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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종현 전 SK네트웍스 중국 사장
# 역사인식에 대한 백가쟁명(百家爭鳴)의 시대

 지금까지 우리는 신라가 고구려와의 전쟁에서 승리해 통일하기까지 약 600년간의 시기를 삼국시대로 배워왔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이 시기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역사에서는 별로 다뤄지지 않던 가야를 우리 역사의 한 주역으로 포함해 "4국시대로 인식해야 하지 않는가?"하는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한편 역사와 여행을 엮어 친근한 생활 역사로 인식하게 만든 석학 명지대 유홍준 교수는 기원후부터 신라가 통일하기까지의 약 600년간을 우리의 백제와 뗄래야 뗄 수 없는 역사인 야먀토 矮(왜)를 포함해 5국 시대로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우리는 신라가 고구려를 격파한 668년부터 마지막 왕인 경순왕이 고려의 왕건에게 항복한 935년까지의 약 250년간을 통일 신라시대로 분류하고 있으나, 적지 않은 재야 사학자들은 발해(AD 698~AD 926)가 고구려를 계승했다는 정통성 차원에서 동 시기를 신라와 발해의 2국시대로 인식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으며 나라를 걱정하는 많은 지성인은 상기 주장은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다. 실제로 북한에서는 통일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것이 아니라 고구려의 후예인 발해와 2국 체제를 유지했다고 가르치고 있다.

# 지난 교과서 국정화 사태를 바라보며!

 불과 2년 전 우리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쟁으로 국론이 양분돼 블랙홀같이 모든 사회 이슈를 빨아 들이는 현상을 경험한 바 있다. 그런데 이 내용을 살펴보면 논쟁의 대부분이 1960년대 이후의 현대사에 대한 인식 차이가 주를 이루었고 실제로 삼국시대와 통일신라에 대한 재해석 등에 대해서는 토론 거리조차 되지 않았다. 특정 정치인의 부친이 주도한 군사 쿠데타와 1970~1980년대 경제 발전에 대한 인식 차이가 주종을 이뤘다고 생각한다. 나는 최근에 한일관계에 대한 보다 나은 미래를 이해하기 위해 늦은 나이지만 방송통신대학교 일본학과에 입학해 현재 졸업을 앞두고 있다. 거기서 발견한 재미있는 사실은 적지 않은 일본인이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는데 처음에는 한국에 오래 살다 보니 일본어를 잊어 재교육 차원에서 입학했겠구나 생각했다. 그러나 최근 이해한 사실은 자신들이 일본에서 대학을 졸업했음에도 일본 역사에 대한 이해 정도가 낮아 이를 체계적으로 보충하고자 하는 생각으로 한국에서 일본 역사를 배우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20세기 이후의 역사는 아예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고 있어서 대부분의 일본인은 전문 서적으로 개인 공부를 하지 않으면 현대사를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 역사인식은 뿌리부터!

우리의 역사 논쟁이 지나치게 특정 정치인의 정치적 위상 변화와도 직접 연관될 수 있는 현대사에 매몰돼 있는 반면 고조선과 삼국시대에 대한 재해석 등에 대해서는 토론조차 이뤄지지 않는 현실이 나에게는 한국의 미래에 대해 조금은 우울한 생각이 들게 하기도 한다. 아직 역사적 공과가 충분히 입증되기 어려운 사안에 대한 평가는 후대 역사가의 과제로 넘기고 우리의 뿌리인 고조선(단군 조선)과 삼국시대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한 토론이 더욱 시급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와 더불어 이웃에 살고 있는 중국은 동북공정으로 우리의 고구려사와 발해사를 중국사의 일부로 사실상 편입시켰고, 일제의 한국 지배를 당연시했던 19세기 후반 일본에서 유행한 ‘征韓論’은 사실상 한국 고대사에 대한 주변국의 극명한 인식 차이를 보여 주고 있다. 우리는 산업화 과정에서 속도와 결과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효율을 최우선시하는 실용주의에 익숙해져 속도를 뒷받침하는 근본 이해에 대한 성찰은 소홀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듯이 우리가 뿌리에 대한 상호 공감할 수 있는 인식을 가진다면 지금 논란이 되는 현대사의 인식차이도 어쩌면 쉽게 해결될 수 있지 않나 생각해 보기도 한다. 승리자의 논리로 많은 부분이 변형되고 오염된 1차 사료가 사라지기 전에 우리가 급히 해야 할 일은 시간이 소요되더라도 우리의 뿌리를 다지는 일이 아닌가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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