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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
나는 항상 방송 등 각종 매체에서 강조하던 내용 중 비상용품 의무 탑재와 관련 교육의 필요성을 계속 강조해 왔다. 지난 2017년 국내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망자 수는 4천180명으로 OECD국가 평균의 3배를 넘기고 있다. 이 사망자 중 비상용품만이라도 탑재돼 제대로 사용했더라면 다수의 목숨을 구했을 것으로 확신한다.

 지난 2016년 국민안전처는 국토교통부와 함께 현재의 7인승 이상의 차량용 소화기 탑재 의무화를 5인승 이상 차량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더욱이 국토교통부의 관련법에서 국민안전처의 소방법으로 이관해 소방안전을 도모하겠다고 야심차게 발표한 내용이다. 그러나 결과는 자동차 전문가의 의견 등을 참고로 하여 기존 관행대로 하겠다고 발표했다. 참으로 어이없는 결과다. 이유는 여러 가지이다. 소화기를 적재할 공간이 없고 소화기 설치로 차량 중량이 올라가고 연비에도 영향을 준다는 핑계도 있고 도리어 소화기가 흉기로 작용해 안전에도 위협을 준다는 의견도 있으며, FTA로 다른 국가와 무역마찰도 언급했다고 한다.

 자동차를 하는 사람치고 이러한 이유에 대해 언급하기 창피할 정도이다. 사람 목숨과도 관계된 설비에 이유가 필요 없고 특히 최근에 출시되는 소화기는 가볍고 크기도 작으며, 공간이 적어도 된다는 것이다. 크기 대비 성능은 좋아져서 디자인도 세련되고 초기 진화에 매우 효과적이다. 무게가 늘어나 연비가 준다는 발상은 기가 막히다. 무게의 이유도 어이가 없지만 공간의 경우도, 필요 없이 무거운 옵션만 끼워 판매하는 메이커의 관행이나 비용을 생각하면 비교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고 설치 비용도 저렴해 필요 없는 옵션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필자가 맡고 있는 에코드라이브 운동본부 자료에 의하면 우리의 3급 운전으로 약 30% 이상 연료가 과낭비된다는 것을 인지했으면 한다. 그토록 필요 없는 물건으로 꽉 찬 트렁크만 정리해도 한 사람 몸무게 저감은 가히 될 것으로 판단된다.

소화기가 살상무기가 될 수 있다는 발상은 자동차 전문가의 얘기는 아닐 것이라 본다. 창피하기 때문이다. 나는 의심한다. 자동차 관리법에서 관련 항목을 국민안전처에 뺏기는 국토교통부의 생각이 있어서인지, 아니면 메이커의 로비에 의해 비용 부담만 되고 필요한 옵션을 판매하기 어려운 이익률 저하를 고민한 것인지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소화기는 간단한 물건이다. 나는 이 장치의 의무화와 더불어 유리 깨는 비상망치도 의무화해야 한다고 확신한다. 해외 선진국의 경우는 어릴 때부터 배우고 필요성을 느끼고 차량에 다수가 탑재하고 있으며, 비상시 중요한 수단임을 알고 의무 장착이 아니어도 차량에 갖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연간 국내에서 발생하는 차량 화재는 5천 건이 넘는다. 특히 다른 화재와 달리 자동차 화재는 유류로 인해 화재 확대가 빠르고 크며, 안전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는 만큼 초기 진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소화기와 비상 망치는 트렁크가 아닌 비상시 바로 꺼내 사용할 수 있는 운전석 주변 설치가 필수적이다. 지금부터라도 전체를 보는 시각으로 생명 한 명 한 명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무엇이 중요한지 깨달았으면 한다. 당연히 차량용 소화기 탑재 의무화와 비상망치 탑재는 꼭 재추진돼야 한다. 더불어 선진국과 같이 안전 야광조끼도 함께 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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