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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석승 21C안보전략연구원장

‘4·27판문점선언과 6·12미북정상회담 공동성명’ 이후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정세는 과거 어느 때보다 매우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들 선언과 공동성명을 구체적이고 세부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남북한 간, 미국과 북한 간의 실무회담이 판문점에서 잇따라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조명균 통일부장관과 미국의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이 북한을 방문해 남북통일 농구경기대회를 여는가 하면, 통일전선부장 김영철을 만나 북한의 비핵화에 관련된 문제를 논의했기 때문이다. 이런 모든 움직임은 실로 오랜만에 이뤄지는 역동적인 모습으로, 한반도 정세가 그만큼 평화를 향해 전진하고 있다는 점을 알려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내부의 일부 보수세력과 미국의 재야에서는 최근의 남북한 관계, 그리고 미국과 북한 관계를 의도적으로 폄하하거나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이들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거시적 관점에서, 그리고 장기적 차원에서 본다면 이런 접촉과 움직임은 세계 유일의 냉전지역이라 평가되던 한반도가 평화를 일궈나가기 위해 새롭게 변화하고 있는 모습으로 볼 수 있다.

 우리의 속담에 ‘천리길도 한걸음부터’라는 것이 있듯이 이런 모든 노력은 결코 단번에, 그리고 하루아침에 이뤄질 수 없는, 오랜 기간에 걸쳐 꼬여진 실타래를 푸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문제는 대화상대방, 그 중에서도 가공(可恐)할 만한 위력을 가진 핵무기와 중장거리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로 동북아시아 및 한반도 평화를 위협해 왔던 당사자인 북한이 얼마나 진정성을 가지고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임(臨)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동안 북한은 핵문제를 갖고 한국과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를 위협했는가 하면, 이를 매개로 해 갖은 몽니를 부려왔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1992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1994년 ‘제네바 핵합의’, 그리고 2005년 ‘9·19 공동성명’ 등과 같은 약속이었다.

 북한은 이들 합의에서 핵은 오직 평화적으로만 이용할 것이며, 국제사회가 핵관련 물질과 시설폐기를 요구하는 것에 상응(相應)해 경수로 건설이나 중유 제공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북한은 이런 약속이나 합의와는 달리 지속적으로 핵개발에 진력해 2005년 3월에는 스스로 ‘핵보유국’임을 선언했는가 하면, 지금까지 총 6차례에 걸쳐 핵실험을 했다. 이 때문에 ‘겉 다르고 속 다른’ 북한은 결코 믿을 수 없는 반평화적 국가라는 부정적 평가가 이어지는 가운데 유엔을 포함한 국제사회에서는 대북제재 결의를 포함한 각종 압력을 행할 수밖에 없었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내외에서 북한의 핵포기를 위한 ‘완전한 비핵화 조치’가 이뤄지기를 내심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은 현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위원장이 선대(先代) 수령과는 크게 다를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그는 어린 시절 스위스에서 다년간 유학하면서 선진 유럽국가들의 발전된 모습을 피부로 직접 느꼈으며, 나이 역시 이제 겨우 30대 중반으로 급변하고 있는 정세의 흐름을 판독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을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또한 올해에 들어서만 해도 오랜 기간의 칩거생활, 즉 ‘우물안의 개구리’와 같은 ‘안방 군수(郡守)’적인 폐쇄 행태에서 벗어나 판문점과 싱가포르, 그리고 중국을 잇따라 방문하는 능동적인 행태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김정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 그리고 시진핑 국가주석과 직접 만나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했기 때문에 그 어떤 일이 있더라도 반드시 이행되고 실천될 것이라 굳게 믿게 되는 것이다.

 북한을 방문한 이후인 지난 9일 아프가니스탄에서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아직 가야 할 길은 멀지만,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한 약속은 여전할 뿐만 아니라 더욱 강화됐다"고 한 말의 함의(含意)가 앞으로 백척간두(百尺竿頭)의 처지에 빠져 있는 북한의 운명을 좌우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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