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대 용인시의회가 여론과 언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비난의 화살이 향하는 곳은 시의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다. 시민들이 부여한 다수당이라는 힘을 시작부터 ‘독주’와 ‘독식’을 위한 무기로 악용한 탓이다.

익히 알려진 대로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3일 자유한국당과의 의장단 배문 문제가 접점을 찾지 못하자 이틀 연속 단독으로 본회의를 열어 의장과 부의장, 상임위원장 5명 등 의장단 7자리를 전광석화처럼 싹쓸이하는 ‘호기’를 부렸다.

의장이야 여야가 이견이 없는 만큼 다수당에서 차지하는 게 자연스럽겠으나, 부의장과 상임위원장까지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는’ 광경을 목도하면서 벌어진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칼자루를 잡은 손을 칼날로 옮겨야 하는 상황인데도, 비난의 화살이 오롯이 여당을 조준할 게 뻔한데도, 서둘러 의장단을 구성할 수밖에 없는 남모르는 속사정이 있었는지는 알 길이 없다. 물론 확인되진 않았지만 야당이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무리한 요구를 했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여당을 향한 비난이 비켜갈 순 없다. 원 구성을 며칠 미룬다고 천지가 개벽하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의사정족수(15명)를 웃도는 18석의 의석을 차지한데서 오는 자만감이었을까. 어느 누구도 ‘왜’라는 물음에 직접적인 답변은 없었다. "정말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시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 사과드립니다. 면목없는 일입니다." 이건한 의장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밝힌 현 사태에 대한 입장이다. 그 어디에도 여당 단독으로 본회의를 열어 의장단을 독식하게 된 배경과 연유를 찾을 길이 없다.

여하튼 용인시의회는 여당 단독 원 구성을 통해 ‘개문발차’했다. 개문발차는 차가 비록 출발했지만 언제든 손님을 태울 수 있다는 의미다. ‘손님’을 모두 태우고 ‘폐문발차’ 했더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겠지만 일은 이미 벌어졌다. 이제 남은 건 손님들이 버스에 탑승할 수 있는 시간과 명분을 주는 일이다. ‘입석’인지, ‘좌석’인지도 탑승자 입장에선 중요할 게다. 야당은 10일 ‘의장단 총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버스 탑승의 명분을 의장단 총사퇴를 통해 찾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여야가 어떤 출구전략을 택할지 자못 궁금하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