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오전 11시께 부평구 청천동의 한 도로. 폐지를 주워 생계를 꾸려 가는 박모(72)할머니는 벌써 3시간 넘게 길을 걸으며 상자 등을 주워 모으고 있다. 다 낡아 빠진 팔 토시와 모자만이 무더위와 햇빛을 막아주는 유일한 안전장치다. 손수레에는 이미 종이상자가 한 가득 실려 있지만 그의 발걸음은 폐지를 향해 있다. 2011년까지만 해도 1㎏당 200원까지 하던 폐지 단가가 최근 70원대까지 떨어지며 발걸음은 더 무거워졌다. "남편은 술을 많이 마셔 몇 년 전에 돌아가셨고, 아들도 지방에서 돈을 버느라 힘들지. 앞가림 힘든 자식한테 도와 달라고 말 못하니까 날이 더워도 해야지 별 수 있나."
오후 1시께 서구 가정동의 한 도로 공사장에서는 작열하는 태양 아래 끈끈한 아스콘 포장 위로 중장비인 ‘탠덤 롤러’가 지나간다.
굳지 않은 아스콘 온도는 무려 140∼180℃다. 요즘 같은 날씨에는 체감온도가 50∼60℃를 가뿐히 넘긴다. 호구지책(糊口之策)으로 운전석에 우산을 걸쳐 만든 그늘도 소용이 없다. 작업을 마치고 나면 그의 작업복에는 소금기가 새하얗게 내려앉는다.
"요 며칠 작업을 하다 보면 뜨거운 공기가 몸속으로 들어와 숨이 막힐 때가 있어요. 마치 가마솥 안에 있는 느낌이지요. 그런데 일당을 받으려면 어쩔 수 없어요. 덥든 춥든 간에 불러만 주면 나가야지요."
폭염은 쪽방촌 주민들에게도 고역이다. 계양구 효성동 천마산 밑 쪽방촌에서 만난 홍모(67)할아버지는 잡음을 내는 선풍기 앞에서 땀을 식혔다. 단출한 외벽과 회색 슬레이트로 겹겹이 쌓아 올린 집 안은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다. 할아버지의 집은 통풍이 안 돼 내부 열기가 가시지 않는데다 하수구 구멍에서 올라오는 초파리와 모기가 극성을 부린다.
"더위에 모기까지 극성이어서 요 며칠 잠을 못 잤어요. 날이 좀 선선해지면 살만 할 테니 견뎌 봐야죠."
미지근한 바람이 나오는 선풍기에 땀을 식히는 할아버지의 애잔한 모습이다.
우제성 기자 wjs@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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