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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강석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先輩(선배)는 사회생활, 직장, 학교에서 나이가 더 많거나 입사 연도가 빠르거나 졸업 연도가 앞선 이를 호칭하는데 쓴다. 초등학교 3년 선배, 고등학교 1년 선배 등에 쓰인다. 아래한글 한자풀이에서 先輩(선배)를 클릭하면 학문, 연령, 경험 등이 자기보다 나은 사람이라 한다. 선배보다 조금 고급지게 쓰는 말로 元老(원로)라는 단어가 있다. 사전을 보니 어떤 분야에 오래 종사해 나이와 공로가 많고 덕망이 높은 사람을 원로라 한단다. 그래서 로마의 통치기구는 원로원이라 했다. 경험과 경륜이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국정을 논의하는 ‘집단지성’적 협의체라는 생각이 든다.

 아프리카 속담에 노인이 한 분 돌아가시면 부락의 도서관 하나가 불탄 것과 같다는 말이 있다. 문학계의 원로 선생님을 취재간 기자가 서재를 찍고 싶다 하니 이분께서 모든 책은 내 머릿속에 있으니 서재 사진이 필요하면 내 머리를 찍어가라는 농담을 하셨다고 한다.

 인생의 경험이 풍부한 노인, 즉 원로를 존중해야 한다. 선배와 원로가 중요하고 필요하다. 그래서인가 요즘에서야 20년 전 함께 근무했던 선배들을 만나면서 이분들의 경험과 경륜이 활용되지 못하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다. 그리고 퇴임 후 10년을 먼저 사신 선배들의 삶의 모습을 닮아가고자 한다.

 원로의 중요성에 대한 예시는 또 있다. 어느 신하가 연세 드신 부모님을 국법을 넘어 남몰래 봉양하던 중 어려운 문제를 풀지 못하고 난관에 봉착하자 집에 가서 부친에게 여쭈어 인생경험이 풍부한 지혜로 쉽게 해답을 구했고 이를 왕에게 고해 고려장이 폐지되었다는 사실도 원로와 선배의 중요성을 알게 한다.

 신문과 방송 언론인의 선후배는 나이가 아니라 입직일시로 정해진다. 언론인으로 처음 명을 받은 그날이 선후배의 기준이 된다. 그래서 언론인 사회에서 여성 선배가 많다. 여성이 많고 선배 대접을 받는 곳이 언론인 사회라는 생각이 든다. 퇴직 공무원 모임에서는 ‘博士(박사)’보다는 ‘밥사’(밥을 사는 이)가 높다는 말처럼 언론인 사이에서는 밥값을 내는 이가 선배다. 선배가 밥을 사준다. 그래서 후배들은 좋아하는 선임을 ‘선배!’라 부른다. 1980년대에 젊은 여성 선임에게 벌을 받는 기자들을 본 기억이 있다.

 저녁 시간이 길어지면 선배라는 키워드는 빈 술병만큼 늘어간다. 편집국장조차 ‘국장님’이라 하지 않고 ‘김 선배’ 또는 ‘선배’라 부른다. 부장님, 국장님으로 호칭하면 조금 존경한다는 의미로 해석한다.

 언론인에게 있어서 극존칭은 국장님이 아니라 ‘선배’다. ‘선배님’이 아니다. 공직에서도 일반사회 직장에서도 좋아하고 따라 하고픈 멘토, 선임, 선배가 더 많이 나오기를 바란다. 그리고 국가와 사회를 이끌어갈 선배 원로가 더 많기를 바란다.

 1988년 창간된 기호일보가 7월 20일에 창간 30년을 맞는다. 장년의 신문사로 거듭나면서 경기인천지역 언론의 ‘선배’로 자리매김했다. 창간 당시 7급 공무원으로 기호일보를 만났다. 펜으로 쓴 글이 활자로 인쇄되는 것이 즐거웠다. 신문에 보도될 글을 하루 전에 아는 즐거움도 무척 자랑스러웠다. 더구나 볼펜과 타자기로 행정을 하던 시절이라서 인쇄된 활자가 주는 신뢰는 지금보다 강했다. 그래서 신바람이 났다. 병정개미처럼 일벌, 꿀벌처럼 자료를 물어오고 보도자료로 반죽을 해서 기자실에 배포했다. 신명나는 공보실에서 일한 추억이 행복하게 떠오른다.

 기호일보는 인동초, 야생초, 민들레가 되어 척박한 땅 위에 언론의 묘목을 키우고 신문의 숲을 이뤘다. 이제는 언론의 나무도 보이고 비판과 홍보의 숲길도 나타난다. 경기와 인천지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는 물론 우리 모두를 이끌어 주는 언론의 리더가 됐다.

 기호일보가 창간 30돌을 맞았다. 새로운 30년을 시작하는 더 큰 선배 언론가가 될 것을 확신한다. 그래서 30년 전 창간일에 처음 인사를 나눈 J기자를 만나 차 한잔 하고 싶다. 그리고 부장, 국장, 본부장이 아니라 그냥 ‘선배’라 부르며 함께 녹차 향기에 취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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