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남북 정상회담과 6·12 북미 정상회담 이후 냉기가 가득했던 한반도에 훈풍이 불기 시작했다. 60년 넘는 세월 동안 ‘한반도의 화약고’로 불리던 서해 NLL(북방한계선) 일대에도 평화의 기운이 감돌고 있다. 서해 NLL과 맞닿아 있는 인천 역시 한반도 평화의 바람을 타고 힘차게 날아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북미 정상회담 당일이자 6·13 지방선거 전날인 지난달 12일 "문재인 대통령이 만든 성공적 북미 정상회담으로 한반도 평화시대가 성큼 다가왔다"고 선언했던 당시 박남춘 더불어민주당 인천시장 후보는 이제 시장이 돼 새로운 인천을 위한 기틀을 다지고 있다. 그가 그리는 인천의 새 모습 ‘서해평화협력시대 동북아경제중심도시 인천’에 대해 알아보자. <편집자 주>

# 서해평화협력시대 동북아경제중심도시 인천

 "평화가 경제고, 평화가 인천의 미래다." 박남춘 시장은 한반도 평화에서 인천의 미래를 봤다. 평화가 인천을 경제 번영의 중심지, 동북아 교통의 중심지, 동북아 문화·역사의 중심지로 만들 것이라고 전망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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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남춘 인천시장
 박 시장은 지방선거 당시 "한반도에 불고 있는 평화의 봄바람을 타고 서해바다는 평화의 바다로, 서해5도는 평화의 섬으로, 인천은 평화의 도시로 거듭나야 한다"며 3대 서해평화협력비전을 약속했다.

 그는 "평화로 인천을 경제 번영의 중심지로 만들겠다"며 가칭 서해평화협력청 설치와 유엔 평화사무국 유치를 비롯해 ▶인천~해주~개성을 연계한 남북 공동경제자유구역 추진 ▶남북공동어로구역 조성 및 해상파시 추진 ▶해양평화공원 조성과 생태관광 병행 등을 제시했다.

 박 시장에 따르면 서해평화협력청은 판문점 선언 이후 서해평화협력시대를 최일선에서 이행하는 전담부처로, 인천과 중앙정부가 협력해서 신설하는 국가기관이다.

 남북 공동경제자유구역 추진 방안은 구체적으로 인천 강화 교동에 평화산단을 조성해 북한의 노동력을 활용한 자본기술집약형 산업을 발전시키고, 인천경제자유구역과 연계한 동북아 물류·금융·국제 비즈니스 중심지역으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여기에 개성은 노동집약형·중소기업·부품 제조 중심으로, 해주는 한반도 대외경제특구로 개발해 인천·해주·개성을 묶는 최초의 한반도 산업클러스터를 구축하는 내용이다.

 또 박 시장은 "평화로 인천을 동북아 교통의 중심지로 만들겠다"며 "인천이 동북아의 부가가치가 한반도로 들어오는 입구이자 대외 진출의 전략적 국제 관문 역할을 하도록 땅길과 바닷길, 하늘길을 열겠다"고 주장했다.

 땅길은 영종~신도~강화를 거쳐 강화~개성, 강화~해주 간 평화고속도로를 건설하는 것이다. 해주대교와 개풍대교 건설 후 서해평화연도교, 인천대교와 연결해 3각 도시 간 연결 인프라를 구축한다. 바닷길은 인천∼남포, 인천∼해주, 백령~중국 항로를 개설하고 하늘길은 백령공항 건설과 인천공항∼순안공항(평양)·삼지연공항(백두산 관광)·원산공항(금강산 관광) 길을 여는 것이다.

 이와 함께 평화로 인천을 동북아 문화·역사중심지로 만들겠다고도 했다. ▶강화와 개성을 중심으로 한 ‘고려 역사문화 복원’ 추진 ▶영종에 남북 공동으로 평화민속촌 건립 ▶남북문화예술교류센터 설립을 통한 문화예술 교류 확대 ▶대표적 항구도시인 상하이(上海)·오사카와 협력해 인천에 미래거리를 조성하겠다는 공약도 내놓았다.

