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전벽해(桑田碧海)’. 인천항을 한마디로 설명할 수 있는 사자성어다. 비류가 도읍을 정한 ‘미추홀(彌鄒忽)’은 바로 ‘물의 도시’ 또는 ‘바닷가 마을’을 의미한다. 인천항은 삼국시대와 고려, 조선 역사의 한 편을 장식하며 성장을 거듭해 왔다. 30년 전의 ‘탈냉전 시대’는 인천항이 중국·러시아와의 수교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인천항은 지역경제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그 위상이 높다. 지금은 동북아 물류 허브와 수도권 해양관광 메카가 목표다.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인천항의 현안부터 풀어야 한다. ‘관왕지래(觀往知來)’. 지나간 일을 거울삼아 다가올 미래를 대비해야 인천항의 비전은 현실이 될 것이다. 인천항의 30년 전과 현재의 모습 등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1980년대 우리나라는 세계 20위의 수출국으로 발전했다. 1980년대 중반에는 유가와 금리, 달러화 하락의 ‘3저 효과’로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원유 수입 부담이 줄고 외채 이자 부담이 낮아졌다. 여기에 1988년 서울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로 한중 관계가 급속도로 개선돼 1990년 인천과 중국의 최초 화객선이 오간 인천∼웨이하이(威海) 항로가 개설된다.
# 교류와 단절을 거듭한 인천항의 남북 바닷길
인천∼남포 항로가 처음 개설된 것은 1998년이다. ㈜한성선박의 3천t급 화물선 소나호는 1998년 8월 24일 원단 등의 가공원료가 든 컨테이너 30개를 싣고 인천항 3부두에서 출항했다. 소나호는 북에서 가공한 의류나 가전제품을 싣고 인천항으로 돌아왔다. 그러다 남북 간 해운사의 입장 차이로 2001년 중단됐다.
# 인천 남항·북항 개발
1992년 한중 수교로 인천항은 포화상태에 이른다. 인천과 중국을 오가는 배들은 대형화와 고속화·전용선화가 가속화되며 새로운 항만의 필요성이 커져만 갔다. 특히 한중 카페리 항로가 늘어나고 연안도서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국제여객터미널과 연안여객터미널의 증설·신축이 필요했다. 여객과 화물은 늘어나는데 이를 받춰 줄 항만시설이 부족해진 것이다. 이에 남항과 연안부두의 효율적인 관리·운영을 위한 ‘인천남항정비계획’ 등이 수립돼 인천 북항과 인천 남항이 탄생한다.
# 인천신항, 300만TEU 시대 불러오다
2000년대 들어 인천항 물동량이 매년 20% 이상 증가하자 인천 남항·북항과 함께 중국과 동남아 지역, 북한과의 교역에 대비한 거점 항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특히 정부의 투 포트(부산항·광양항) 정책에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2015년 6월 인천 신항은 그렇게 문을 열었다.
인천신항은 현재 1단계 1구역 2공구 조성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 주민 숙원 ‘내항 재개발’
인천항 내항 주변 주민과 상인들은 20여 년간 고철부두인 8부두에서 날리는 먼지와 소음에 시달렸다. 내항 1·8부두를 친수공간으로 만들어 달라는 요구는 10여 년 넘게 이어졌다. 내항의 컨테이너 물동량은 인천 신항에게 넘겨주고, 벌크는 북항에 내주고 있다.
# 인천항 미래 비전은
해양수산부는 2016년 12월 ‘인천항 종합발전계획 2030’을 발표하며 인천항의 항만·물류기능을 재편하고 국제·문화·관광도시를 만들겠다고 했다. 인천 신항은 항로를 증심하고 남항 컨테이너부두까지 흡수해 수도권 컨테이너 물류 허브로 육성하겠다는 목표다. 남항의 남은 부두시설은 자동차 클러스터 또는 해양산업 클러스터로 활용할 계획이다. 내항은 시민들에게 반환돼 역사와 문화가 융합된 도시관광 거점으로 거듭난다.
인천항이 글로벌 거점 항만으로 재도약하려면 수많은 파고를 넘어야 한다. 각종 수도권 규제 개선부터 시작해 인천 신항 배후부지 개발과 남항 신국제여객터미널 건설이 시급하다. 내항 재개발 역시 밑그림을 제대로 그려야 시민들의 친수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다. 항만의 물류 이동을 원활하게 하려면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인천∼안산 구간 건설을 비롯한 도로망이 개선돼야 한다.
김학소 청운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무한 글로벌 경쟁시대에 인천항이 발전할 수 있는 해법은 북한이라고 강조한다.
김 교수는 "북한과의 교류 재개를 단기적·미시적으로 접근하면 인천항은 이전처럼 단순히 모래나 광물자원을 가져오는 데 그칠 것"이라며 "인천시와 인천항만공사(IPA), 물류·항만업계와 시민단체까지 힘을 모아 인천항이 북한에서 오는 화물을 해외로 수출하는 대북·대중 물류센터의 역할을 하는 남북 협력 주체의 선봉이 돼야 인천항의 미래가 있다"고 말했다.
김덕현 기자 kdh@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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