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 민폐 좀 끼치고 살겠습니다
고코로야 진노스케 / 걷는나무 / 1만4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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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모두가 폐 끼치며 살아가는데 왜 나만 참고, 버티고, 억지로 웃어야 하죠?"

 열심히 노력하며 살아도 문득 억울해질 때가 있다. 맡은 일이 마무리되지 않았는데도 퇴근시간이 되면 칼같이 퇴근하는 옆자리 동료부터 어디서나 할 말 다하고 다녀서 매번 분위기 수습은 내 몫으로 만드는 친구, 쥐꼬리만 한 월급 쪼개 가며 아등바등 살고 있는데 저축은커녕 하고 싶은 일만 하며 해마다 해외여행을 즐기는 지인까지. 세상 사람들은 다 자유롭고 마음 편히 사는데 나만 참고, 버티고, 억지로 웃으며 살아가는 것만 같다.

 이기적인 사람으로 보일까봐, 나의 평가가 떨어질까봐, 괜한 싸움을 만들고 싶지 않아서 등 이런저런 이유로 언제나 하고 싶은 말을 속으로 삭인다. 그러나 그 스트레스가 쌓이고 쌓이다 보면 어느 순간 억울함이 폭발한다.

 이런 무례한 사람들 때문에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심리상담가인 저자는 "짜증나는 그 사람을 따라해 보라"고 조언한다. 사실 그들의 말과 행동이 거슬리고 불쾌한 이유는 그 자유로움이 부럽기 때문이다. 자신은 인간관계나 현실적인 문제들로 계속해서 많은 것을 신경 쓰며 살아가는데, 그들은 그런 것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살아가니 배가 아픈 것이다. 그들은 남들이 자신을 뭐라고 생각하든 전혀 상관하지 않는다. 살면서 누구나 폐를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남들이 자신에게 폐를 끼쳐도 별로 화가 나지 않고 자신 역시 폐를 끼치는 데 덜 미안해한다.

 만약 당신이 타인의 평가에 신경 쓰고 있다면,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어서 억지 미소를 짓고 있다면, 다투는 게 싫다는 이유로 솔직한 마음을 억누르고 있다면 이제라도 이 책을 펼쳐 "저도 민폐 좀 끼치고 살겠습니다"라고 선언하도록 하자. 이 책은 당신에게 ‘세상에 휘둘리지 않고 나를 지키며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 줄 테니까.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이도우 / 시공사 / 1만3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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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좋은 이유는 그저 한 가지. 내 창을 가리던 나뭇잎들이 떨어져 건너편 당신의 창이 보인다는 것."

 해원은 그림을 가르치던 일을 그만두고 후도하우스 펜션을 운영하는 이모 곁에서 한동안 지내기로 한다. 노부부가 살던 기와집이 작은 서점 ‘굿나잇 책방’으로 바뀐 것을 보고 의아해한다.

 논두렁 스케이트장에서 일하던 은서는 그의 닫힌 책방을 기웃거리는 해원을 보고 멈칫 놀란다. 언젠가 그에게 무심히 겨울 들판의 마시멜로 이름을 묻던 이웃집 그녀가 돌아왔으니까.

 저자 이도우는 중앙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라디오작가와 카피라이터로 일했다. 공진솔 작가와 이건 PD의 쓸쓸하고 저릿한 사랑 이야기를 그린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이종사촌 자매 수안과 둘녕의 아프고 아름다운 성장과 추억을 그린 「잠옷을 입으렴」을 썼다.

 작가 특유의 따뜻한 시선과 깊고 서정적인 문체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천천히 오래 아끼며 읽고 싶은 책’이라는 평가를 듣고 있다.

 나비
 글 에쿠니 가오리·그림 마츠다 나나코 / 창비 / 1만2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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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하고 세련된 문체와 감성 화법으로 일본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는 베스트셀러 작가 에쿠니 가오리의 그림책 ‘나비’가 미디어 창비에서 출간됐다.

 에쿠니 가오리는 이미 소설가로 널리 알려졌지만 그림책과 동화, 번역과 에세이 집필까지 폭넓게 활약하면서 일본 문학 최고의 감성 작가로 자리매김했고 요시모토 바나나, 야마다 에이미와 함께 영역을 넓히면서 참신한 감각을 구현하는 독자적 작품 세계를 일궈 왔다.

 1992년 「반짝반짝 빛나는」으로 무라사키 시키부 문학상을, 2004년에는 「울 준비는 되어 있다」로 나오키상을 수상해 일본의 3대 여성 작가로 손꼽힌다. 그림책에 대한 조예 역시 상당히 깊은 것으로 알려진 그는 마가렛 와이즈 브라운, 데이비드 위즈너, 루드비히 베멀먼즈와 같은 영미권 아동작가들의 작품을 번역하기도 했다.

 「나비」의 번역은 가장 좋아하는 일본 작가 중 하나로 에쿠니 가오리를 꼽는 작가 임경선이 맡았다. 감각적이고 세련된 감수성을 자랑하는 에쿠니 가오리와 솔직한 이야기와 정갈한 문체로 사랑받는 임경선의 절묘한 협업으로 최고의 완성도를 자랑하는 그림책으로 새롭게 탄생한 「나비」를 국내 독자들에게 선보인다.

  이병기 기자 rove0524@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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