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부진과 투자 이탈, 고용 참사 등 최근 한국경제가 겪는 대부분의 위기는 외부가 아닌 내부의 잘못된 정책에서 기인한 바가 크다. 물론 성장동력을 결정적으로 약화시킨 ‘규제철폐와 구조개혁의 소홀’이 현 정부의 탓만은 아닐 것이다. 김동연 부총리의 ‘혁신성장’이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공정경제’도 큰 그림에서 보면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최우선 정책인 ‘소득주도성장’만큼은 문제가 크다. 지난 1년간 고용 여건을 더욱 어렵게 하고, 영세 자영업자들을 사회 안전망 밖으로 밀어내며, 기업 투자를 위축 또는 이탈케 하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 그렇다면 소득주도성장을 폐기했을 때 한국경제의 위기도 함께 사라질까.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하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사회 구조적인 변화에 근본 원인이 있기 때문이다. ‘저출산·고령화와 세계 최하위 수준의 노동 생산성’이 그러한 예다. 우리는 이미 저출산·고령화의 늪에 깊이 빠져 들었다. 통계자료를 보면 유례가 없을 정도로 진행 속도가 빠르다.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됐지만 저출산은 오히려 심화됐고, 고령화로 인해 국가가 부담해야 할 복지 지출액도 매년 놀라운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심각하게 추락한 노동생산성’ 역시 해결 난망의 구조적인 문제다.

 특히 전통 제조업의 ‘높은 인건비’와 ‘낮은 단위당 생산능력’은 이제 노사정 타협으로 개선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아무리 몸부림을 쳐도 중국경제에 블랙홀처럼 빨려 들어 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물론 ‘미래에 대한 부작용과 두려움을 감수’하고라도 국가 부흥을 이루겠다는 지도자의 결기, 이를 지지하는 국민의 공감대가 있다면 답이 없는 건 아니다. ‘적극적인 이민정책’이 대표적인 예다. 단일민족이라는 심리적 상징성의 훼손, 예상치 못한 이민 범죄 발생을 감수해야 하지만, 경제성장률·노동생산성 제고와 내수 활성화를 꾀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경제 자유도’의 개선도 비슷한 예다. 쉬운 해고와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지만, 투자와 일자리를 획기적으로 늘릴 것이 분명하다. ‘나무를 키워 성장의 과실을 향유할 것인지, 지금 뽑아 불 쏘시개로 쓸 것인지’ 선택을 해야 한다. 모두들 정답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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