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서 일한 지 30년이 다 돼 가는데, 도로표지판은 옛날하고 바뀐 게 없네요." 인천 남동국가산업단지 내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50대 근로자의 말이다.

인천지역 국가산단을 표기하는 도로표지판이 30∼50년 전 명칭을 그대로 쓰고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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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동구 구월동 남동고가교 인근 도로 표지판. '남동공단'이라는 남동국가산업단지의 옛 명칭이 그대로 쓰이고 있다. 다음 로드뷰 갈무리
12일 인천시와 각 군·구에 따르면 지역 내 국가산단 인근의 도로표지판에는 ‘남동산단’과 ‘주안산단’, 부평산단’이라는 용어 대신 ‘남동공단’, ‘수출4공단’, ‘수출6공단’이라는 명칭이 여전히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남동공업단지의 줄임말인 남동공단은 1980년대 전두환 정권 때 인천상공회의소의 건의로 만들어진 산단이다. 1980년 11월 기본계획이 세워졌으니 38년 전 명칭인 셈이다. 부평산단과 주안산단은 더 심각하다. 부평산단은 1966년 ‘인천수출산업공업단지’로 시작했다가 한국수출산업공단(현 구로디지털단지)에 합병돼 1970년대부터 ‘한국수출4공단’이라는 이름을 쓰기 시작했다. 주안산단도 1968년 인천비철금속공업단지로 출발해 3년 만에 ‘한국수출 5·6공단’으로 바뀌었다. 무려 반세기가 다 된 옛날 이름이다.

‘공단’이라는 명칭은 1996년 관련법이 개정되면서 ‘산업단지’ 또는 ‘산단’으로 바꿔 불러야 한다. 게다가 지역에서는 산단의 낡은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2011년 남동산단을 ‘남동인더스파크’로, 주안산단을 ‘인천J밸리’라는 브랜드 명칭을 만들었다. 하지만 현재 이 명칭이 쓰이는 곳은 수인선 ‘남동인더스파크역’과 인천도시철도 2호선 ‘주안국가산단(인천J밸리)역’ 외에는 당최 찾아볼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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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동구 간석동 석정삼거리 도로 표지판. '수출6공단'이라는 주안국가산업단지의 옛 명칭이 그대로 쓰이고 있다. 다음 로드뷰 갈무리.
반면 안산은 이미 반월국가산단을 ‘안산스마트허브’로, 시화국가산단을 ‘시흥스마트허브’로 브랜드 명을 정하고 2012년부터 도로표지판에 표기하고 있다.

지역 경제계의 한 관계자는 "안 그래도 청년들이 낙후된 환경과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중소기업 취업을 꺼리는 상황"이라며 "지금이라도 명칭을 올바르게 표기해 산단의 낡은 이미지를 조금이라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 관계자는 "미처 파악하지 못했다"며 "각 군·구 및 산단공 인천본부와 함께 현황을 조사한 뒤 도로표지판 명칭 변경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김덕현 기자 kdh@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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