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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재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 소장/역사소설가

새로 취임한 지방자치단체들의 공무원 ‘자리 바꾸기와 길들이기(?), 자신의 소신 밝히기’가 한창이다. 삼국지의 인재 등용론 강의를 끝내고 한 구청장과 한담 중에 야구 경기의 ‘시프트’ 얘기가 나왔다. 시프트란 수비 선수들의 위치를 상대 타자의 타구 성향에 따라 폭넓게 이동하는 것으로 전통적인 수비 위치와는 다르게 서는데 일본이나 미국에서도 흔히 사용하는 방식이다.

 메이저리그에 템파베이 팀이 있다. 1998년에 창단됐고 2007년까지 10년 동안 아홉 번이나 꼴찌를 도맡아했다. 팀 성적이 이 모양이니 수입은 보잘것없었고, 돈이 없으니 투자하지 못했다. 나이몰리 구단주는 온갖 일에 직접 뛰어들어 비용을 절감하려 했다. 구장 내 판매를 높이려 외부 음식물 반입 금지 규정을 철저히 감시해서 음식물이 발견되면 해당 관중에게 ‘어느 문으로 들어 왔냐’고 물어 해당 문을 지키는 직원을 해고하기도 했다.

 결국 그는 구단을 월스트리트 출신들에게 팔아야 했다. 새 구단주는 전임자와 달랐다. 마침내 2008년 팀은 대변신에 성공했다. 그해 강팀 뉴욕 양키즈를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물리치고 월드시리즈에 진출하는 대기염을 토한 것이다. 꼴찌에서의 극적인 변화였다. 성공 이유 가운데 하나가 시프트였다. 점수를 덜 주고 경기를 승리했다. 시프트에는 간과해서 안 될 요소가 있다. 타구의 방향은 예측 불가능이다. 확률은 존재하지만 100% 들어맞는 것이 결코 아니다. 야수의 수비 위치를 예측 방향에 맞춰 콕 짚어줄 수는 없다.

야수는 자신의 수비 범위와 송구 능력 등을 감안해 시프트 위치를 정하는데 확률적으로 승산이 높아야 한다. 물론 많은 이들이 "야구가 120여 년 동안 거의 고정적 수비 포지션을 유지하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여기에도 분명 일리가 있다.

 국내 프로 팀 가운데 수비가 강한 팀은 두산 베어즈다. 유격수 김재호와 2루수 오재원을 보면 간혹 엉뚱해 보일 정도로 극단적인 수비 위치를 한다. 벤치의 지시가 아니니 스스로 알아서 하는 것이란다. 두산의 김태형 감독은 이에 대해서 "감독 입장에서도 감이 올 때가 있다. 그러면 직접 수비 위치를 조정해주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그러나 만약 선수에게 수비 위치를 바꾸라고 했고, 그것이 적중하면……. 그때는 더 큰 문제가 생긴다"고 한다. 좋은 결과를 얻었는데 무슨 문제란 말인가? "그 다음부터 선수들은 감독 눈치를 보느라 제 마음껏 움직이지 못하고 감독의 지시를 기다리게 된다. 그래서 한마디도 안 하고 선수들에게 맡긴다"는 설명이다. 그 구청장은 바로 두산 베어즈 내야 수비가 가장 강한 이유이자 비결일 것이라고 했다. 납득이 갔다. 일찍이 세종 임금은 ‘삼득(三得)의 과정’을 말했다. 우선 똑똑하고 능력 있는(賢能) 인재를 골라서 그들의 일 욕심과 안목을 자세히 파악한다. 그 다음에 그 인재가 스스로 가치 있다고 여기는 일을 재량껏 하도록 맡겨 둔다. 마지막 성과가 나타나면 인정하고 보상해 준다.

 성공하는 지방자치단체장이 되고 싶다면? 야구 경기의 시프트가 주는 교훈, 매사를 직접 처리하려 하지 말 것과 예부터 해오던 방식에서 약간의 변화를 하고 혁신적이니 하지 말 것, 설령 참견해 좋은 결과가 생길 가능성이 엿보여도 최대한 맡겨 둘 것. 물론 일차적으로 중요한 것은 좋은 인재를 곁에 두는 일이다. 맘 놓고 맡길 만한 인재를 구해야 한다.

 이 점에서도 세종은 의미 있는 말을 했다. 유심간택(留心揀擇), 작은 벼슬자리를 내리려 할 때도 반드시 온 마음을 기울여서 고른다. 여기에 하나 덧붙이고 싶은 것이 있다.

 조조는 적벽대전에서 크게 실패하고 귀국한 후에 천하에 인재를 구한다는 포고령을 내렸다. "여러분은 나를 도와 철저하고도 세밀하게 살펴서 재능은 있으나 아직 초야에 묻혀 있는 사람들을 찾아내길 바란다. 오로지 재능이 있는 사람을 천거하라[唯才是擧]. 나는 그들을 중용하겠노라."

 새로 취임한 단체장들은 꼭 명심해야 하리라. 그저 열심히 해서는 별로일 터이고 ‘제대로 잘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단체장 본인은 부드럽고 여유 있으며, 휘하의 공무원들은 국민들에게 실질적 이익을 준다는 소식이 널리 퍼지기를…….

▣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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