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비가 황건 잔당 토벌에 참가해 공을 세웠다고 해서 벼슬을 얻었다. 안희현이란 곳의 현위(縣尉 : 오늘의 시골 경찰서장)였다. 그런데 부임한 지 4개월쯤 됐을 때 상급 관청에서 독우(督郵 : 감찰관)가 나와 노골적으로 뇌물을 요구했다.

유비는 "백성들에게서 착취한 것이 없으니 어찌 재물이 있겠습니까" 라고 사정했다. 하지만 독우는 인정사정없이 내놓으라고 협박했다. 급기야 유비는 그자를 잡아 기둥에 묶어 놓고 심하게 때렸다. 이 소식을 들은 관우가 달려와 말했다. "형님, 큰 공을 세우고도 고작 이런 시골 구석의 현위에 있게 됐는데 이제 독우에게 모욕까지 당하게 됐으니 참기 힘든 건 이해합니다.

하지만 이런 하찮은 놈을 때려 준다고 뭐가 해결되겠습니까. 내 알기로 가시덤불에서는 난새와 봉새가 살지 않는다 합디다. 독우 놈을 죽여 버리고 관직을 내던진 후 고향으로 돌아가시지요." 어지러운 세상을 만드는 것은 부패한 권력과 이에 부화뇌동하는 관료들 때문이라는 건 동서고금의 진리다. 백성이 공연히 난을 일으키는 법은 없다. 민심을 탓하기에 앞서 윗자리에 앉은 자신부터 성찰해야 하지 않을까. <삼국지리더십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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