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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택 평택경찰서 수사과장 경정
평택에 사는 A씨는 상을 치르면서 돌아가신 아버지 명의의 차량을 처분하고자 아버지 명의의 위임장을 만들고 인감증명서를 발급받았다가, 사문서 위조죄로 경찰서에 고발당해 처벌받을 처지가 됐다. 이런 사건은 예외 없이 형사처벌을 받게 되는데, 보통 피고발인들이 잘못 안 것은 "돌아가신 분의 부동산, 차량 등 재산을 정리하려는데 내가 자식이니 돌아가신 분의 인감증명서를 발급받아도 괜찮겠지?"라면서 주민센터에서 돌아가신 분의 명의로 ‘인감증명서 발급 위임장’을 함부로 작성해도 괜찮겠다고 착각한 것이다.

 그러나 사망자 명의의 위임장을 작성하는 행위는 형법상 사문서 위조죄에 해당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되는 처벌을 받게 되므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또한 인감증명 부정 발급이 상속인 중 일부에 의해서만 이뤄져서 결국 상속재산 처분에 동의하지 않은 다른 상속인과 분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행정기관에서는 2003년 인감증명 전산화를 계기로, 사망신고가 접수되면 사망일 이후부터 사망 신고일까지 사망자의 인감증명 발급 여부를 조회해 인감증명서를 발급받은 사례가 나타나면 반드시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있으니, 인감증명서 부정 발급은 반드시 적발된다고 생각해야 한다. 또 어떤 지역에서는 화장장에서 화장 접수 자료가 관공서에 통보돼 적발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요즘 읍면동 주민센터에는 사망자 인감증명서를 함부로 발급받으면 고발된다는 안내판까지 붙여놓고 있으니, 몰랐다고 변명해도 소용이 없다. 현행법에서는 대신 정당한 절차를 거쳐 재산정리가 가능하도록 절차를 마련해두고 있다. 예컨대 자동차등록사업소에서 돌아가신 분 명의의 차량을 폐차하고 싶다면 인감증명서 대신에 ‘상속을 증명하는 서류’, 즉 돌아가신 분(피상속인)의 기본증명서, 가족관계증명서를 제출하면 된다.

 마찬가지로 부동산 등기소에서도, 예컨대 돌아가신 아버지께서 타인과 부동산 매매계약을 한 이후 등기 신청 전에 돌아가셨다면, 아버지의 인감증명서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상속을 증명하는 서면, 돌아가신 분의 기본증명서, 가족관계증명서, 친양자입양관계증명서, 제적등본을 발급받아 피상속인의 거래 상대방과 공동으로 소유권 이전등기를 신청할 수 있다. 결국 사망자 명의의 재산을 정리할 때에는 반드시 사망신고를 끝낸 다음에 법적인 상속 절차를 밟아야 하고, 재산 이전 과정에서 의문이 있으면 관계 공무원에게 충분히 문의해야 한다. 그래야 상 치르고 나니 전과자가 되는 황당한 일이 없을 것이다.

 아울러 인감증명서 말이 나온 김에 지금까지 발생한 인감사고와 예방법을 알려주려고 한다. 민사소송법 제358조에 "사문서는 본인 또는 대리인의 서명이나 날인 또는 무인이 있는 때에는 진정한 것으로 추정한다"라는 규정이 있다. 쉽게 말해 본인의 도장이 찍혔다면 "본인이 찍었겠지"라는 추정을 할 수 있고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바로 그 문서는 ‘본인의 의사에 의해 만들어진 진정한 문서’로 본다는 것이다. 특히 인감도장은 본인의 의사를 입증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기 때문에 거액의 부동산 거래 등에 있어서 자주 이용되는 것이다. 따라서 인감도장이 도용돼 일어나는 사고는 매우 큰 사고이고 막대한 재산상 손해를 입을 수도 있다.

 따라서 평소 인감도장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하며, 인감증명서는 일단 발급되면 3개월까지는 다른 용도로(부동산 매매용은 제외하고) 유효하게 쓸 수 있으니 일단 사용하고 나면 즉시 폐기해야 한다. 또 인감의 대체 수단으로 2012년 12월부터 시행된 ‘본인서명사실확인서’라는 것이 있는데 신청자가 직접 행정기관을 방문해 계약서 등에 본인이 서명했다는 사실을 행정기관이 확인해 주는 제도이다. 인감과 달리 사전신고가 필요 없고 전국 어디서나 신분증을 지참하고 읍면동 주민센터 등을 방문하면 발급이 가능한 편리한 제도이다. 또 도장 분실이나 대리 발급으로 인한 사고 가능성을 예방해준다. 중요한 거래를 앞두고 있다면 본인서명 사실확인서를 떠올려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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