 특히 강화는 대몽항쟁 시절 수도 역할을 담당했던 곳으로 우리 민족의 기상을 엿볼 수 있는 다양한 역사적 문화자원을 보유한 지역이고, 개성은 고려왕조의 수도로 고려 유적이 많은 곳이라 고려 역사문화 복원을 위해 양 도시 간 교류를 시작으로 남북 공동조사, 남북 학술교류, 역사문화관광자원화를 추진하겠다고도 했다.

 선거 당시 그는 "서해평화협력비전과 1호 공약인 서해평화협력시대 동북아경제중심도시 인천을 통해 인천을 중심으로 초광역 환황해 경제권을 형성, 한반도 중추경제지대로 발전시키겠다"며 "이미 노무현 정부 시절 10·4 남북공동선언의 기틀을 마련했고 문재인 정부의 ‘판문점 선언’을 구체화시킨 만큼 인천시장으로서 할 수 있는 공약을 약속한다"고 했다.

# 추진 가능할까… 우려도

 그러나 1호 공약 추진을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서해평화협력청 설치, 유엔 평화사무국 유치 등은 정부와의 긴밀한 협력 없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남북 공동경제자유구역 추진과 강화 교동 평화산단 조성, 서해5도 남북공동어로구역 해상파시 등도 시 단독으로 추진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인천시만 혼자 떠드는 구호에 그칠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타 지자체와의 경쟁 문제도 있다. 때문에 지역 시민단체는 인천이 주도하는 서해평화와 경제수도를 건설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인천YMCA가 민선7기 인천시정부 출범 이후 주최한 토론회에서 지역의 현황과 쟁점을 짚었다.

 김송원 인천경실련 사무처장은 "한반도 평화무드가 무르익으면서 문 대통령의 신경제수도 구상인 ‘H’축 경제벨트 개발이 힘을 얻게 됐지만 북미 정상회담 직후 마련한 한·러 정상회담에서 보듯 정부·여당과 부산 정치권은 그간 공들여 온 ‘나인 브리지(9-Bridge) 전략’에 입각해 먼저 동해축 경제벨트 개발부터 추진할 요량"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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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북경협 전초기지로 떠오르고 있는 인천시 강화군 교동도 전경.
 김 사무처장은 "한데 인천의 지정학적 장점과 서해축 경제벨트의 경제성을 따져 보면 우선순위에서 밀릴 이유가 없다"며 "이는 동북아의 패권을 지탱하려는 중국과 바로 연결되는 경제벨트이기에 박남춘 시장의 서해평화협력시대 구현 공약과 직결되는 만큼 민선7기 인천시정부는 정부·여당을 상대로 지역사회의 분명한 의지를 적기에 보여 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 인천 경쟁력 충분해… 남북평화협력시대의 주역으로 우뚝 설 것

 인천시도 이 같은 우려를 인정했다. 박남춘 시장은 "한반도 평화와 관련된 주요 현안들을 인천시 단독으로 추진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 시장은 공약 이행을 자신했다. 그는 "저의 공약들은 중앙정부나 중앙당과의 사전 교감 없이 만든 것이 결코 아니다"라며 "무엇보다 정부의 의지가 강하고 대북사업과 관련해 인천만의 장점과 경쟁력도 충분하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고 했다. 또 "인천의 지정학적 여건을 충분히 감안해 준비한 공약인 만큼 정부와 여당도 적극적으로 호응하고 지원해 줄 것"이라고 했다.

 서해5도와 관련된 정책공약들은 더 현실성이 있다고도 했다. 박 시장은 "서해5도 관련 공약은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이 재임할 당시부터 구상된 것들이 있고, 저는 청와대에서 이러한 정책 구상에 참여했었다"며 "더구나 서해평화협력지대 구상은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인천지역 공약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전임 송영길 시장 재임 당시 구상된 정책공약들도 있는데, 송영길 전 시장은 현재 청와대 북방경제협력위원장"이라며 "인천의 서해평화협력지대 구상에 대해 깊은 이해와 강한 의지를 갖고 있어 정부의 지원과 협력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는 남북 공동경제자유구역으로 구체화되고 나아가 인천을 중심으로 환황해경제권이 형성될 것"이라며 "북으로는 유라시아, 동으로는 미국·일본, 서로는 중국·동남아, 남으로는 환태평양 지역과 연계돼 인천은 세계적 교류중심지, 남북평화협력시대의 주역으로 우뚝 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현경 기자 cho@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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