구현’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와 발을 맞추며 인천을 대북 화해협력의 전진기지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그 중에서 인천-개성-해주를 연계한 남북 공동경제자유구역 추진이 눈길을 끈다. 최근 송영길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장의 발표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이 4·27 판문점회담 때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건넨 USB에는 인천-개성-해주를 제2의 홍콩-선전-광저우로 만들겠다는 구상이 담겨 있다고 한다. 중국의 개혁개방에 마중물 역할을 한 홍콩-선전-광저우 중심의 ‘주장 삼각주’ 지역과 마찬가지로, 인천-개성-해주를 남북 공동경제자유구역으로 구축해 북한 개혁개방을 이끌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원대한 꿈의 실현을 위해서는 남북관계의 지속적인 진전이 대전제가 된다는 점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동시에 우리는 중국의 홍콩-선전-광저우가 왜 성공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그리고 중국의 경제특구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에서도 실시된 경제자유구역 모델이 왜 성공하지 못했는지도 돌아봐야 한다. 나는 두 가지로 본다. 하나는 중앙정부의 역할이고 또 하나는 선택과 집중의 문제이다. 우선 경제특구가 성공하려면 중앙정부의 의지와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이는 선전과 광저우 등의 중국 사례뿐 아니라 두바이나 베트남 등의 성공적인 경제특구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이들 정부는 외국자본이나 기업 유치를 위해서 적극적으로 인프라와 세제 혜택을 제공했을 뿐만 아니라 정부 스스로가 관련 규제를 혁파하고 외자유치에 나섰다.

반면 우리의 경우 중앙정부는 경제자유구역 지정 및 관련 혜택만을 제시했고, 나머지 모든 개발과 외자유치는 각 지방정부에 맡겨졌다. 어쩌면 인사권 등을 이유로 지방정부가 그러한 형태를 원했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관련 규제를 풀 능력도 없고 외자유치 경험도 없는 지방정부 주도의 특구개발은 결코 성공할 수 없었던 것이다.

다음으로 한 나라의 특구가 성공하려면 반드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선언 직후인 1979년 중국은 광둥성의 선전, 주하이, 산터우, 샤먼의 4개 특구를 지정했고, 이후 1988년 하이난다오, 2010년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카슈가르까지 총 6개의 경제특구를 지정해 집중 육성해 왔다. 반면 우리 경제자유구역의 경우에는 2003년 인천, 부산, 광양을 시작으로 2008년 황해, 새만금, 대구경북, 2013년 충북, 동해안 등 15년이란 짧은 기간에 8곳이나 지정됐다. 흥미로운 것은 작년을 제외하고 2002년부터 대선이 있을 때마다 두세 곳씩 늘어왔다는 것이다. 정치논리에 따른 전형적인 지역 선심성 정책이었다.

앞으로 한반도 평화 시대가 본격 도래한다면 지방정부 역할은 더욱 커질 것이다. ‘인천-개성-해주’를 성공시켜 한반도 성장동력으로 삼으려면 당연히 인천의 역할이 중요하다. 새롭게 출범한 박남춘 인천시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인천-개성-해주 모델은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그런데 그 정책적 초점은 인천지역보다는 중앙에 맞춰져야 한다. 우리 중앙정부가 북한 정부와 함께 이러한 신념을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 오랜 기간 인천을 옥죄어 온 규제를 적어도 경제자유구역에 한해서라도 풀도록 중앙정부를 움직여야 한다. 또한 관련 사업 준비를 위해 재정 지원을 늘리도록 중앙을 움직여야 한다. 동시에 중앙정부는 한반도 평화 움직임을 타고 분출할 수많은 지역적 요구를 그대로 수용해서는 안 된다.

앞으로 전개될 한반도 경제 통합에 있어서 정치논리를 앞세워 수많은 특구를 남발했던 기존 실패 사례를 답습해서는 안 된다. 기존 대한민국 경제성장 모델의 핵심 논리였던 ‘선택과 집중’은 한반도 경제협력시대에 있어서도 적용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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