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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구 청운대학교 대학원장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월 12일 북미 정상회상회담을 한 이후 아직 이렇다 할 비핵화 시간표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난 주말 마이크 폼베이오 미 국무장관이 평양에서 열린 북미 고위급 회담에 가수 엘튼 존의 ‘로켓맨’이라는 앨범을 주려고 했지만 김정은을 만나지도 못한 채 돌아오고 말았다. 미국의 강한 요구에 대해 ‘강도적 심리’라는 북한 외무성의 유감 표명을 트럼프는 들어야 했다. 그는 미국 내 여론이나 정치 일정에 심사가 편치 못할 것이다.

 김정은이 핵을 포기할 거라고 믿는다면서도 김 위원장에게 줄 ‘작은 선물’(a little gift)이 준비돼 있다고 말하는 모양새로 보아 중국 시진핑 주석을 의식하고 있지 않나 싶다.

 트럼프는 김정은과의 회담을 최소하겠다는 전력(前歷)(5월24일)이 있어, 비핵화에 실패할 경우 ‘리틀 로켓맨’이라며 부르던 시절로 돌아 갈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6일 미국은 중국 상품 340억 달러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더니 10일에는 2천 억 달러의 제품에 10%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발표했다. 중국은 즉각 보복하겠다고 다짐하지만, 중국에 대한 미국의 수출이 적어서 관세로 보복할 힘이 약해 보인다. 중국은 청나라 시절, 영국에 홍콩을 할양하던 허약한 모습에서 벗어나려 발버둥치고 있다.

 ‘도광양회’(韜光養晦) 즉, 빛을 감추고 은밀히 힘을 기르던 정책을 버리고 어설픈 ‘식스 팩’을 자랑하는 ‘굴기’(山屈起)를 이웃나라에 불쑥불쑥 내밀고 있다. 중국이 분열과 팽창을 반복해 오는 긴 역사 속에서, 지금은 거대한 영토를 이루고 있다. 주변 국가들을 바라보는 시진핑의 눈빛은 옛 중국 황제들을 닮고 있다.

 김정은은 그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미국과의 관계가 힘들어 질 경우에 의지해 보려는 속내를 내비친다. 김정은, 트럼프, 시진핑이라는 스트롱맨들이 국가와 개인의 이익과 욕망을 드러내는 세계사의 움직임 속에 우리나라는 평화만을 간구(懇求)해야 하는 것일까?

 이러한 질문에 헤겔 시선 주변을 맴돌아 보자. 헤겔은 역사를 사물이 존재하는 방식, 의미의 원천이라는 개념으로까지 깊은 철학적 인식을 했지만, 한편 역사는 "민족들의 행복, 국가들의 지혜, 그리고 개인들의 욕망이 끌려와서 희생당하고 마는 도살장"이라고 말했다. 개인과 민족, 국가가 교체되고 소멸되는 마당이 역사라는 생각이다.

 역사적으로 희생 없는 행복한 시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세계사는 행복이 거주하는 땅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세계사에서 행복했던 시기들은 비어 있는 페이지와 다를 바 없다는 의미일 것이다.

 헤겔이 볼 때, 세계사는 어떤 법칙에 의해 자동적으로 돌아가는 수레바퀴 같은 것이 아니라 개인의 특수한 욕망과 이기심에 의해 펼쳐지는 정념의 드라마다.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 칸트의 ‘비사교적 사교성’도 그러한 드라마의 속성에 들 것이다. 이 속에서 세계의 주인공들이 갈등하고 소멸하면서 역사라는 양탄자는 짜여진다.

 나폴레옹과 같은 인물은 유럽의 황제가 되겠다는 욕심으로 유럽을 전쟁의 도가니로 몰아넣었지만 프랑스의 발전된 정치, 문화는 유럽 전역에 뜻하지 않게 전파됐다. 나폴레옹과 같은 ‘세계사적 개인’은 타인의 충고를 무시한 채 ‘자신이 가는 길 위에서 죄 없는 꽃들을 무수히 밟고 무수히 뭉개버린다.’

 이런 안하무인격 행위는 비판 받아 마땅하다. 그런 스트롱맨은 역사 속에서 알렉산더 대왕처럼 요절하거나, 시저처럼 살해되거나 나폴레옹처럼 유배됐다.

 세계사적 개인은 자신의 욕망을 추구하면서도 동시에 좀 더 높은 어떤 것을 향할 수도, 그들이 갈망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것일 수도 있다. 세계사적 개인은 내가 의도한 것과 관계없이 ‘거대한 전환’을 가져 올 수도 있다. 헤겔의 ‘세계사적 ‘개인’을 ‘리틀 로켓맨’과 ‘늙은 미치광이’(dotard) ‘시 황제’에게 오버랩해 ‘더 높은 어떤 것’을 향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철지난 착각에 불과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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