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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등학교 교실.(위 사진은 해당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 = 연합뉴스
"지난 30년간 교단에서 같은 내용을 가르치며 아무런 문제가 없었으나 학교 측이 일부 학생과 학부모 얘기만 듣고 나를 성희롱 교사로 낙인찍었습니다. 너무 억울합니다."

인천의 한 사립 여자고등학교에서 근무 중인 50대 국어교사가 성희롱 논란에 휩싸였다. 교과서에 실린 우리나라 고대 가요인 ‘구지가(龜旨歌)’의 문학적 해석이 원인이 됐다.

최근 국어교사 이모(58)씨는 수업 도중 ‘구지가’의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어라’란 구절을 설명하던 도중 거북의 머리가 남성의 성기인 ‘남근(男根)’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학생에게 이 사실을 전해 들은 학부모는 ‘성희롱 발언’이라며 학교에 민원을 제기했다. 학교 측은 해당 학급 학생들을 전수조사한 뒤 자체 성희롱고충심의위원회를 열어 이 교사의 발언을 성희롱으로 결론지었다. 이어 이 씨에 대한 징계 요구와 함께 2학기 수업 배제를 결정하고 시교육청에 이를 보고했다.

이 씨는 징계 내용에 즉각 반발하며 부당함을 호소했다. 그는 국가인권위원회에 학교 측이 성희롱 결정 과정에서 공정한 절차를 진행해 교사의 인권을 최대한 존중했는지와 정당한 교과수업 내용을 성희롱으로 간주한 심의 결과의 타당성 등을 가려 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수업의 전체 맥락을 무시한 채 성희롱했다고 주장한 것"이라며 "학교는 사안을 조사하는 성고충심의위원회에 조사보고서를 내기 전 양측 의견을 충분히 들어야 하지만 그런 과정도 없었다"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이 씨의 감사 요청이 들어오는 대로 학교가 이 씨에게 교체 조치를 내린 절차가 적법하게 이뤄졌는지 살펴본다는 방침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에서 자체 심의를 통해 성희롱이라 결론 짓고 보고한 사안"이라며 "향후 사건 추이를 지켜보면서 시교육청에서 추가로 사실관계를 파악할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해당 학교의 일부 졸업생들은 성희롱 의혹을 받고 있는 교사 이 씨 지키기 모임 결성 추진과 함께 국가인권위원회와 시교육청, 교원고충심사위원회에 민원을 접수했다.

우제성 기자 wjs@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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