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ck 3d gpu
바로가기
메뉴로 이동
본문으로 이동

월드컵 16강보다 값진 목표가 있다

나재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 소장/역사소설가

기호일보 webmaster@kihoilbo.co.kr 2018년 07월 17일 화요일 제11면

나채훈 삼국지리더십 연구소장1.jpg
▲ 나재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 소장
"서울에서 월드컵 축구 경기를 응원하고 교토를 관광하거나, 베이징에서 관람하고 원산 앞바다에서 서핑을 즐기는 동북아 남북한과 중·일 공동 대회 개최가 이루어진다면……."

국제축구연맹(FIFA)의 2018 러시아 월드컵이 끝나면서 16강 진출에 실패한 우리 국가대표팀 성적과 세계 랭킹 1위의 독일팀 격파 등 뒷얘기를 하다가 불쑥 누군가 그런 말을 했다.

월드컵 축구가 뭔가? 지구촌을 온통 열광에 몰아넣는 스포츠임엔 틀림없겠으나 축구라는 상품으로 비즈니스를 하는 민간 비영리 국제스포츠단체 FIFA의 ‘기획 상품’임은 분명하다.

그들은 축구의 저변 확대를 통해 파이를 키우는데 큰 관심을 갖고 있으며 중계권을 구입하는 미디어나 스폰서를 구입하는 글로벌 기업, 대회의 성격에 따른 국제적 영향력에서 흥행을 최대한으로 넓히고자 한다.

1년여 전,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를 방문한 인판티노 FIFA 회장에게 동북아 월드컵 공동개최 구상을 내놓은 바 있었다. 당시 그는 2030년 남북한과 중·일 공동 개최 구상에 대해 믿음을 갖고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는 요지의 답변을 했다.

한마디로 괜찮은 생각이긴 하지만 실현 가능성에서 어렵지 않겠느냐는 의사를 내비친 것이리라. 그런데 러시아 월드컵에서 다시 만났을 때는 의외의 말을 했다. 처음에는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 그 사이에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문 대통령의 열성과 추구하는 가치가 힘을 발휘했으며 이제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말한 것이다.

그 사이에 무슨 변화가 있었을까? 우선은 동북아의 국제 정세가 달라진 점을 들 수 있겠다. 북한의 비핵화에 따른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비롯해 중국과 일본이 한반도 평화체제에 적어도 훼방꾼(?)이 아니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그리고 월드컵 출전국이 기존 32개 국에서 2026년부터는 48개 국으로 확대된 것을 들 수 있다. 이미 2026년 월드컵은 미국·캐나다·멕시코의 3개국 공동 개최로 확정됐다.

인판티노 회장은 국제 축구계 비즈니스에서 손꼽히는 인물이다. 그는 유럽축구연맹 사무총장 시절 유럽 챔피언스리그라는 상품을 성공시켰고, FIFA가 각 나라에서 4~5개의 경기장을 활용해 적어도 2개 국가, 많게는 3~4개의 인근 국가가 월드컵 대회를 공동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하도록 관철시킨 장본인이다. 그가 볼 때 동북아의 경제적 힘은 매력적일 것이 분명하다.

세계 인구의 약 4분의 1, 한·중·일의 경제력이면 대회의 주수입원인 입장권, 중계권, 스폰서십 규모가 보통 커지는 정도가 아니다.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도 누구 못지않게 열성적인 것으로 추측되는 작금의 현실이다. 동북아 4개국 공동 개최는 관광산업과 여타 관련 분야에서 엄청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계산을 쉽게 할 수 있으리라.

국제정치적인 면에서도 그 의미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줄곧 적대 및 긴장관계에 있었던 이 지역에 평화와 친선, 경제공동체로 가는 길을 닦을 수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통해 스포츠 안에 정치의 묘수를 담아내지 않았던가. 인판티노 정도의 인물이 이런 여건들을 간과했을 리가 없다고 보는 것이 정상적인 판단이다.

물론 세계적 스포츠마케팅 기업인 스위스의 인프론트사를 완다그룹이 인수하면서 국제 스포츠계에 영향력을 확장하면서 축구광인 시진핑 국가주석을 염두에 둔 중국의 단독 개최 희망이나 일본의 적극적 호응이 기대될 수 있느냐는 난관이 도사리고 있음을 부인하긴 어렵다. 한·중·일이 서로의 가치를 충분히 만족시켜 줄 만한 착한(?) 이웃 관계가 아님은 분명하니 말이다.

그렇다고 지레 주저앉을 일이 아니다. 동북아 4개국 공동 개최는 그 자체만으로도 강력한 메시지가 될 수 있다.

우리와 일본은 2002년 월드컵 대회를 치러본 경험이 있고, 중국 역시 대회 개최를 할 수 있는 충분한 여력이 있다. 48개 참가국을 한 국가 내에서 모두 시합하게 하는 건 운영상 어려움은 물론 흥행 면에서도 그 효과가 크게 줄어들 위험성이 크다.

스포츠를 통한 국제 정치의 긴장과 대립 완화, 동북아시의 지정학적인 해양세력 판과 대륙세력 판의 대결을 평화와 번영으로 변화시키는 첫걸음이 단순한 구상에 머물지 않고 구체적 비전으로 현실화되기를 진정 기대한다.

 ▣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
<저작권자 ⓒ 기호일보 (http://www.kihoilbo.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