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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은영 임시공간 대표
2016년 10월 문화주권 발표 전후, 인천시립미술관 관련 몇 차례 공론의 장이 있었다. 인천아트플랫폼 입주 작가로 가상 미술관인 인천시립미술관 프로젝트를 이전부터 기획하고 진행하고 있어 몇 번 참관했었다.

 시립미술관은 시민들과 시각문화예술이 도시에서 만날 수 있는 공공의 장(플랫폼)이란 의미가 가장 중요한데, 토론회와 보고서엔 시민은 없고, 광역시 중에 유일하게 미술관이 없다는 한과 욕망을 쏟아 낸 미션과 계획들만 부유한다.

당시 시민 234명을 대상으로 인천시립미술관 수요 조사를 했을 때, 약 70%가 인천시립미술관 부재조차 몰랐다. 시민들이 미술에 관심이 없다 결론내기 쉽지만, 달리 보면 지역에서 미술의 존재와 인천시립미술관에 대한 공론에 대한 현실적 자각이 필요하다.

부지 선정 그리고 시립박물관 이전과 시립미술관 건립 그리고 방향성과 계획에 대한 이야기들을 하지만, 전반적인 공론의 과정은 불투명하고 계획은 시민을 향해 있지 않다. 문화예술 활동이 공공 자본과 제도에 의존적인 상황에서 지자체와 관련 기관과 담당자들과의 건강한 긴장 관계와 대안을 위한 토론이 필요하다. 다만 10여 년 인천시립미술관 공론의 장에서 지자체와 공공기관에 요구하는 것들은 쏟아내지만, 지역 미술계는 무엇을 준비하고 어떤 역량을 가지고 있는가에 대한 논의와 대안은 찾기 어렵다.

미술관 정체성과 관련된 해외 사례는 대학원 수업에서 들었을 법할 만큼 전형적이고 진부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소장품 부분에선 지역 정체성과 지역 작가를 주장하고, 중간보고에선 개관 전 작품 구입 준비 예산이 300억 원이다. 미술관 정체성도 지역 미술에 대한 기초 연구와 인력도 거의 없는 상태에서 어떤 기준과 내용으로 개관 전 작품 구입을 하는가. 부산현대미술관 개관 전 소장품 추천 심의 참여 당시 1/10의 적은 예산이었지만, 현대미술과 지역 관계적 작업 사이 접점을 찾아가려는 미술관 전문 인력들의 노력을 경험했다.

소장품을 완성형으로 가져가기보단, 등록에 필요한 만큼만 구입하고 이후 연구와 전시 활동으로 구입하자고 제안하는 것이 현실적이지 않을까. 뮤지엄파크 내 사택을 작품 매매가 가능한 갤러리를 구상한 것을 신박하다 해야 할까 싶다가도, 비영리 전시공간들이 사례란 점도 의아하다. 과연 공론의 과정인 연구 용역이 이것저것 가져다 붙여 놓은 아무 말 대잔치인가.

지역미술(가)에 대한 연구 부족과 전문 인력이 참여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공허하다. 지역에서 주요 단체들은 공공기금으로 이벤트성 연례 전시나 행사를 반복한다. 민간영역에서 지역 미술 연구가 부재한 상황에서 다양한 지역 미술의 담론과 비평의 기반은 온전히 공공 영역의 책임일 뿐이다. 인천여성미술비엔날레, 평화미술제 등 지속성이 없었던 행사들의 문제점 중 하나가 미술과 지역성의 새로운 관계를 엮을 기획력이 없었다는 결론 역시 반복한다. 인천시립미술관은 청년들이 미술을 매개로 지역에서 활동할 수 있는 새로운 장이다. 지역 미술 대학은 실기 중심으로 현장에 관심이 없고, 대학 미술관조차 없다. 민간 미술관도 이름만 미술관으로 경력인정 대상 기관도 아니라 학예사 자격증을 딸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인천의 지역 정체성을 다양하게 재해석하는 연구력과 기획력을 가진 새로운 큐레이터들을 기대할 수 있을까. 지역 미술계의 다음 세대를 위한 준비는 없다.

인천시립미술관은 지역 미술계의 모든 부재와 결핍을 해결하는 만능 키가 아니다. 전략적 선택과 집중으로 공공의 장에서 실질적인 위치를 점유하며 대안을 만들며 논의를 이어가되, 시립미술관이란 제도와 시너지를 만들 수 있는 민간 영역의 기반도 함께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인천시립미술관이 하나의 계기로 시민들이 일상에서 시각문화예술의 새로운 상상과 실천의 주체로 함께하는 다양한 장들이 생겨날 것이다. 공공 자본과 제도를 상대로 지역에서 시각문화예술의 새로운 가능성과 희망을 만들고자 할 때, 지역 미술계는 과연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을 것인지 자기성찰과 실제적인 준비가 먼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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