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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30]‘亞 최고 경제도시’ 꿈꾸는 성남

판잣집 즐비했던 빈민촌서 한국 경제 중심지로
첨단지식산업의 성지 ‘亞 실리콘밸리’ 도약 꿈꾼다

이강철 기자 iprokc@kihoilbo.co.kr 2018년 07월 23일 월요일 제20면

광주군 중부면의 한 마을에서 탄생한 성남시는 광주대단지의 아픈 역사를 바탕으로 급격히 도시화가 이뤄진 것이 특징이다.

 서울 철거민들로 구성된 제일 못 사는 ‘이방인’의 도시였던 성남은 21세기에 들어서 분당·판교·위례신도시를 거쳐 전국 12번째 대도시로 성장했다.

 특히 판교 테크노밸리를 비롯한 산업경제는 성남시를 대한민국 최고의 경제도시로 이끄는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하이테크밸리(2·3공단)와 분당·판교 테크노밸리를 비롯해 조성 중인 판교 제2·3밸리, 위례·복정 스마트밸리 등은 ‘아시아의 실리콘밸리’로 도약하고 있다. <편집자 주>

▲ 철거에 들어가는 성남재개발 2단계(금광1)구역은 1970년 광주대단지 시절 국내 최초로 도시계획에 의해 조성된 도시로 네모 반듯한 골목가에 주택들이 들어서 있었다.
# 광주대단지의 아픈 역사에서 시작한 성남

 성남은 이주의 아픈 역사를 빼놓을 수 없다.

 1969년 서울시는 ‘선 이주 후 건설’이라는 명목 아래 광주군 중부면(현 성남시 수정·중원구)에 ‘광주대단지’라는 이름으로 서울 철거민들을 강제 이주시켰다.

 당시 철거민들은 천막 299개, 판잣집 215동에 공동우물 12개, 공동변소 12개라는 최악의 환경으로 시작했다. 이후에도 도시생활시설은커녕 천막과 판잣집만 빼곡히 늘어서기 바빴다. 사람들은 지역 연고도, 변변한 일자리도 없던 터라 당연히 치안과 빈곤 문제는 극심할 수밖에 없었다. 이곳에 2년간 등 떠밀려 온 서울시민은 14만여 명에 달한다.

 

▲ 남한산성에서 바라본 현재의 성남시 전경.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철거민이 세운 구름 위의 도시’, ‘달나라와 별나라’, ‘마누라가 없어도 장화 없이는 못 산다’는 오명이 담긴 실상이 설명되기도 했다. 오죽하면 북한에서 기자들이 남쪽에 가게 되면 광주대단지를 취재하겠다고 밝혀 정부당국이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는 믿기 힘든 설(?)이 돌 정도였다.

 이렇듯 군사정권의 부실한 철거이주민 정책은 부동산 문제가 심화되면서 1971년 8월 광주대단지 사건으로 폭발한다.

 수도와 전기, 도로, 화장실 등 기본 생활기반시설은 물론 생계수단조차 없는 곳으로 내몰린 상황에서 토지대금 일시 납부와 세금 징수를 독촉받자 철거민들은 성남출장소를 습격했고, 일시 무정부 상태가 됐다. 이 사건으로 주민 22명이 구속돼 형사처벌을 받기도 했다. 정부 수립 이후 빈민층이 생존권 대책을 요구하며 벌인 대표적 민중 저항 사건으로 꼽힌다.

 이를 계기로 성남은 급격한 도시화를 맞는다.

 시 승격과 함께 정부의 성남 개발 3개년 투자계획에 의거 도시건설사업이 활발히 진행됐고, 외지인들이 대거 몰리면서 1988년 기준 인구는 51만여 명까지 늘어나게 된다.

 1980년대 들어서야 성남시는 난개발과 무분별한 도시 확장의 단계를 벗어나면서 점차 도시 기반을 갖추게 된다.

▲ 1990년대 이매동 분당신도시에 지어지고 있는 청구아파트.
서울 올림픽 열고 하키 메카로 급부상한 도시 성남

 제24회 서울 올림픽이 열렸던 1988년은 성남시와 인연이 깊다. 애초 목적은 달랐지만 1984년 준공된 성남공설운동장(현 성남종합운동장)에서 86 아시아게임을 시작으로 88 서울 올림픽 등 국가대표 하키 경기가 열렸기 때문이다.

 운동장 주변에 모텔 수십 곳이 줄지어 들어선 것도 관광객과 선수단 등이 숙소로 사용하면서부터다. 이 지역을 중심으로 상권이 활성화된 것도 올림픽 특수성과 무관치 않다.

 당시 시민들이 주축이 돼 ‘하키의 메카 성남’ 캠페인이 진행됐다. 1969년 원주민 6천 명에 불과했던 광주군의 작은 마을에 급조된 도시 성남에서 올림픽 경기가 열린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철거민들의 애환과 고통을 달래기 충분했다. 이는 1992년 성남시가 남자 하키부를 창단하는 데 기폭제가 되기도 한다.

