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아.jpg
▲ 조은아 평택시 공보관실 주무관
최진석 교수의 책 「인간이 그리는 무늬」를 보면 "문(文)은 원래 무늬라는 뜻입니다.

무늬는 누가 그립니까? 인간이 그려요. 그럼 인문(人文)은 뭐냐? ‘인간이 그리는 무늬’라는 말입니다"란 구절이 있다.

공직자인 나. 나에게 인간은 곧 시민이다. 최진석 교수의 인문학 명제를 공직자의 관점에서 다시 해석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곧바로 다음 질문이 떠올랐다.

시민이 그리는 무늬? 어떻게 읽을까.

이와 관련해 공직자가 갖춰야 할 두 가지 자세를 생각했다.

첫째, ‘지역에 대한 이해’다. 지역에 대한 역사, 문화, 정서 등 인문학적 감성과 이해가 필요한 이유는 뭘까?

시민과 소통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기 때문이다. ‘함께’, ‘소통’, ‘공유’라는 키워드는 가장 필요한 시정 운영의 가치가 됐다.

그런데 그것이 형식적 구호나 추상적 담론으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 시정을 여는 장을 만드는 차원이 아니라, 그 장에서 시민이라는 동반자와 격의 없이 함께 노닐고 고민하고 어우러져야 한다.

요즘은 연고지가 발령지가 아닌 공직자가 많다. 지역에서 나고 자란 시민의 정서까지 품기 위해서는 시민의 이야기를 경청하려는 노력이 더욱 절실하다.

회피하지 말고 끊임없이 다가가야 한다.‘귀를 여는 것’, 소통의 시작이다.

둘째, ‘사랑하는 마음’이다. 공직자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시민과 행정이 서로 갈등을 겪고 지쳐갈 때가 있다. 다투는 모습이 꼭 부부싸움을 닮았다.

서로 다른 ‘자기만의 언어’로 말하는 것, 문제가 잘 풀리지 않을 때가 많은 것이 그렇다.

큰 틀에서 보면 시민의 생각과 공직자의 생각은 다르지 않다. 지역을 사랑하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갈등을 빚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중심에는 ‘말’의 문제가 있다.

만약 통역관이 있다면 "둘의 말이 사실은 다르지 않다"고 양쪽에 설명할 지도 모른다.

이기주 작가의 「말의 품격」에는 "사람의 체취, 곧 사람의 인향(人香)은 그 사람이 구사하는 말에서 뿜어져 나온다"는 구절이 있다. ‘사랑하는 마음’ 이 향내로 뿜어져 나오는 공직자의 ‘말’, 그것이 품격 있는 소통의 완성 아닐까.

시민이 그리는 무늬, 어떻게 읽을까. 이 질문은 결국 품격 있는 소통을 위해 필요한 공직자의 자세는 무엇인지에 대한 답으로 귀결된다. ‘이해’를 위해 귀를 열고, ‘사랑’을 나누기 위해 ‘말’을 다듬는 것. 어렵고 힘들까? 마음에 정성이 있다면 꼭 그렇진 않을 것이다.

"꽃이 예뻐 보이는 이유는 내 안에 꽃이 있기 때문이다."

TV 프로그램 ‘세상을 바꾸는 시간’의 유명 강사 김창옥 교수의 말이 가슴에 꽂힌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