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하면 입영 장병들이 거쳐 가는 306보충대와 미군부대, 부대찌개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경기도청 북부청사 등 행정기관이 많아 북부지역의 수부도시 역할도 하고 있지만 그 역사를 논할 때 반세기 이상을 함께 한 미군부대를 빼놓을 수 없다.
306보충대는 1950년대 창설과 이전을 거쳐 1989년 의정부시 용현동에 자리를 잡았다. 매년 입영자와 보충병 등 10만여 명이 이곳을 다녀갔고, 군입대를 위해 처음 방문한 이들에게 의정부의 군사도시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의정부는 한국전쟁 때부터 서울로 진입하고 나가는 중요 관문으로서 군사적 요충지를 담당해 왔다. 조용한 옛 의정부읍이 있었지만 한국전쟁을 거치고 휴전이 되면서 군사적 중요성과 외국 군부대의 장기 주둔으로 국제화된 군사도시로 변모했다.
본보는 306보충대부터 부대찌개까지 군부대와 함께 한 의정부의 과거와 현재를 재조명해 본다. <편집자 주>
1953년 7월 휴전이 발효되자 우방국 철수군을 바라보며 불안해 하는 한국인들의 걱정을 불식시키려는 듯 의정부에 영구히 주둔할 군단사령부가 건설된다. 1953년 전후로 거대한 미군기지들이 의정부에 들어서기 시작한 것이다.
가능동의 자갈과 돌뿐인 벌판에 서부전선을 담당하는 미 1군단 사령부의 영구 콘셋 막사(반원형 막사)들이 건설되기 시작했다. 당시 미군이 1954년 5월까지 재건하거나 건설한 학교, 고아원, 병원 등은 350여 곳에 이른다.
미군기지 8곳의 면적은 5.7㎢로 시 전체 81㎢의 7%에 달했다.
# 미군부대와 함께 한 생활상
전쟁의 폐허에서 가진 것 하나 없이 피난길에서 돌아온 주민들에게 정착한 미군기지들은 생존을 위한 서광이었다. 주민들은 초기에 미군기지 주변에 정착촌을 세우면서 최소한의 생존을 위한 도움을 얻었다.
# 미군부대 그리고 사람들
미군 주둔으로 인한 의정부 주민들의 추억거리도 있다. 캠프 라과디아와 스탠리에서 헬기가 이착륙하는 소리부터 매년 7월 4일 미국독립기념일에는 폭죽이 퍼져 나왔다. 당시 고층 빌딩이 없던 의정부 밤하늘로 쏘아지는 불꽃놀이를 구경하기 위해 동네마다 사람들이 몰리기도 했다. 시내 곳곳에서 미군부대 장병이나 기지 직원 등 미국인들의 모습도 쉽게 찾아 볼 수 있었다.
그는 "지금은 그 친구도 나이가 먹고 연락이 되지 않지만 1990년대 전국노래자랑 외국인 특집에 나가 인기상을 탈 정도로 흥이 많았던 친구였다"며 "1980년대 후반 장사를 시작했을 때, 아이를 낳았을 때, 여러 인생 기점에 항상 찾아와 축하를 해 줬었다"고 회상했다.
# 의정부, 30년 세월 군사도시 이미지 벗고 경기북부 중심도시로 ‘우뚝’
미군기지 철수로 시작된 ‘희망과 기회의 땅’ 의정부는 지난 반세기 이상 전국에서 가장 많은 주한미군 주둔지를 둔 곳이다. 하지만 2007년부터 기지 반환이 이뤄지며 희망과 기회의 땅으로 변모하고 있다.
1970·80년대엔 미군을 상대로 상권이 크게 형성된 시절도 있었지만 1990년대 후반부터는 미군들이 도시 외곽이나 서울로 이주하며 군부대 의존도가 크게 떨어지기도 했다.
시는 지역 발전을 가로막던 미군기지를 새로운 활력소로 삼기 위해 공여지 개발사업을 통해 시민들의 품으로 돌려 보내고 있다.
경비행장이 위치했던 캠프 라과디아 15만3천㎡는 일대 도로를 확장한 상태로 향후 체육공원이 조성될 계획이다. 주요 부지는 현재 공영주차장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경전철을 타고 시청에서 의정부경찰서 방면으로 이동할 때 확연히 눈에 들어온다.
가장 상징적인 변화가 온 곳은 의정부시내 중심에 있던 캠프 홀링워터다. 지하철 1호선 의정부역 앞 옛 캠프 홀링워터 북측기지는 지난해 10월 근린공원으로 탈바꿈했다. 1951년 건설된 홀링워터는 반환 전까지 시설 공병대, 주한미군 방송(AFKN), 경기북부 파견사무실 등 지원시설이 들어서 있었다.
북측기지는 안보·통일공원으로 변신해 베를린 장벽, 시 승격 50주년 기념비, 안중근 의사 기념공간이 설치돼 있다. 준공식 때 시는 이곳에 미2사단 창설 100주년을 기념해 타임캡슐을 묻었다. 미2사단은 군화, 기념주화, 잡지, 엽서 등을, 시는 교류 기념품, 시정백서, 통계연보 등을 각각 넣었으며 캡슐은 2117년 개봉된다.
남측기지의 경우 임시로 텃밭 등 무한상상공원이 조성돼 시민들의 휴식과 힐링의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주말이면 이곳에서 직접 심은 채소를 돌본다는 시민 정희정(42·여)씨는 "시내에 나오면 마땅히 산책할 공간이 없었는데 유동인구가 많은 역 주변에 탁 트인 공원이 생겨 좋다"며 "과거 삭막해 보이기만 했던 미군부대 담장도 없어져 한결 편안한 이미지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군의 유류 저장 및 보급소 기능을 수행하던 금오동 캠프 시어즈·카일에는 경기북부 행정타운이 마련돼 있다. 경기북부경찰청과 의정부준법지원센터, 건강보험공단 등 10여 개 기관이 들어섰고 현재 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 합동청사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천보산 자락 아래 26만1천200㎡에 이르는 행정타운은 인근 경기도청 북부청사와 함께 경기북부 행정중심지로서의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평소 이곳 주변으로 산행을 한다는 권상호(53)씨는 "미군부대가 있던 시절과는 경관 자체가 달라졌다. 여러 기관이 입주해 의정부도 군사도시를 벗어나 통일시대 행정의 중심지 역할을 해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호원동 캠프 잭슨기지는 2022년까지 예술공원을, 고산동 일대 캠프 스탠리는 쾌적한 자연환경을 배경으로 복지와 의료, 문화, 레저, 커뮤니티 등 융·복합형 주거단지 ‘액티브 실버시티’로 개발될 예정이다. 특히 시는 한미연합사단 본부와 미 제2보병사단이 주둔하고 있는 가능동 캠프 레드 클라우드가 반환되면 캠프 내 288개 동을 활용한 안보테마관광단지로 개발할 계획이다.
1963년 시로 승격될 당시 6만2천 명이었던 의정부의 인구는 올 현재 44만 명에 육박한다. 과거 미군기지의 존재가 도시공간을 무계획적으로 만들기도 했지만 대규모 반환공여지 개발사업으로 경제적 파급 효과도 점차 커질 전망이다. 통일시대를 준비하는 경기북부지역 중심도시로서의 의정부의 성장을 기대해 본다.
의정부=신기호 기자 skh@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