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중학교 신입생 대상 ‘무상교복’ 지급 방식을 규정하게 될 조례안 처리 여부가 제10대 경기도의회 첫 논란의 핵으로 등장했다. 이재명 도지사의 ‘경기도형 무상교복’은 각 학교가 교복업체와 계약을 체결해 일괄 구매한 후 학생들에게 직접 교복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 지사는 성남시장 재직시절 추진했던 중학교 고등학교 무상교복 지원을 경기도 전역으로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고, 이재정 도교육감도 고교 무상교육의 단계적 실현을 공약하며 우선적으로 교복 지원을 약속했다. 또한 도의원들도 중·고등학교 무상교복을 공약으로 내건 경우가 많아 시행에는 별 문제가 없어 보인다.

더욱이 무상교복 예산은 이미 도의회 민주당 주도로 올해 210억 원이 편성돼 있는 상태다. 이 조례안은 지난 3월 발의됐지만 지급 방식을 놓고 찬반 논란이 비등해 소관 상임위 상정이 미뤄졌다가 재추진되는 것이다.

 학부모들 대다수가 무상 교복에는 찬성하지만 방법론에 있어서 ‘현물 지급’(학교 일괄 구매) 방식이 아닌 ‘현금 지급’(개인 구매) 당위성을 주장하는 반발 여론이 연일 거세게 일고 있다. 해당 조례안이 교복업체의 배만 불릴 뿐, 교육 수요자인 학생, 학부모의 의견을 충분히 담지 못했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이에 더해 교복사업자들도 밥그릇 싸움으로 이견을 보이고 있다. 교복 유통망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대형업체들은 ‘학생들의 교복 선택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반대하는 반면, 영세업체들은 ‘학생 개개인이 교복을 선택하게 하면 소수의 대형업체로 몰릴 수밖에 없다’며 학교 일괄 구매 방식을 찬성하고 있다.

 무상교복 현물지급은 일선 학교 구성원들의 선택권, 자율성을 침해할 소지가 다분하다. 교복이 갖는 의미와 수혜자인 학생·학부모의 자율성, 권리, 다양한 욕구와 구매 과정의 즐거움을 무시하고, 효율성만 강조해 획일적으로 추진한다면 무상 교복 조례안이 갖는 의미는 퇴색하고 만다. 무상 교복을 통한 경제적 지원이 학생·학부모 선택권·자율권 등을 침해하는 반강제적 정책이 돼서는 안된다. 정작 수혜자인 학생·학부모가 함께 참여해 미래 꿈나무들이 가격이 저렴하고 몸이 편한 교복을 입고 쾌적한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수준 높은 조례안이 통과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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