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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이희숙이라는 작가는 ‘원수를 친구로 만드는 능력’이라는 글에서 링컨 대통령을 예로 들면서 ‘용서’를 링컨의 능력 중 하나로 꼽습니다.

 대통령이 되기 전의 링컨에게는 에드윈 스탠턴이라는 정적이 있었는데, 그는 당시 유명한 변호사였다고 해요. 그러나 교만했던 그는 법정에서 만난 무명의 변호사인 링컨에게 ‘시골뜨기’라며 무례를 범하곤 했습니다. 링컨이 당선되자 "링컨이 당선된 것은 미국의 입장에서는 국가적인 재난이다"라는 독설을 퍼부었습니다. 그런데 링컨은 그를 장관에 임명했습니다. 참모들은 그의 장관 임명을 극렬하게 반대했습니다. 그러나 반대하는 참모들에게 링컨은 "나를 수백 번이나 무시한들 어떻습니까? 그 사람은 사명감이 투철하기 때문에 장관을 하기에는 충분한 사람입니다"라고 말해줬습니다.

 무례하기 짝이 없던 스탠턴에 대한 링컨의 이러한 믿음과 용서는 훗날 링컨이 총탄에 맞아 숨을 거뒀을 때 커다란 감동의 장면을 연출해냈습니다. 쓰러져 죽어가는 링컨을 부둥켜안고 대성통곡을 하면서 스탠턴은 이렇게 울부짖거든요.

 "여기,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사람이 누워 있습니다!"라고요.

 「시크릿, 하루 한마디」라는 책에도 용서가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는지에 대한 좋은 사례가 있습니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초나라의 장왕이 신하들을 불러 연회를 베풀던 중에, 갑자기 강한 바람이 부는 바람에 연회 주위를 밝히던 등불이 모두 꺼져버렸습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장왕이 가장 아끼던 여인을 희롱하는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놀란 여인은 이 사실을 곁에 있던 장왕에게 고했습니다.

 "제가 저를 희롱한 자의 갓끈을 끊어버렸으니, 어서 등불을 켜서 그를 잡아 벌하시옵소서."

 그런데 장왕의 태도는 여인의 바람과는 달랐습니다. 등불을 켜지 말라고 하면서 이렇게 명합니다. "그대들의 갓끈을 모두 끊어서 저기에 던져 버려라!"

 희롱을 했던 사람은 간이 조마조마했을 겁니다. 목숨까지도 내놓아야 할 큰 범죄를 저질렀으니까 말입니다.

 그로부터 3년 후 초나라가 진나라와의 전쟁을 치렀는데, 장왕이 진나라 군사에 의해 포위가 돼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습니다. 그때 저 멀리서 진나라 군사들이 쏘는 엄청난 화살 속을 뚫고 초나라 장수가 달려왔습니다. 그리고 장왕을 자신의 말에 태워 무사히 탈출에 성공합니다. 위험에서 벗어난 곳에 이르러 장왕이 감사를 표하자, 그 장군은 자신이 그 여인을 희롱한 사람이었음을 고백했습니다. 죽음을 무릅쓰고 왕을 구해낸 그의 충성스러운 행위는 왕이 자신을 용서해 준 것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였던 겁니다. 용서한다는 것은 이렇게 의외의 축복으로 되돌아오곤 합니다. 물론 대가를 바라고 용서하는 것은 아닐 겁니다.

 어느 책에서인가 읽은 나폴레옹이 기억납니다. 프랑스군이 다음 날 있을 전투를 위해 라인강변에 텐트를 치고 쉬고 있던 한밤중이었습니다. 몇 시간 후면 벌어질 전투를 생각하느라 잠을 이루지 못하던 나폴레옹은 군인들이 자는 숙소를 점검할 요량으로 나가보았습니다. 각 텐트 앞에는 초병이 한 명씩 서서 경계를 하고 있어야 하는데, 어느 텐트 앞에는 초병이 쪼그리고 앉아 졸고 있는 게 아닌가요? 군기가 세기로 유명한 나폴레옹의 군대였는데 말입니다.

 나폴레옹이 손가락으로 초병의 모자를 톡톡 건드리자 눈을 뜬 초병은 기겁을 하고 말았습니다. 벌벌 떨면서 죽을죄를 지었다고 말하는 초병에게 나폴레옹은 자신의 손가락을 입에 가져가 ‘쉿!’ 소리를 내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네가 경계근무 중에 졸았던 것을 너와 나밖에 모른다. 자네, 텐트 안에 들어가 조금 자고 나오게. 내가 그동안 경계를 설 테니."

 이 초병은 다음 날 장렬하게 전사했다고 합니다. 조국 프랑스를 위해서라기보다는 자신을 용서해 주었던 나폴레옹을 위해서 말입니다.

 ▣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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