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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상구 경기북부지방경찰청 생활안전계장 경정
영화 ‘벤허’에서 예루살렘의 유대인 대부호였던 주인공 벤허는 새로 부임한 로마 총독의 행진을 자신의 저택 옥상에서 여동생과 함께 구경하고 있었다. 이때 여동생이 실수로 담장의 기와를 떨어뜨려 타고 있던 말이 놀라 총독이 낙마해 부상을 입게 되고, 이 일로 인해 벤허 일가는 반역죄로 몰려 고난이 시작된다.

 사소한 실수나 호기심으로 물건을 떨어뜨려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는 일이 비단 영화에서만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15년, 아파트 화단에서 길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던 주민 2명이 옥상에서 떨어진 벽돌에 맞아 한 명은 사망하고 또 다른 한 명은 두개골이 함몰되는 중상을 입은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경찰은 수사 초기 피해자가 길 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주는 것에 불만을 품고 누군가 저지른 범행으로 보았으나, 범인으로 밝혀진 초등학생 2명은 학교에서 배운 낙하실험을 위해 벽돌을 던졌다고 해 뉴스를 접한 시민들에게 충격을 안겨줬다.

 최근에도 전국적으로 아파트에서 떨어진 물건으로 인한 피해 사례가 여러 건 발생하고 있어 불안과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아파트에서 1.5㎏의 아령이 떨어져 50대 여성의 어깨와 갈비뼈가 골절됐으며, 떨어진 보도블록 파편에 맞은 어린아이가 찰과상을 입기도 했다.

 아파트 물건투척은 대부분 초등학생을 비롯해 어린이들의 호기심이나 장난에 의해 발생하고 있어 부모의 주의가 특히 요구된다.

 가벼운 물건이라도 높은 곳에서 던지면 사람이 죽거나 크게 다칠 수 있음을 자녀들에게 알려 줘야 한다. 아울러 복도, 창문틀, 옥상난간 등에 물건을 올려놓지 않음으로써 자칫 발생할 수 있는 낙하사고를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다.

 아파트 물건투척으로 피해자가 발생할 경우, 형사상 상해 등의 처벌을 받게 될 수 있으며 민법상 손해배상 책임도 발생할 수 있다.

 미성년자는 법적 보호자인 부모에게 민사소송 제기가 가능함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20층 높이에서 떨어진 1.5㎏ 아령은 100㎞의 속도로 달리는 차와 부딪히는 정도의 충격을 준다고 한다. 약간의 주의만 기울인다면 이러한 안전사고는 얼마든지 예방할 수 있다.

 국민의 48.6%가 아파트에 거주하는 등 현대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주거 형태는 아파트다. 아파트를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생활환경의 안전성이다. 단지 내 곳곳에 설치돼 있는 CCTV, 차단시설 등이 범죄로부터 보다 안전하게 보호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범죄로부터 안전뿐만 아니라 물건 투척 등 각종 안전사고에 대해서도 우리 모두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는다’는 속담이 새롭게 다가오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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