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모든 교사가 학생과 학부모에게 개인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주고 있고 90% 가까이는 일하는 시간 외에도 전화나 문자·카카오톡 메시지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사들은 술을 마시고 전화하거나 지인과 소개팅을 종용하는 등 교육활동 범위를 넘어선 연락을 하는 학부모도 있다고 호소했다.

 이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지난달 6~20일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 교원 1천835명을 이메일로 설문조사한 결과다. 이번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2.29%포인트라고 교총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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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일 조사결과를 보면 교사 96.4%(1천769명)가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개인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한 적 있었다. 알려준 적 없다는 교사는 3.6%(66명)에 그쳤다.

 학생·학부모에게 실제 전화나 문자메시지, 카카오톡 등 SNS 메시지를 받은 적 있다는 교사는 95.8%(1천757명)였고 그런 적 없다는 교사는 4.0%(74명)였다. 전화와 휴대전화 메시지가 ‘비상연락수단’이 아닌 교사와 학생·학부모 사이 일상적인 소통방법으로 자리 잡았다고 볼 수 있는 결과다.

 학생·학부모로부터 전화·메시지를 받은 적 있는 교사 64.2%(1천132명)는 "근무시간과 근무시간이 아닐 때 구분 없이 수시로 전화·메시지를 받았다"고 답했다.

 전화·메시지를 받은 시간이 주로 평일 퇴근 후라는 교사는 21.4%(378명), 주말·공휴일이었다는 교사는 3.2%(56명)였다.

 시간에 상관없이 학생·학부모 연락을 받거나 쉬는 시간에 받은 교사가 88.8%에 달하는 것이다.

 근무시간에 전화·메시지를 받은 경우가 많다는 교사는 11.2%(197명)에 그쳤다.

 하지만 근무시간 외에는 긴급한 전화·메시지만 보내라고 교육한 적 있다는 교사는 57.9%(1천63명) 정도였고 42.1%(772명)는 그런 교육을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전화·메시지 회수는 일주일에 1~4차례라는 교사가 38.0%(670명)로 최다였고 월 1~3차례가 23.8%(419명), 하루 1~2차례가 21.0%(369명)로 뒤를 이었다. 하루 3차례 이상 전화·메시지를 받는다는 교사도 11.6%(204명)나 됐다.

 주된 전화·메시지 내용(중복응답)은 ‘결석통보나 학교폭력 사안 등 학생 관련 상담’이었다는 교사가 70.0%(1천222명)로 가장 많았다.

 준비물이나 녹색어머니회 순번 등 단순질의가 많았다는 교사는 53.8%(945명), 주로 민원·항의와 교육 관련 내용이었다는 교사는 각각 27.9%(491명)와 13.1%(231명)였다.

 교육활동과 무관한 전화·메시지가 대부분이라는 교사는 13.6%(239명)였다.

 한 교사는 "젊은 여교사에게 아는 사람을 소개해주겠다고 카카오톡 메시지를 수시로 보내 곤욕을 치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학부모로부터 스토킹 수준의 메시지를 받았다는 여교사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교사 68.2%(1천251명)는 학생·학부모에 개인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하는 데 반대했다. 찬성은 20.5%(377명)였다.

 교총은 이날 하윤수 회장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학교구성원 간 휴대전화 사용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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