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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희선 한국산업인력공단 경기북부지사장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끝났다. 무릇 선거는 그 과정이나 결과를 놓고 쉽게 조용해지기 어렵지만, 특히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우리 주권자들의 시대적 변화 요구는 당선인들에게 그들이 밝힌 공약(公約)이 결코 공약(空約)이 아님을 입증하라는 엄중한 과제를 남겼다. 우리 손으로 선출한 그들이 4년 후에도 지역의 참된 일꾼으로 기억되길 기대한다.

지방선거는 지방자치에 기초하며, 지방자치는 지역의 일을 주민 자신이 처리한다는 민주정치의 기본 요구에 기반을 둔다. 우리나라는 올해까지 일곱 번의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주민생활 중심의 지방분권형 자치가 확산되고, 지방자치에서 다루는 사안도 지역의 경제·사회·문화적 문제 등으로 매우 광범위해졌다. 특히 최근에는 4차 산업혁명으로 일컬어지는 과학기술 발달로 직업 세계가 급변하면서, 지역마다 일자리와 직업훈련 등에 관한 논의가 활발하다.

이제는 정부 주도의 인적자원 정책만으로는 지역의 숙련 인재 수급, 청년실업, 중소기업 구인난 및 경쟁력 약화 등의 꼬인 실타래를 풀어 지역 발전을 도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역 중심의 인적자원 정책은 이미 여러 나라에서 활발히 추진 중이다. 러시아월드컵에서 우리와 승부를 벌인 스웨덴은 1980년대까지 정부가 직업훈련을 도맡았지만, 1990년대부터 모든 권한을 지역으로 이관하면서 다양한 형태의 훈련을 운영하고 있다. 스웨덴은 지역에 소재한 제조업·중공업 기업들이 직업훈련에 적극 관여하면서 다양한 형태의 학교도 설립하고, 기업에 필요한 인력 양성에 많은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 기업이 단순히 생산기지나 공장 운영으로 지역경제에 보탬이 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 직업훈련 참여를 통해 지역의 청년고용을 촉진하는 방식으로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있다.

미국은 2015년에 새로운 인적자원 정책을 시행하면서 지역의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즉 연방정부가 정책을 주관하되, 주(州) 단위로 지역의 기관·조직·단체가 기업과 협력해 지역 상황에 맞는 산업현장 중심의 직업훈련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역의 청년 구직자는 기업 요구에 부합하는 직업능력과 자격을 습득할 수 있어 취업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다. 우리나라도 인적자원 정책의 무게 중심이 지역으로 옮겨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2014년부터 추진 중인 ‘지역·산업맞춤형 인력양성사업’을 꼽을 수 있다. ‘지역·산업맞춤형 인력양성사업’은 고용노동부 주관으로 서울에서 제주에 이르기까지 전국 16개 권역에 자치단체, 노사단체, 산업계 등으로 구성한 지역인적자원개발위원회를 설치하고, 각 위원회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협력해 조사한 지역산업 수요에 따라 인력을 양성해 취업으로 연계하고 있다.

이 사업을 통해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전국 3만3천여 명의 청년층 구직자들이 16개 지역별 위원회와 72개 공동훈련센터의 다양한 직업훈련을 수료했고, 70%에 가까운 인원이 취업에 성공했다. 또한 재직 근로자를 위한 직업훈련도 함께 실시해 15만6천여 명의 근로자들이 향상된 현장직무 능력으로 자사의 생산성 증진에 기여하고 있다. 우리에게 ‘지역·산업맞춤형 인력양성사업’과 같은 지역 주도 정책 추진이 당장은 청년실업과 기업 인력난 해소에 작은 도움이 될 수는 있다. 하지만 여러 나라의 경험에서 나타난 것처럼 지역고용의 근본적 문제 해결과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고용과 경제활동의 핵심 주체인 기업이 적극 나서야 한다. 기업이 일자리를 찾는 청년층을 적극 고용하고, 자사 근로자를 숙련인재로 키우려는 의지와 노력이 더욱 왕성해져야 지역의 청년실업과 불균등한 지역고용 개선,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를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를 통해 지역의 고른 발전과, 더불어 잘사는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서 바로 ‘사람’에 대한 장기적인 안목과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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