▲ 성지아파트.
 이후 성일중·창성중·성일고·이매고 등 하키 명문 학교들과 함께 전국 최고의 실력을 뽐내며 하키 도시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성남종합스포츠센터에는 86 아시안게임과 88 서울 올림픽을 상기하고 한국 스포츠의 위상을 드높인 하키 경기의 세계 제패 기념을 위해 1988년 건립된 하키탑이 있다.

 이와 함께 위례신도시 개발로 이전한 당시 수정구 창곡동 국군체육부대(상무종합경기장)에서는 레슬링 경기가 열렸다.

 1988년 성남청년회의소 회원들은 하키와 레슬링 올림픽 개최 기념 및 성남을 시민들의 고향으로 삼고 발전을 기원하는 의미로 수정구 복정동에 성남시 시조인 ‘까치’의 비상을 담은 시조탑을 만들었다.

<2018>

# 분당·판교·위례신도시 개발로 대도시 반열에 우뚝 선 성남시

 성남시는 서울 올림픽이 열린 1988년을 기점으로 또 다른 변환기를 맞는다. 정부가 성남시 남단 녹지 일대(약 1천780만㎡)에 주택 10만5천 가구를 건설, 42만 명을 수용하는 분당신도시 건설을 추진하면서부터다.

▲ 1980년대 초 대원천 앞에서 열린 모란민속5일장.
이후 급속도로 성장한 성남시는 현재 인구 96만3천297명(39만7천281가구)으로, 30년 전 51만4천824명(13만4천541가구)과 비교해 53% 늘었다.

 더욱이 2만여 명이 살던 분당지역은 이후 판교신도시까지 들어서면서 49만8천377명이 거주하며 25배에 달하는 인구증가율을 보였다. 주택보급률도 당시 50.5%였던 것이 93.9%로 2배 가까이 올랐다.

 성남시 예산은 676억여 원에서 3조 원 시대로, 공무원 수도 700여 명에서 2천670명으로 4배 가까이 증가했다.

 

▲ 서울올림픽 당시 하키경기가 열렸던 성남종합운동장과 지난해 개관한 성남종합스포츠센터 모습.
금융기관 예적금은 3천487억5천800만 원(대출 2천79억6천만 원)에서 8배가 증가한 27조837억9천만 원(대출 35조299억9천만 원)에 달한다.

 아무것도 없던 허허벌판에 서울 철거민들의 집단수용(광주대단지)으로 시작된 이방인의 도시 성남이 분당과 판교·위례신도시 등의 개발을 거치며 인구 규모 전국 12번째 대도시로 성장한 것이다.

# 판교 테크노밸리 딛고 아시아의 실리콘밸리 도전하는 성남시

 성남지역의 경제적 토대는 광주대단지 시절 추진한 국내 일반산업단지 1호인 성남산업단지(1∼3공단)로부터 시작한다. 초기에는 섬유 등 경공업을 중심으로 주도하다 1990년대 벤처기업육성촉진지구로 지정되면서 첨단지식산업단지(현 성남하이테크밸리)로 변모했다.

 1994년 준공된 분당테크노파크는 이후 전국 기초지자체 최초로 벤처기업 1천 개(2012년 기준)를 돌파하는 디딤돌이 됐다.

 특히 판교 테크노밸리는 기업들이 성남으로 몰려드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IT·BT·CT·NT, 게임산업 등 기업의 비즈니스 거점으로 발전, 1천300여 개 기업이 들어서 연간 77조 원의 매출을 창출하고 있다.

▲ 판교테크노밸리 야경. <성남시 제공>
성남시도 2013년 네이버, 2015년 두산건설, 2018년 엔씨소프트와 현대중공업 등 기업 유치에 잇따라 성공하며 혁신성장과 자생적 창업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편리한 교통과 우수한 인력, 업무인프라, 첨단산업 집적단지 등 최적의 기업투자환경이 만들어 낸 결과다.

 지난해에는 행정안전부와 대한상공회의소가 공동 시행한 전국기업환경지도에서 경제활동친화성 개선 1위를 차지하며 전국에서 기업하기 가장 좋은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성남시에는 2016년 매출액 기준 전국 1천 대 기업 중 전국 기초지자체에서 가장 많은 36개 사가 입주해 있다. 국내 경제를 이끄는 KT, 삼성중공업, SK가스, NHN, 한국지역난방공사, 파리크라상, SK플래닛, 포스코ICT, 삼성테크원, 안랩, 넥슨, 다음카카오 등의 굴지 기업들이 속해 있다. 이를 통해 2016년 기준 6만4천여 개의 기업과 43만여 명의 근로자, 매출액 100조 원 시대를 달성하고 있다.

 여기에 변신을 꾀하는 상대원 하이테크밸리(2·3공단)와 분당 테크노밸리, 조성을 추진 중인 판교 제2·3밸리와 위례·복정 스마트밸리 등을 통해 성남시는 대한민국을 넘어 ‘아시아의 실리콘밸리’로 도약하는 4차 산업의 첨단혁신도시로 변모할 것으로 전망된다.

  성남=이강철 기자 iprokc@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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