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서 떠날 수 없다. 타 지역으로 옮겨 가는 친구들을 보며 갈등했던 20대를 거친 30대 인천청년들의 생각은 한층 단단했다. 미래와 사람, 연대, 가치, 가능성. 지난 30년 확장과 개발에 쫓겨 잊혀진 인천의 가치들은 새 세대의 방식으로 피어나고 있었다. 인천의 미래가 "예측 불가하기 때문에 기대된다"는 인천청년.

 신희숙(32)전통연희단 잔치마당 경영기획팀장과 이상훈(36)인천사람과문화 사무국장, 최환(35)빈집은행 대표가 말하는 새로운 인천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청년들과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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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훈 인천사람과문화 사무국장(왼쪽부터), 신희숙 전통연희단 잔치마당 기획경영팀장, 최환 빈집은행 대표가 17일 인천시 남구 용현동의 한 주택가 주변을 함께 걸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나는 인천에서 (       )을 한다.

 ▶신=인천의 얘기를 음악으로 풀어낸다. 국악을 관객들에게 가깝게 전달하기 위해 이야기로 구성하는 기획에 참여하고 있다. 소속 단체에서 기획한 대표작은 ‘인천 아라리’다. 장봉도의 인어 설화와 만선가, 슬비 타령 등 인천 섬 사람들의 노동과 삶을 노래한다. 지난달에는 라트비아 발트카 세계민속축제에 초청받아 다녀오기도 했다.

 ▶이=지역 정체성을 고민하고 그에 관한 콘텐츠를 생산한다. 정기적으로는 ‘인천평화창작가요제’를 4회째 진행하고 있다. 연평도 등 접경지역이 있는 인천은 ‘평화가 필요한 도시’라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시민들과 작가를 초청해 지역문화나 인문학에 관한 강의도 연다. 이달은 북한유라시아센터에서 일하는 인천 출신 연사를 초청해 통일과 철도 얘기를 들을 계획이다.

 ▶최=인천의 빈집과 청년, 그리고 일자리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 원도심 빈집을 청년들이 고쳐 쓰는 방식으로 주거와 일자리를 해결하는 빈집은행이 대표적이다. 친구들과 다 같이 잘 살기 위해 시작한 일이 지금은 도시재생의 일환이 됐다. 이달부터는 ‘미추홀도시재생사회적협동조합’에서 빈집 지하에서 작물을 재배하고 유통하는 스마트 도시농업 사업도 시작했다. 

-나에게 인천은 (       )다.

▶신=인천은 ‘정이 많은 뜨내기들의 도시’다. 20대 중반까지는 ‘뜨내기들의 도시’라는 말로 설명했다. 하지만 30대가 된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 어쩔 수 없이 정착했지만 정 붙이고 살아가는 사람이 있고, 그들의 모임도 생겨나는 곳이 인천이다. 나 역시 타지에서 왔지만 졸업 후 잔치마당과 인천문화재단 일을 하며 몰두하다 보니 다른 곳에 갈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이=인천은 ‘짬뽕’이다. 나는 강화도에서 태어났다. 1995년 행정구역이 바뀌면서 경기도에서 인천사람이 된 뒤 단 한 번도 이곳을 벗어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나 같은 토박이만 인천 사람인 것은 아니다. 다양한 곳에서 모인 분들이 정체성을 찾아나가는 문화, 섞여 있는 것 자체가 인천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최=인천은 ‘인천(人天)’이다. 인천이 사람이 하늘답게 사는 곳이 됐으면 좋겠고, 또 그렇게 만들고 싶다는 고민을 하며 뜻을 재해석해 봤다. 청년시절을 보낸 인천이 내게는 교육의 장소인 것 같다. 사회에서 부딪치며 많은 것들을 배웠고, 이제는 어떻게 돌려줄 수 있을지 찾는 과정에 있다.

-인천의 잠재력 (       )을 깨워야 한다.

▶신=서울과 가까운 점. 접근성은 지역문화가 형성되기 어려운 단점이기도 하지만 장점이 될 수도 있다. 인천 곳곳에 남아 있는 옛 분위기나 인천의 섬 이야기는 서울이나 수도권에서는 찾을 수 없는 지역 고유의 것이다. 이를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행정기관과 예술인, 시민들이 함께 성장하기 위한 공통의 목표가 필요할 것 같다.

