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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를 날려 줄 신명나는 춤판이 벌어진다. 인천의 대표적인 문화예술 브랜드로 자리잡은 ‘2018 인천연수국제무용축제’가 ‘오색(五色)의 몸짓’이라는 주제로 오는 21일 송도 트라이볼에서 진행된다.

‘오색의 몸짓’은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무대로 꾸며진다.

# 흰색

이매방류 승무로 막을 올린다. ‘얇은 사 하얀 고깔, 흰 저고리에 흰 장삼’은 온통 순정한 흰빛이다. 수줍은 듯 정면을 등지고 외씨버선발로 사뿐히 내딛는 걸음이며, 하늘을 향해 솟구치는 장삼자락은 차라리 거룩한 합장(合掌)이다. 자진모리장단으로 치닫는 북소리는 관객을 몰아의 경지로 이끌기에 충분하다. 범패 이수자 최경희가 한 마리 나비가 돼 정중동(靜中動)의 진수를 선보인다.

# 검은색&노란색

이어지는 무대는 컨템포러리 팀 메이드인댄스컴퍼니의 ‘검은색, 바람-살아있는 화살’이다. 안무를 맡은 차지은은 육체의 반복되는 리듬과 템포에 주목한다. 검은 대지에 척추를 곧추세우고 두 다리로 딛고 선 인간, 활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비로소 움직임과 공간을 분리할 수 없는 상태에 도달한다.

‘당신이 원하는 것’은 ‘노란색’이다. 얼마 전 세간을 달궜던 ‘미투’ 열풍에 관한 성찰을 담았다. 가해자에게 출구란 없다. 슬픈 현실이다. 무뎌진 인간으로서 감각이, 죽음이 턱밑까지 파고든다. 어느 시인은 이 파도의 끄트머리에 서서 언어가 다 도망갔다고 한탄한다.

# 붉은색

19세기 고전발레 ‘에스메랄다(La Esmeralda)’ 중 로마신화에 나오는 달과 사냥의 여신 다이애나와 사냥꾼 악테온의 사랑을 그린 2인무다. 빅토르 위고의 「노트르담의 꼽추」가 원작이다. 구성과 기교가 탁월해 널리 공연되고 있는 유명 작품으로 붉은색이다. 15세기를 배경으로 매혹적인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를 향한 꼽추 콰지모도의 지고지순한 사랑을 홍석경과 이주은이 그랑파드되로 표현한다.

# 푸른색

제임스 전 안무의 ‘조용한 눈물’은 어느 날 중년 여성에게 소리 없이 찾아온 가슴 먹먹한 감정을 표현한 작품이다.

이번 춤판을 총괄한 박혜경 씨는 "이번 공연은 동서양의 창작세계를 우리네 전통 오방색에 담아 보고자 애쓴 무대"라며 "연수구민뿐 아니라 인천시민들에게 문화향유권의 충족과 순수 창작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자 기획했다"고 말했다.

이병기 기자 rove0524@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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