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염이 계속된 18일 수원시 고색동의 한 쪽방촌에서 주민들이 더위에 지친 하루를 보내고 있다.  
 박종현 인턴기자 qwg@kihoilbo.co.kr
▲ 폭염이 계속된 18일 수원시 고색동의 한 쪽방촌에서 주민들이 더위에 지친 하루를 보내고 있다. 박종현 인턴기자 qwg@kihoilbo.co.kr
"너무 더워 오도 가도 못하고 집에서 꼼짝 없이 선풍기 바람만 쐬고 있지…."

한낮 기온이 최고 35℃까지 올라간 18일 오후 2시께 수원시 권선구 고색동의 한 쪽방촌.

총 7가구가 살고 있는 이 쪽방촌은 뙤약볕으로 인해 달궈진 외벽에서 뜨거운 열기가 뿜어져 나왔다. 또 쪽방촌 골목은 무더위에 활력을 잃어 마치 죽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지난주부터 30℃가 넘는 폭염특보가 계속되면서 쪽방에 사는 주민들은 더위에 지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하나같이 방 안에 틀어박혀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 채 생활하고 있다.

이곳에서 8년째 지내고 있는 홍복래(64·여)씨 역시 방 안에서 땀에 젖은 채 연신 부채질을 하고 있었다. 방 안에는 고장 난 선풍기 한 대가 굴러다니고 있었으며, 열기를 피하기 위해 TV마저 꺼 둔 상태였다. 심지어 수도관이 설치돼 있지 않아 전기펌프로 물을 끌어올려 사용하고 있었다. 홍 씨는 "수도관이 없어 펌프를 사용해 지하수를 끌어올리다 보니 지난달 전기세가 18만 원 넘게 나와 다른 가전제품은 틀어놓을 엄두도 못 낸다"며 "다른 건 바라지도 않고 더운 여름에 마음대로 씻을 수 있기라도 했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6년 전 개인 사정으로 이곳에 온 김연화(61·여)씨는 2008년 갑상샘 수술, 2016년 등뼈 수술 등으로 인해 특히 더위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여름철 집 안의 통풍 여부가 중요한데, 그가 갖고 있는 선풍기는 쪽방촌의 무더위를 식히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상황이 이렇자 김 씨는 약 200m 거리에 떨어져 있는 ‘에어컨을 소유한 이웃집’을 염치 불고하고 자주 찾고 있다.

모기떼도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 김 씨의 집은 이미 다 쓴 스프레이 타입 모기기피제가 널려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모기떼가 사라지지 않고 활발히 돌아다니면서 김 씨를 괴롭혔다.

김 씨는 "더위 때문에 생활할 때 수술한 부위가 쑤시기도 한다"며 "야간에는 무더위와 모기·파리 등 해충으로 인해 잠을 설치고 있다"고 말했다.

쪽방촌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홍종열(87·여)씨는 집 근처에 설치돼 있는 옥외화장실에서 발생하는 냄새와 파리떼로 인해 생활에 불편을 느끼고 있었다. 심지어 홍 씨는 거동이 불편해 낮시간 동안 다른 곳에서 생활하기도 버거운 상태였다.

현재 서둔동에 15가구, 평동에 25가구의 쪽방촌이 형성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는 쪽방촌 주민들을 위해 2016년 8월 폭염을 태풍이나 홍수처럼 자연재난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관련법을 개정해 줄 것을 정부에 건의했으나 이들의 고통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수원시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해당 지역을 방문해 가정 시설 개선에 대한 지원을 하고 있다"며 "쪽방촌 주민의 불편사항을 적극 접수해 최대한 생활에 불편함이 없도록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박종현 인턴기자 qw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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