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비가 여포에게 당하고 허도의 조조에게 위탁해 있을 때였다. 반(反) 조조 음모를 주도하는 동승이 찾아와서 황제의 밀조를 전하면서 유비도 참가해 줄 뜻을 밝히자 동조했다. 이후 유비는 조조의 감시망을 속이기 위해 자택 후원에다 채소밭을 가꾸고 직접 물을 주고 가꾸면서 소일했다. 관우와 장비가 그냥 두고 볼 리가 없었다. 그들이 물었다.

 "형님. 큰일에 뜻을 두지 않고 한갓 농부나 하는 일을 흉내내고 있으니 어찌 된 일입니까?"

 유비가 "그대들은 알 바가 아니다"라고 일축하고는 계속 농사일에 매달렸다. 원래 유비를 동승에게 추천한 이는 서량태수로 있던 마등이었다. 마등은 강골한으로 멀리 서북 땅에서 지방장관으로 있었지만 유비의 입장에서는 조조의 근거지 허도에 볼모나 다름없는 신세였던 만큼 조심하고 또 조심하지 않을 수 없었던 입장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유비의 생각은 그런 정도가 아니었다. 조조라는 걸물을 제거하는 음모라면 빈틈없이 치밀하고 결정적 기회가 오기까지는 철저히 감추고 은밀히 준비해야만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걸 충분히 깨닫고 있었던 것이다. <삼국지리더십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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