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과잉이 치명적인 것은 무릇 예술가들의 영역만은 아닐 테다. 예술 작품의 소재나 등장인물이 전형성(典型性)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과도한 주관적 해석보다는 일반적이면서도 공통적인 본질적 속성을 유지해야 널리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어떤 상황과 타인에 대한 감정의 몰입으로 일순간 ‘헤까닥’ 돌아 삶과 관계의 보편성을 상실하면 예술가이든 정치인이든 기업가·상인·직장인·무직자 할 것 없이 일정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는 돌이킬 수 없는 과오를 남기거나 메울 수 없는 일상의 균열에 직면하는 게 대표적이다. 외상뿐 아니라 오장육부까지 파고드는 내상(內傷)을 입을 수도 있다.

 하지만 회색도시의 반복적인 정형화된 삶을 살다 보면 치솟는 흥분, 오싹한 공포, 절정의 환희, 곧 죽고 싶은 비애 등 감정의 과잉 상태가 줄 수 있는 그 무엇이 있음도 알게 된다. 이는 삶에 대한 새로운 집착과 의지, 타인은 모르는 비밀스러운 활력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황과 타인에 대한 지나친 주관적 해석에서 빚어져 생성된 이 감정은 배출구를 찾지 못하면 거대한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기 십상이다. 그 끝은 폭발일 가능성이 높다.

 ‘입구가 있으면 출구가 있어야 한다’는 말처럼 부푼 감정의 바람을 빼는 일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감정의 미로’에서 성공적으로 탈출하는 길이다. 바람을 빼는 작업은 객관화 혹은 대상화로 불린다. 상황과 타인에 대한 몰입을 일시 중단하고 지속적으로 상황을 되뇌이는 수법이다. 객관화나 대상화는 모두 자신의 안팎에서 발생한 모든 상황과 감정을 하늘에서 내려다 보듯이 타인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사고하는 일이다. 바둑에서는 자신과 상대가 둔 수들을 처음부터 그대로 두면서 상황이 어긋나기 시작한 시점과 그 귀결을 돌아 보는 ‘복기(復棋)’에 해당된다.

만약 자기객관화나 복기로도 감정의 분열과 확산을 가라앉힐 수 없다면 관련 전문가의 책을 탐독해 뇌과학적·심리적 분석을 시작해야 한다. 타인에게 미처 말 못할 사정이라면 익명성이 장점인 온라인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할 수도 있고 비공개 질문을 남겨 유사한 경험이 있는 타인의 조언을 듣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감정 과잉은 득보다 실이 너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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