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사전적 의미는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것처럼 꾸며 대어 말을 함, 또는 그런 말이다. 전과는 아주 딴판이라는 의미도 있다. 시대마다 이 ‘거짓말’을 뜻하는 속어가 있었다. 일제강점기엔 ‘구라(깐다)’였다. 미군정 땐 ‘후라이(깐다)’였고, 자유당 시절엔 ‘썰(푼다)’이었다. 박정희 대통령 땐 ‘공갈(친다)’이었고, 전두환 대통령 땐 ‘대포(깐다)’와 ‘뻥(친다)’이 함께 쓰였다. 또 노태우 대통령 땐 그의 성을 딴 ‘노가리(깐다)’였고, 영어교육을 강조했던 김영삼 대통령 땐 ‘영어(한다)’였다. 이후 ‘거짓말’은 ‘이빨(깐다)’이나 ‘뼁끼(친다)’, ‘야부리(깐다)’나 ‘약(판다)’ 등과 같이 연령대별로 다양한 속어가 사용되고 있다.

이중 ‘거짓말’을 뜻하는 대표적 속어는 ‘썰’이다. 말씀을 뜻하는‘說(설)’에서 변화된 것으로 ‘이야기’라는 의미가 있다. 한자 ‘說’자는 음이 셋인데, 그 중 ‘설(소설)’자와 ‘세(유세)’자를 구분하지 못하는 민중들이 ‘유설’로 잘못 읽었고, ‘설’의 된소리 ‘썰’이 거짓말로 굳어졌다고 한다. 이 ‘썰’은 흔히 정치인들의 거짓말을 빗댄 데서 유래했다. 선거 때만 되면 거짓말을 밥 먹듯 하는, 1년 365일이 만우절인, 그래서 피노키오처럼 거짓말을 할 때마다 코가 자랐다면 지구를 수백 바퀴 두르고도 남을 사람들이란 것이다. 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조사한 국회의원 선거공약 이행률이 30%를 밑돈다고 한다. 그나마 답변을 준 의원들이 그 정도라니 더 물어서 무엇 하겠는가. 그래서 공약은 ‘공(空)’약이고 정치인의 말은 ‘썰’이 된단다.

이달 1일. 민선 7기 안성호가 담대한 꿈을 안고 출항했다. 정책 비전과 공약의 세부 실천 로드맵을 제시하기 위한 기획위원회도 발족해 운영에 들어갔다. 공약 실천을 위한 방안 마련에 골몰하는 듯하다. 회생의 기미는 보이질 않고 생기마저 잃어버린 지역경제에 활력의 새바람을 불어넣겠다던 공약. 삶이 착잡한 서민들에겐 하나님과 부처님, 알라의 말씀보다 위안과 희망을 주는 명언이었을 게 분명하다. 부디 ‘썰’이 아니었길, 오직 표심을 잡기 위해 내뱉은 ‘혼이 담긴 구라’가 아니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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