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후에 수도권 2천500만 명이 있다." 인천지역 각종 사업의 수익성을 현혹할 때 걸핏하면 써 먹는 말이다. 장(場)을 펼치면 잠재적 고객인 수도권 시민은 알아서 온다. 구태여 수요자 입맛에 맞추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 기암괴석에 낙조가 우아한 인천 용유해변이 그렇다. 고객의 욕구는 중요치 않았다. 된다 싶은 업종은 너도 나도였다. 도로나 주차시설은 내 몫이 아니었다. 그 부작용은 반짝하는 한철의 장사였다. 손님의 발길은 ‘기꺼이’가 아니라 ‘마지못해서’였다. 지금 왕산해변은 도시개발사업으로 새 휴양지를 꿈꾸고 있다.

 하지만 찬반양론도 꿈틀거린다. 본보는 사업자와 주민 입장을 담아 미래의 청사진을 그려 본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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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구 을왕동 왕산해변 전경. /사진=김종국 기자
지난 2일 피서철을 맞은 인천시 중구 왕산해변은 덧없이 한산했다. 최근 중구가 이 일대에 즐비했던 무허가 횟집 등을 철거하면서 해변 풍경은 더욱 을씨년스러웠다. 한두 명의 상인들은 해수욕 개장에 따라 파라솔과 튜브 등을 손질하고 있었다. 해변과 접한 폭 6m 도로(을왕동 810-93) 쪽엔 새로 지은 지상 4층 규모의 펜션과 3층짜리 카페가 우두커니 서 있다.

이 일대는 경제자유구역 지정으로 2003년부터 2014년까지 10년 넘게 개발이 묶였다. 그러자 용유지역에는 횟집 등 수백 개의 가설건축물이 난립하면서 약 90%가 무허가 영업을 해 왔다. 건물 신축 규제가 일단 풀리자 이곳 땅 주인들은 숙박시설과 카페를 지었다. 을왕리 해변 일대에 바닷가가 보이는 카페가 성업하자 본뜬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4월 출범한 ‘왕산비치 도시개발조합 추진위원회’는 이 같은 형태의 건물 신축이 왕산해변을 을왕리 해변화(化)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홍인표 추진위 관리본부장은 "현재 왕산해변은 도로, 주차장 등이 부족해 해수욕 관광객이 큰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며 "계획적이지 못한 조잡한 건축물이 계속 들어서면 을왕리 해변이 보여 준 악순환이 이곳에서 재현될 수 있다"고 했다.

특히 왕산해변은 도시개발구역 사업을 위한 지장물이 아주 적고 주변 관광 인프라(왕산마리나·인스파이어카지노리조트·인천국제공항)가 풍부해 휴양지 조성을 위한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반면 이 일대를 상업이나 준주거지역으로 용도를 변경하지 않더라도 자연녹지 상태에서도 얼마든지 개발이 가능하다는 입장도 있다. 자연녹지라도 도로와 맞닿아 있고 배수에 문제가 없다면 지구단위계획(건폐율 20%·용적률 80% 이하)에 따라 건물 신축이 가능해서다. 30년 넘게 이곳을 지켜 온 오병옥(75·비치하우스 대표)씨를 비롯해 해변 인근을 소유한 43명의 주민들이 이번 개발사업을 반대하는 이유다.

오 씨는 "29년 전 이 일대 땅 2천여㎡를 사들였다가 개발제한에 묶여 수십 년간 빚쟁이 생활을 해 왔다"며 "재작년부터 규제가 풀려 땅도 팔고 이제야 건물을 지을 수 있게 됐는데 시장 원리에 맞지 않는 조합 방식, 환지 방식 개발에 찬성할 수 없다"고 했다.

이곳 해수욕장에 1천300여㎡의 땅을 가진 조일현(68)씨는 "가진 땅의 절반만 돌려주는 토지부담률(50%)에 동의할 수도 없고, 사업이 틀어질 경우 책임질 사람이 없어 신뢰할 수 없다"며 "다들 상업용도의 땅을 받고자 할 터인데, 연줄이 없는 토지주들은 손해를 보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김종국 기자 kj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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