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이 막힐 정도의 찌는 날씨가 한반도를 데우고 있다. 일주일이 넘는 폭염으로 곳곳에서 아우성이다. 사람은 물론 가축들은 내리쬐는 햇볕을 피해 하루하루 힘겹게 버틴다. 뙤약볕 아래에서 온종일 일하는 노동자들은 무더위와의 전쟁을 선포한 상태다. 축산농가들은 가축에 이상이 생길까 봐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지금 인천지역 곳곳에서 폭염과 ‘사투(死鬪)’ 중이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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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화군의 한 양계농장이 연일 이어지는 폭염으로 축사 내 환풍기를 가동하거나 물탱크에 얼음을 넣는 등 온도를 낮추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독자 제공>
폭염에 인천지역 축산농가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가축 중에서도 더위에 특히 취약한 가금류와 돼지농가에 비상이 걸렸다. 통상적으로 돼지는 27℃ 이상, 닭은 30℃ 이상부터 고온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한다.

 현재까지 인천에서 폭염으로 인한 폐사는 신고되지 않았지만 30℃가 넘는 무더위가 12일 동안 지속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돼지는 하루 체중 증가율이 60% 감소하고, 산란계는 산란 수가 16%, 젖소는 산유량이 32% 줄어들어 이들 농가의 근심이 크다.

 지역 축산농가의 70~80%가 몰려 있는 강화군은 ‘폭염’과 전쟁 중이다.

 신선호(42)대한양계협회 강화군지부 사무국장은 "사료를 주면 열이 발생하기 때문에 낮에는 조금 주고, 이온음료처럼 전해질이 풍부한 물을 공급하고 있다"며 "물탱크에 얼음을 넣고 상황을 봐 가면서 농장 지붕이나 마당에 물을 뿌리며 온도를 낮추고 있다"고 했다.

 해가 뜨거워지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4~5시까지는 축사에서 눈을 뗄 시간이 전혀 없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신공섭(64)한돈협회 강화군지부장은 "몇 년 전 축사 내 환풍기가 고장 나 어떤 농가에서는 가축이 떼로 죽은 일이 있었다"며 "온도를 낮추기 위해 계속해서 환풍기를 점검하고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새끼를 낳는 돼지들에게는 목에 얼음물이 떨어져 더위를 식힐 수 있도록 장치를 만들어 놓고 있다"며 "먹고사는 일인데 아무리 더워도 어떻게 하겠느냐"고 했다.

 일부 농가는 여름철에 대비해 축사 안에 안개분무 장치를 설치해 놓고 있다. 평상시 대비 3~4℃가 낮아지기에 큰 도움을 준다. 하지만 해당 설비는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은 농가들만 일정 부분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나머지 농가들은 비용 문제로 설치는 엄두도 못 내고 있다.

 강화군 관계자는 "아직까지 폐사신고는 없지만 해마다 여름철이 되면 축산농가들이 매우 힘들어한다"며 "관에서 지원해 줄 수 있는 부분이 제한적이기에 최대한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병기 기자 rove0524@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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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찌는 듯한 폭염이 계속된 18일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의 한 공사 현장에서 근로자가 안전모를 벗고 있다. 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지역 내 일부 건설 현장도 폭염에 무방비 상태다. 관계 기관이 야외 노동자를 위한 ‘폭염 대비 대책’을 권고하고 있지만 소규모 건설 현장 등에서는 지켜지지 않고 있다.

 18일 중부지방고용노동청 등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여름철 폭염 대비 노동자 건강보호대책’을 수립하고 건설 현장 등 폭염 취약사업장을 대상으로 온열질환 예방 3대 수칙(물·그늘·휴식) 사항을 점검하거나 홍보하고 있다. 이는 건설 현장 노동자의 온열질환 관련 산업재해가 해마다 발생하고 있어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것이다.

 고용노동부 통계가 보여 주듯 최근 5년간 전국에서 온열질환으로 피해를 본 건설 현장 노동자는 모두 31명이다. 이 중 인천지역에서 최근 3년간 4명의 건설노동자가 온열질환을 호소했다. 이 중 1명은 열사병으로 쓰러져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대규모 건설 현장은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라 무더위 쉼터를 만드는 등 현장에서 온열환자 발생을 막기 위한 조치를 하고 있다. 하지만 중소 규모 건설 현장은 다르다. 폭염 대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이곳에서 일하는 현장 노동자들은 온열질환에 그대로 노출되는 것이 다반사다.

 야외 노동자를 위해 행정안전부가 만든 ‘무더위 휴식시간제’도 강제성이 없는 데다 공사기간 단축 등의 이유로 중소 건설 현장에서 외면받기 일쑤다.

 서구의 한 상가 건설 현장 관계자는 "기간 안에 모든 작업을 마쳐야 하므로 식사시간 외에 별도의 공식적인 휴식시간은 없다"며 "일부 현장 노동자들이 각자 얼음조끼 등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부지방고용노동청 관계자는 "해마다 여름철 폭염과 관련해 야외 현장에 대한 지도·점검 및 홍보활동을 벌이고 있으나 일부 소규모 건설 현장은 잘 지켜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지역 내 건설 현장에서 노동자에 대한 온열대책이 잘 지켜질 수 있도록 점검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우제성 기자 wjs@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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