 ▶이=같은 생각이다. 인천 사람만 잘 모를 뿐이지 여기서는 수많은 얘깃거리가 있다. 예를 들면 바다를 끼고 있는데도 시민들이 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바다는 월미도 10m가량뿐이다. 타 지역 사람들이 인천을 찾을 때 새로 지은 멋진 빌딩을 보러 오는 것이 아니다. 생뚱맞은 개발을 할 것이 아니라 지역의 매력에 집중해 끌어냈으면 좋겠다.

 ▶최=인천의 색깔이 없다고 하는데, 지방 출신들에게는 오히려 기회이자 지역의 큰 장점이다. 일을 할 줄 아는 친구들이 배척받지 않고 활동하는 근간이 된다. 나 역시도 타 지역에서 왔지만 인천에서 자리잡을 수 있도록 공평한 기회가 주어졌다. 여러 곳들을 다니다 보면 ‘지방 소멸’이라는 말이 나오는 지역들도 있다. 인천의 300만 명 인구는 분명 미래 성장 동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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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환 빈집은행 대표와 신희숙 전통연희단 잔치마당 기획경영팀장. 이상훈 인천사람과문화 사무국장이 17일 인천시 남구 용현동의 한 주택가 주변을 함께 걸으며 30년 뒤 인천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30년 뒤 나와 인천은 (       )일 것이다.

▶신=인천에서 내 사람들과 내 공연을 만들고 싶다. 지금 하고 있는 국악 분야에서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공연을 하고 있지 않을까. 그때는 서울을 가지 않아도 지역에서 이만한 문화를 누릴 수 있다는 시민들의 생각이 생겼으면 한다.

 당장 바라는 점은 내가 사는 곳을 ‘살만 한 도시’라고 자신 있게 소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최근 결혼을 준비하면서 집을 구하고 있는데, 타 지역에 비해 활용할 수 있는 제도가 많이 부족하다. 결혼, 육아와 같은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고민을 덜어주는 곳이 되길 바란다.

 ▶이=고향 강화도에서 노인공동체를 만들어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모습을 그려 본다. 물론 그 전까지 꾸준히 무언가를 찾아가지 않을까. 20대와 30대에는 인천의 정체성과 청년 문제에 관심을 쏟았다면 몇 년 뒤 찾아오는 40대에는 또 우리 세대와 지역이 필요로 하는 일을 쫓아갈 것 같다.

 선거기간 ‘이부망천’이라는 말이 나왔는데, 내가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찾으면 지역도 더 좋아질 거라 생각한다. 인천 사람들이 인천을 포기하지 않으면 좋겠다.

 ▶최=용현동의 ‘엘론 머스크’가 되고 싶다. 지금 하고 있는 도시재생과 관련된 일을 이어 도시개발계획자가 되는 것이 현재 목표다. 30년 후면 도시의 패러다임이 많이 바뀔 텐데 노동의 정의와 시민의 삶 등을 고려해 잘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바람이라면 30년 후에는 지역을 잘 알고 사랑하는 인천 출신 대통령이 나오면 좋겠다. 떠나는 도시가 아니라 돌아오는 도시가 되기를 바란다.

-지역 언론에 (       )를 기대한다.

▶신=지역의 소소한 이야기와 작은 활동들을 주목해 줬으면 좋겠다. 단체에서 홍보업무를 해 보니 짧은 기사 하나가 큰 힘이 된다. 지역신문을 보면 1년에 한 번 할까 말까 한 행사들만 많다. 내실 있지만 작은 단체는 신문에 짤막하게나마 실리는 일이 대외적으로 공신력을 얻을 수 있는 길이다. 지역 활동에 관심 없었던 시민들이 눈길이라도 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지역 언론의 역할이 아닐까.

 ▶이=청년 필진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오피니언면을 보면 젊은 얼굴들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고령자의 지혜를 듣는 것도 큰 의미가 있지만 이제는 청년들의 신선한 이야기를 들을 필요도 있다. 내용 면에서는 단발성보다 호흡이 긴 디테일한 기사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최=마찬가지로 지역 언론이 신성장 동력인 청년 문제에 대해 묵과하는 부분에 아쉬움을 느꼈다. 20∼30대의 목소리가 정책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언론이 연결고리가 돼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사도 소외되는 세대나 계층에 관한 정책들이 왜 나오지 않는지에 대해 집중하는 내용들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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