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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선거, 그 이후

정세국 미추홀푸른숲 사무국장

기호일보 webmaster@kihoilbo.co.kr 2018년 07월 13일 금요일 제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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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세국 미추홀푸른숲 사무국장
"나는 소 치는 목동이나 말을 모는 사람들과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음식을 먹고 있소. 우리는 똑같이 희생을 하고 똑같이 부를 나누고 있소. 나는 사치를 싫어하고 절제를 하고 있소." 전 세계의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한 칭기즈칸은 자식들에게 물질적인 천박함이나 허튼 쾌락을 추구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세계 정복을 꿈꿨던 그는 자식들에게 나라를 정복하는 것은 군대를 정복하는 것과 다르다는 사실을 가장 중요한 교훈으로 꼽으며 나라 정복은 민심을 얻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도 명령을 내리는데 익숙했지 자녀들을 교육시키거나 설명하는 데는 부족했다.

1227년 죽음에 이르기까지 세계 ‘통일’의 야심찬 계획을 아들들에게 물려줬으나 사생아인 첫째 주치와 둘째 차카타이와의 부친의 뒤를 잇기 위한 갈등으로 셋째인 오고타이가 대칸에 오르게 된다. 광활한 각국으로부터 공물을 받아 즐겼던 풍족한 생활은 칭기즈칸 사망 직후 시작된 대칸 쟁탈전으로 점차 지속성을 상실하게 된다. 엄청난 양의 전리품과 매해 쏟아져 들어오는 조공물로 인해 사치와 방탕의 길에서 헤어나지 못한 셋째였다. 오고타이칸은 1235년에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가산을 거의 탕진하고 만다. 물론 말을 타고 정복했던 시대에서 앉아서 공물을 접수하는 시기로 바꾸기 위해 이동식 게르가 아닌 성을 구축하면서 많은 재산이 소요됐지만 그가 자신의 쾌락을 위해 던져진 자산은 헤아릴 수가 없을 정도였다. 세 아들에게 각 지역을 할당한 이후 몽골은 손자시대에 이르러 대칸 지위 차지를 위한 심각한 내부 동요 등 대내외적으로 위세가 서서히 위축됐고 세계통일의 기운이 쇠잔되면서 초라한 상태로 남아 있다. 민족 동질감조차 확인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뿔뿔이 흩어지고 말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후광은 6·13 지방자치 선거에서 여당 후보들에게 표를 줬다. 자치단체장은 물론 지방의회까지도 다수 의석을 차지하게 됐다. 전국 광역의원 824명 중 647명이 민주당원이며, 인천시의회는 37명 중 34명이 그렇다. 세계통일을 목표로 넓혔던 칭기즈칸의 점령지역처럼 한반도 남녘 대부분이 푸른색으로 물들여졌다. 야당의 구태의연한 대응도 한몫했으나 전 국민이 판문점 회담에 이은 북미정상회담에 모든 기대를 걸도록 했다. 선거 참패 이후 한 달가량 지났어도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야당에게 거는 희망이라곤 거의 없다시피 됐다. 다만 보수 언론에서는 근저부터 바꿔 보수를 살려야 한다는 명분을 제시하기에 이르렀지만 역사의 긴 안목으로 돌아보는 보수 정치 리더는 아직 숨을 죽이고 있는 듯하다.

좌우 양 날개가 균형을 잡아야 역사의 흐름이 앞으로 이어갈진대 한편을 죽여야 내가 산다는 의식이나 2등은 없어져도 된다는 사고로는 성숙한 민주주의가 깃들기 힘들다. 과하면 탈이 날 수밖에 없듯이 위로부터의 처분만을 기다리는 일방독주의 기회가 다시 펼쳐질 가능성이 클 때다. 이럴 때일수록 집권 정치인들은 더 겸손한 자세로 스스로의 부족함을 드러내고 숨겨진 인재들을 등용해야 한다. 거버넌스(협치)란 말로만 할 수 없는 것임을 행동으로 보여 줘야 한다. 선거과정에서 일어난 잡음 정리에 시간을 보내거나 논공행상이라는 쾌락의 울타리 속에 잠겨버릴 경우 4년 후를 기약하기가 힘들다. 얼떨결에 앉혀진 의자에서 자기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바르게 알기 위해 온몸을 사르는 용기를 갖지 않고는 끼리끼리의 잔치로 끝나고 말 것이다.

"좋은 옷을 입고, 빠른 말을 타고, 아름다운 여자들을 거느리면 자신의 전망이나 목표를 잊기 쉽다. 그런 사람은 노예나 다름없으며, 반드시 잃고 만다"는 칭기즈칸의 교훈은 오늘 우리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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