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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훈 겨레문화연구소 이사장
해마다 여름철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강이나 계곡, 혹은 해변을 찾아 물놀이를 즐기게 된다. 그러다 보니 필연적으로 뒤따르는 것이 익사사고라고 할 수 있다. 국민안전처 통계에 따르면 2008년 이후 많이 줄어들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매년 수십 여 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사고 원인을 살펴보면 놀랍게도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은 경우(37.9%)와 수영 미숙(30.5%)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생존수영은 물론이고 물에서 지켜야 할 필수적인 안전수칙들을 제대로 배워본 적이 별로 없기 때문일 것이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 일본 등 여러 나라에서는 안전교육의 하나로 생존수영 교육을 이미 시행하고 있다. 특히 영국에서는 1991년부터 공교육에 수영교육을 포함하기 시작해 생후 6개월부터 생존수영을 배우도록 하고 있어 세계에서 익사율이 가장 낮다고 한다.

 생존수영이란 물에 빠진 뒤 구조대가 도착할 때까지 물 위에서 최대한 오래 머무르는 것이 목적이다. 수영을 못하는 사람이라도 물속에서 스스로 살아남는 방법을 익히는 데 중점을 둔다. 물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생존 시간을 늘려줘 소중한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생존수영은 전문 강사로부터 2~4시간 정도의 지도만 받아도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 교육도 평상복을 입고 실전처럼 진행되며, 물과 친해지기, 물에 뜨기, 호흡법, 체온유지법 등을 익히게 된다.

 우리나라는 2015년 무렵부터 초등학교 3∼5학년생을 대상으로 생존수영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전 학년으로 확대해 학생들의 수상안전 능력을 일찌감치 키우겠다고 한다. 이론 위주였던 초등학교의 수영 교육도 실기 중심으로 달라지고, 연간 수영교육 10시간 가운데 2시간은 생존수영 교육에 활용하도록 했다. 늦은 감이 있지만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정부의 생존수영 교육 계획을 보면 실효성이 매우 낮고 안이해 보인다.

 발표 자료에 따르면 올해는 지난해(2만3천378명)보다 30.3%가량 많은 3만452명의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생존수영 교육을 실시한다고 한다. 어린이 중심의 ‘찾아가는 생존수영교실’을 15개소로 확대하고, 권역별로 생존수영 전담 교육장도 지정하고, 전국 강·바다 10개소에 실전형 체험장을 운영한다고도 한다. 유관 기관의 대책도 있기는 하다.

 인천 해양경찰서에서는 여의도와 뚝섬 야외 수영장에 교육장을 설치하고 8월 26일까지 해양 경찰관 전문 강사 20여 명을 파견해 생존교육을 진행한다고 한다. 작년에도 42일간 총 2천990명을 대상으로 생존수영 교육을 진행해 큰 호응을 얻었다고 한다.

 다른 지역의 해경에서도 이와 비슷한 교육 계획을 시행 중에 있을 것이다. 각 교육청이나 학교에서도 나름 열심히 노력하고는 있겠지만 지극히 일부에게만 기회가 주어지는 이런 정도의 노력에 공감할 국민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2016년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초·중등 학생 수가 500만 명이 넘는다. 초등학생 수만도 267만 명이 넘고, 줄어들고는 있지만 유치원 어린이도 대략 70만 명에 이른다. 교육을 받아야 할 대상이 이렇게 많은데도 매년 수만 명 정도의 교육 실적 정도로 생색낼 일이 아니란 것이다. 물에서 스스로 떠서 구조될 때까지 살아남기 위한 기초적인 생존수영을 모든 학생들이 배울 수 있도록 하려면 우선 일정 규모의 수영장이 곳곳에 갖춰져야 하고, 생존수영 지도사 자격을 갖춘 강사도 확보돼 있어야 가능하다. 갈 수 있는 수영장조차 없어서 연간 수영교육 10시간도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학교 현장의 현실인데도 생색내기용 홍보성 행사 정도로 넘어가려 해서는 곤란하다. 활용 가능한 수영장이나 전문 강사 부족 문제 해결책부터 우선 내놓아야 한다.

 세월호의 아픔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생존수영법이 누구나 배워야 할 필수적인 생명 지키기 수칙임을 이해한다면 관계 기관들이 당장 머리를 맞대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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