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은 ‘국가 지도자의 정치적 신념에 의한 무리한 사업 추진이 얼마나 심대하게 국민 혈세와 분열을 야기하는 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지난 4일 감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모든 사업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뜻에 따라 일방적으로 진행됐고, 관련부처는 제대로 검증도 하지 않은 채 사업을 추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청와대의 지시’에 맞춰 국토교통부는 배가 다닐 수 있도록 6m 깊이로 준설해야 한다고 보고했고, 환경부는 수질오염 우려에 관한 표현을 보고서에서 삭제 또는 완화했으며, 기획재정부는 4조 원의 손실을 수자원공사에 떠넘겼다. 전문성을 발휘해야 할 공무원 조직이 오히려 정권의 나팔수가 되어 사업에 대한 명분 쌓기와 비판 여론 잠재우기에 몰두한 것이다.

 국가의 시스템이 이토록 허술했다니 걱정스러울 따름이다. 더 큰 걱정은 이러한 일들이 제목만 바뀐 상태로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대표적인 예다.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에 의해 경제적 현실성, 과학적 합리성은 무시된 채 성급하고 일방적으로 추진되는 모양새가 흡사 4대강 사업의 판박이 같다.

 탈원전으로 인한 국가적 손실도 막대하게 발생하고 있다. 월성원전 1호기 조기 폐쇄에 따른 수천억 원의 손실,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 중단으로 발생된 1300여억 원의 비용 등은 모두 국민이 낸 전기료로 충당하게 될 것이다.

 이런저런 부담이 늘면서 한전의 부채도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다. 조만간 4차 산업혁명과 전기자동차, 대북지원을 위한 전기 수요까지 증가할 판인데 뚜렷한 전기공급 대책이 보이질 않는다. 4일 나고야 고등법원이 오오이원전 3·4호기에 대한 중단 청구 재판에서 "원전 위험성이 사회 통념상 무시할 수 있는 수준으로 관리·통제되고, (중략) 일본에선 지난 40년간 규모 5.0 이상 지진이 4천여 건 발생했지만, 원전이 파괴된 사례가 없다"며 기각했다. 우리의 탈원전 정책을 원점에서 제대로 검토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주는 판결문이 아닌가 싶다. 4대강 사업이 우리에게 준 교훈은 ‘지도자 개인의 정치적 신념이 국가의 시스템과 절차를 무시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니체의 말처럼 ‘거짓보다 더 위험한 적은 자기 확신’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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