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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환 인하대병원 성형외과 교수
정모(28·여)씨는 어느 날 뒷목 부위에서 뾰루지 같은 작은 멍울이 만져졌다. 거울을 통해 육안으로는 잘 보이지 않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내버려 두다가 조금씩 커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손으로 짜 버렸다. 그런데 작게만 느껴졌던 멍울이 아파오면서 빨갛게 부어오르기 시작했고 통증이 점점 심해졌다. 인하대병원 성형외과 외래에 내원했을 때는 이미 염증이 발생한 상태였다. 염증을 가라앉힌 후 표피 낭종은 수술적 치료를 통해 완전히 제거됐고 증상은 좋아졌다.

 피부에 만져지는 혹이나 멍울이 있는지를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오랜 기간 동안 가지고 있는 혹이나 멍울이 있다는 것을 알고 놀라게 된다. 흔히 말하는 암처럼 자라는 속도가 빠르고 전이성이 있어 생명에 위협적인 악성종양과 달리 이러한 멍울은 대부분 양성종양에 속한다. 자라는 속도가 느리고 어느 정도 자라면 더 자라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은 작은 혹 정도로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정 씨처럼 염증이 발생하고 크기가 커져서 수술적 제거가 필요할 수 있다.

 가장 흔한 피부의 종양인 표피 낭종은 일반적으로 피지 혹이라고 알려져 있으며 목, 팔, 얼굴 등에 많이 생기지만 신체 어느 부위에나 생길 수 있다. 염증이 생기거나 보기 싫지 않다면 치료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니나 초기에 제거하지 않으면 더 커질 수 있다. 이 경우 제거를 위한 절개선이 더 길어져야 하기 때문에 수술 후 흉터가 더 길게 남을 수 있다.

 표피 낭종의 원인으로는 모낭의 입구 부위가 피부에서 막히면서 생기거나 표피 부위가 다양한 원인에 의해 피부 안쪽으로 들어간 후 증식하면서 낭종의 벽을 형성해 발생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낭종의 내부는 낭종의 벽에서 만들어진 케라틴이라는 물질이 분비되면서 채워지게 된다.

 일반적으로 증상은 거의 없으며 동그란 형태의 지우개 같은 느낌이 나며, 자세히 살펴보면 중심부에 여드름 집 같은 작은 점이 있는 경우가 많다. 여드름으로 오인해 짜내거나 낭을 압박하면 피지 같은 분비물이 배출되면서 작아지기 때문에 억지로 짜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무균적으로 시행하지 않으면 감염되기 쉬우며, 낭벽이 피부 안에서 터지게 되면 내부의 내용물이 조직 사이에 흘러나오게 돼 염증이 유발되며 통증이 발생하게 된다.

 치료 방법으로는 비수술적인 방법과 수술적인 방법이 있다. 레이저나 압출기 등을 이용해 낭종 내부의 물질을 압출,. 제거하는 비수술적 방법은 흉터가 적고 수술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으나 낭종의 완전한 제거가 힘들기 때문에 재발 가능성이 높다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피부를 절개 후 내용물과 낭종의 벽을 이루는 껍데기를 제거하는 수술적 방법이 근본적인 치료가 된다. 수술적 치료를 받을 때에는 절개선의 방향과 길이를 적절하게 최소화해 제거해야만 수술 후 흉터를 최소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 씨처럼 보통 표피 낭종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내버려 두다가 염증이 발생하거나 환자 스스로 짜거나 해 터트린 후 염증이 발생한 후 병원을 방문하는 경우를 많이 접하게 된다. 한 번 생긴 표피 낭종은 절대로 그냥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 터트리고 짜내서 없애 버리려는 행위는 절대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하며, 재발을 막기 위해 근본적인 치료는 낭종을 완전히 제거해야 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도움말=인하대병원 성형외과 이상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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