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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태우 한국외국어대 초빙교수
요즈음 자유한국당은 6·13지방선거에서 국민들로부터 민심이탈의 사형선고를 받고 위기 속에서도 재창당이란 절호의 기회를 갖고 있지만, 이마저 거부하는 한 줌도 안 되는 일부 당권을 쥔 세력들의 저항으로 개혁의 길을 가고 있질 못하다. 그렇지 않아도 언론이 과연 공정한 보도를 하고 있는가라는 의구심이 들고 있는 정치사회 환경에서 당(黨)의 모습마저 흩뜨러져 민심의 버림을 받고 있는 형국이니 답답한 맘을 어디에 둘지 더 답답한 맘이다.

 실타래처럼 꼬인 복잡한 당내 구조를 뒤로하고, 7월 4일 당내 현역의원, 당협위원장, 책임당원들의 모임인 ‘자유미래포럼’ 주최로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진행된 ‘창조적 파괴를 통한 재창당 방안 모색’이란 제하의 긴급정책토론회에서도 옥도정기식 처방으로 물 타기를 하는 일부 당의 흐름을 비판하고, 대수술을 해야 하는 당의 현실에 대한 깊은 인식과 강도 높은 처방을 주문하는 진성당원들의 목소리가 터저 나와서 중병을 앓고 있는 당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줬다. 토론자로 참석한 현역의원들의 목소리도 지금과 같은 땜빵식 처방으론 멀어진 민심을 모으는 작업이 쉽지가 않음을 시인하는 자리였다.

 나는 이날 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석해 분명하게 부글부글 끓고 있는 당원들의 목소리를 강하게 당의 지도부를 향해서 전달했다. 당이 지난 선거서 민심(民心)이라는 강한 핵폭탄을 맞았는데도 마치 수류탄 맞은 것처럼, 여전히 책임지고 물러나야 하는 사람들이 권한을 행사하면서, 당심, 민심과 격리된 상태서 준비위원회니, 비대위원회를 운운하는 것 자체가 이미 도덕성을 상실할 탕자처럼 국민들에게 비춰지고 있는 모습을 그들 스스로만 모른단 말인가?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가 아닌가? 민주공화당 민주정의당 민주자유당 한나라당 새누리당 자유한국당 등으로 당명을 바꾸면서 정치적으로 많은 시련이 있을 시에는 비상대책위도 꾸리고 처방도 내놓고 일정 부분 위기를 극복한 사례들도 있지만, 지금 2018년의 상황은 과거와는 판과 구조가 다른 큰 총제적인 당과 나라의 위기라는 인식을 더 강하게 해야 할 것이다.

 문재인 정권은 야권의 견제장치가 부실한 틈을 타고 자신들의 정치철학을 매우 빠른 속도로 한반도 전체의 새로운 판을 짜는 일에 적용해 보고 있는 중이다. 판문점선언의 한반도 비핵화 뜻이라든지, 낮은 단계의 남북연방제 등등 실체가 본질이 불문명한 언어를 구사하면서 대한민국의 헌법이 명시하고 있는 1948년의 건국정신이 부정되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국가의 통치이념이 변질되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국민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당의 부실한 모습과 전의가 상실된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구성원들의 나태와 무기력이 이러한 비정상성을 더 심화시키는 일에 일조하고 있는 역사적인 책임을 훗날 어찌 진단 말인가? 21세기 정당의 역할을, 권위주의 틀을 나와서 네트워킹을 자산으로 당의 이념과 철학을 교육하고 진성당원 위주로 당의 인재를 발굴 양성하는 역할을 충실히 해야 국민 속에 뿌리 내리는 정당이 될 것이다.

 국회 내의 원내정치를 책임진 원내대표와 그 외 지구당 관리, 조직, 홍보, 전략, 그리고 정치교육 등을 담당하는 당의 당무 대표를 중심으로 유기적이고 이원적인 구조를 다시 짜서 진성당원들의 목소리가 당의 지도부에 매일 잘 전달되고 당의 이념과 철학이 살아 숨 쉬는 당의 조직을 새로 짜야 할 것이다. 아무리 세상이 바뀌어도 형식은 변할지 몰라도 본질은 변하지 않는 것이 아닌가? 그동안 우리 사회 내에서 좌파들이 만들어 놓은 프레임 중에서 보수는 수구꼴통이라는 조작된 이미지의 문제점을 분석해 국민들에게 올바르게 이해시키고 오히려 수구좌파들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가치 문제를 놓고 좌파진영과 치열한 논쟁을 벌이면서 보수의 위상을 새롭게 정립해 가야 할 것이다.

 북한의 독재체제가 양산해온 인권문제, 그리고 호시탐탐 우리 민족끼리를 미끼로 우리 사회 내 남남갈등 조장 선전선동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안보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정통 보수담론을 수구꼴통으로 매도하는 위선의 좌파세력들의 실체를 해부해야 한다. 그들과의 이념전에서 승리해 멀어진 민심을 되돌리는 거대한 가치 재창조작업이 재창당과 함께 전개돼야 할 것이다.

 나는 지금 한반도 주변에, 그리고 대한민국 사회 내의 담론을 일구는 많은 언론과 주류 세력들이 주도하는 검증되지 않은 위장평화 공세는 매우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북핵 문제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허장성세(虛張聲勢)의 과장된 평화통일 담론보다는 현실을 직시하는 현실담론이 빨리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한국당이 제대로 당원 중심으로 다시 시작해 창조적 파괴를 통한 재창당이 올해 안에 마무리되기를 간절히 염원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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